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기자] 홍명보호가 멕시코에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0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알라모돔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전반과 후반에 2골씩을 내주며 0-4로 대패했다.
수비 불안을 여실히 드러내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경기 막판에는 집중력 난조도 두드러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인 멕시코는 월드컵 본선 15회 출전에 빛나는 강호다웠다. 한국(53위)은 이날 패배로 상대전적에서 4승2무6패로 여전히 열세를 보였다.
이날 경기는 브라질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를 처음 사용하는 공식전으로 의미가 컸다. 또 한국 선수들에게는 어색한 돔 구장에서 멕시코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견뎌야 했다.
5만5000명이 입장 가능한 알라모돔은 이날 멕시코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돔 특성상 응원 소리로 훨씬 크고 울렸다.
지난 26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승리를 거뒀던 한국은 수비 불안과 집중력 저하로 상대 선수를 놓쳤고 멕시코 선수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했다.
멕시코의 신예 공격수 알란 풀리도(티그레스)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홍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김신욱(울산)을 최전방에 세우는 4-2-3-1 전형을 활용했다.
이근호(상주)가 김신욱의 뒤를 받쳤고 염기훈(수원)과 김태환(성남)이 좌우 측면 날개에 섰다.
박종우(부산)와 이명주(포항)가 나란히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호흡을 맞췄고 수비 포백라인에는 왼쪽부터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김기희(전북)·강민수(울산)·박진포(성남)가 자리했다. 박진포는 A매치 데뷔전이었다.
골키퍼 김승규(울산)는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이번에도 주전을 꿰찼다.
한국은 초반 주도권을 멕시코에 내줬지만 침착한 운영으로 빈틈을 주지 않았다. 특유의 압박과 역습으로 중반 이후부터는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좋은 장면도 연출했다. 전반 24분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강민수가 헤딩슛을 시도했고, 26분에는 이명주도 헤딩슛으로 멕시코의 골문을 노렸다.
특히 이명주의 슛은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골로 연결될 수 있었던 위력적인 슛이었다.
그러나 멕시코의 집중력이 빛났다. 멕시코는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36분에 베테랑 공격수 오리베 페랄타(산토스 라구나)가 선취골을 터뜨렸다. 빠른 턴 동작이 일품이었다.
이어 전반 종료 직전인 45분에는 풀리도가 추가골을 넣었다.
한국은 전반에 0-2로 뒤졌다. 볼 점유율에서 44%-56%로 밀렸지만 슈팅 개수에서는 6개-7개로 비교적 대등하게 맞섰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명주와 김신욱, 염기훈을 빼고 이호(상주)와 이승기(전북), 김민우(사간 도스)를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이어 고요한(서울)과 김대호(포항)도 투입됐다. 그러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체력적인 부담을 느낀 탓인지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무거웠다. 2-0으로 앞선 멕시코는 수비에 무게를 두는 여유 있는 운영으로 분위기를 끌었다.
한국은 공간을 만드는데도 애를 먹으며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40분에는 수비 라인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풀리도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풀리도에게 후반 44분에 한 골을 더 허용했다.
많은 과제를 안겨준 의미가 큰 평가전이었다.
한국은 다음달 2일 오전 7시에 캘리포니아주 카슨에서 미국과 이번 전지훈련의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