[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아르헨티나의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27·FC바르셀로나)가 2014브라질월드컵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MVP)을 품에 안았다. 축구 선수로서 최고 영예 중 하나다.
메시는 14일(한국시간) 오전 4시부터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이스타지우 마라카낭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독일의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에서 선발출전해 전후반은 물론 연장까지 120분 간 조국에 우승컵을 선물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침묵 속에 0-1로 분패했다.
골든볼 후보 10명에 이름을 올렸던 메시는 결승전이 끝난 뒤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기자단 투표에서 당당히 골든볼 수상자로 선정됐다.
조별리그 3경기와 스위스와의 16강전(1-0 승) 등 4경기에서 연속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 최우수 선수(MOM)에 뽑힌 것, 이번 월드컵 득점 공동 3위(4골)에 오른 것, 자신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높은 의존도와 그에 따른 상대팀의 집중 견제 등을 뚫고 팀을 결승으로 이끈 것 등이 모두 고려됐다.
그러나 결승전에 이어진 시상식에서 독일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28·바이에른 뮌헨)가 골든글로브(골키퍼상)를 받고 연신 싱글벙글한 것과 대조적으로 메시는 전혀 밝지 못했다.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슬픔이 묻어났다.
제프 블래터(78) FIFA 회장·지우마 호세프(67) 브라질 대통령 등 세계적인 VIP들이 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으나 마지못해 답례하는 정도였다.
아르헨티나는 결승전에서 1986멕시코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다. 이때 우승을 견인한 선수가 아르헨티나의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54)다. '마라도나의 재림'이라 불리는 메시는 마라도나처럼 월드컵을 들어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메시에게 빙의한 마라도나는 멕시코월드컵의 마라도나가 아니었다. 하필이면 결승전에서 상대에게 봉쇄돼 월드컵 2연패에 실패한 뒤 고개를 떨궜던 1990이탈리아월드컵 당시의 마라도나였다.
당시 상대도 이번 월드컵에서 패배를 안긴 독일(서독)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아르헨티나는 독일에 0-1로 석패했다.
메시는 경기 후 아르헨티나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골든볼은 내게 아무 의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메시는 "늘 말해왔듯 나는 득점왕 보다도 월드컵을 들어올리고 싶었다"면서 "월드컵에서 우승해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독일은 지난 9일 준결승전에서 브라질을 7-1로 여유있게 물리치고 결승전에 선착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그 하루 뒤인 10일 준결승전에서 네덜란드와 연장까지 무승부(0-0)로 팽팽하게 겨루다 승부차기(4-2 승)까지 간 끝에 간신히 물리치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메시는 이로 인해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됐던 점을 못내 아쉬워 했다.
"우리의 준결승전은 독일의 하루 뒤였다. 게다가 우리는 그때 연장까지 싸웠기 때문에 결승전 종반이 되자 그 영향이 드러나더라. 하루 휴식의 차이는 그 단계까지 오면 정말 커진다."
메시는 "우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마침내 결승에 올랐다. 그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또한 우리는 정말 대단한 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골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월드컵을 잡지 못했고, 아르헨티나로 가져갈 수도 없게 됐다"고 토로하며 다시 한 번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메시는 "이제 우리는 미래를 내다 봐야 한다"고 말해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메시가 러시아월드컵에서 '마라도나의 재림'이 아닌 메시의 이름으로 월드컵을 들어올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