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의도가 술렁인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술렁이는 찻잔은 따로 있다. 주식으로 대박을 맞은듯 한나라당 분위기는 연실 흘러넘치는 미소를 단도리하기 바쁜데 연이은 재보궐선거패배 후유증일까, 열린우리당 표정은 내내 ‘물위의 백조’모습.
한쪽은 ‘나요 나’를 자처하며 공천줄대기가 한창, 하지만 다른 한쪽은 물밑 ‘정중동 후보물색’에 마음만 급한 모습이다. 다가올 2006년이 궁금한 사람들. 지금 한나라당은 쌀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니면서 그나마 민생법안 처리의지라도 남아있나 싶을정도로 이상한 내년 지방선거 올인 모양세다.
‘와 올라 오라 카노’
지난 12월9일 정기국회 마지막날. 5년을 끌고 끌었던 사학법 개정안 국회통과에 앞서 한나라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궐기를 선언했다. 강재섭 원내대표의 벼락같은 귀경주문에 ‘국회가 모야'라며 자신의 지역구에서 이미 캠프까지 차려논 채 지방선거 출마준비가 한창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단 여의도행을 서둘렀다.
‘와 올라오라 카노’. 이 단 한마디에 고스란히 담긴 의중, 이미 마음은 ‘콩밭’에 가있는 사람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인들 관심이나 있었을까. 서울,경기를 비롯한 수도권과 부산을 포함한 경남북에서 한나라당은 이미 코앞 지방선거를 실감하고 또 실감할 정도다. 2006년 5월 부산광역시장선거를 둘러싼 당내 후보경쟁은 현역 단체장과 정치인 출신의원들의 거센 도전장이 얼키고 설키면서 한치앞을 못내다볼 정도다.
당 텃밭이기도 한 이 곳은 ‘공천=당선’이란 전례가 단 한번도 벗어난적이 없기에 공천대열에 올라선 후보들의 열기는 남은 6개월이 무색한 상태.
물밀듯 밀려드는 정치인 출신 의원들의 공세속에서 그래서 더 속이타는 사람은 현 허남식 시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개최후 시장 공식일정 마저 비워둔 채 여의도 국회행이 분주한 허 시장은 재선거로 당선됐던 아쉬움을 기필코 제대로 된 선거로 만회한다는 각오지만 일단 고지점령에 앞선 게릴라전이 장난이 아닐듯 싶다.
부산갈매기전 ‘치열’
‘국회의원 할래, 시장할래?’ 지금 이 지역 출신 현역 정치인들에게 이 말 만큼 실감나는 질문이 또 있을까. 허 시장이 현역 단체장으로 재선을 겨냥했다면 현역의원 출신들 역시 ‘나요 나 부산시장’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당 외부인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형오(4선 영도구)의원, 권철현(3선 사상구),김무성(3선 남구을),정의화(3선 중.동구)의원을 비롯해,정형근(3선 북.강서갑)의원에 이르기까지 재선을 노리는 허 시장이 헤쳐나갈 금배지 상대들은 결코 만만치 않은게 사실.
특히 강재섭 의원과 함께 당 원내대표 경선에도 도전한 바 있는 권철현 의원은 공공연히 부산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시장출마 의사를 강하게 밝힌 바 있어 허시장과의 2파전이 가장 주목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가오는 지방선거가 ‘시한폭탄’같은 이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은 한마디로 궁핍한 인물난을 다시 한번 절감할 듯 하다. 이미 2005년 4·30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여지없는 지역주의를 실감했던 터라 아예 처음부터 ‘강수’를 두겠다는 각오로 노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의 출마가 일찌감치 점쳐지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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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은 한나라만 나오나?
정치1번지 여의도를 실감케 하듯 한나라당은 이미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서도 의원간 치열한 출마선언 홍역이 한창이다.
맹형규(3선 송파갑),홍준표(3선 동대문을), 이재오(3선 은평을), 박계동(2선 송파을),박 진(종로)의원이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지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잇단 출마선언을 진행중이기도 하다.
언론은 하루가 멀다하고 ‘오늘은 누가 출마선언을 했네, 오늘은 누가 누가 리서치결과 선두를 점했네'하며 한나라당 출신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천경쟁에 맞불을 놓고 있다.
서울시장 출사표가 이렇듯 한나라당 출신 의원들의 전유물처럼 보도되면서 의아해지는건 오히려 유권자일 정도. ‘열린우리당은 누가 나온대?’ ‘글쎄 그 정도가 갖고 이명박을 대신할 수 있을까’아니 이명박은 서울시장 안나오잖아’… ‘포스트 이명박’을 가늠하는 어이없는 얘기들에 이르기까지 온통 한나라당 일색인 서울시장 선거 보도엔 정말 상대는 없고 당 공천만이 관심일 뿐이다.
경기도 역시 ‘포스트 손학규’를 자처한 한나라당 후보들의 공천경쟁은 이미 6파전까지 예고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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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지금 출마선언 ‘난장’
쌀 비준안 통과로 다소 무색해 지긴 했지만 이규택(4선 이천.여주)의원을 비롯해 김문수(3선 부천 소사), 김영선(3선 고양일산을), 남경필(3선 수원팔달), 전재희(2선 광명을)의원과 함께 임태희(2선 분당을)의원도 출마가 점쳐지고 있는 상태.
‘단지 출판기념회 일 뿐’이라던 김영선 최고위원의 세종문화회관 출판기념식장엔 2,000명의 청중이 자리를 메우면서 단일행사치고는 말그대로 최다동원력이라는 화제를 낳았다. 김 의원의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이회창 전총재를 비롯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모두 참석, 시선을 집중시켰다.
또 이어 국회에서 열린 전재희 의원의 ‘공공기관 이전 토론회’역시 전 의원의 지역구 유권자들이 대거 국회로 몰리면서 한 때 ‘국회 향우회장’을 실감케 했다. 전 의원은 아예 출판기념회 없이 이날을 자신의 경기지사 출마선언일로 밝히면서 “이제 지난 6년간의 정치경험을 토대로 다시 행정으로 돌아갈 것”임을 공고히 했다.
김문수 의원역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 공청회’를 통해 경기도의 현안을 깊숙히 주목하며 사실상 수도권 민심잡기와 함께 경기지사 출마라는 두마리 토끼잡기에 본격 나선 상태.
박근혜 당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당내 대권주자들까지 동원한 이들의 출판기념회와 토론회장은 말그대로 무늬만 기념회,토론회였을뿐 잇단 경기지사 출마선언으로 이어져 불붙는 지사전을 실감케 했다.
우리당은 ‘구애중’?‘누가 출마를 한다 그럽니까’ ‘우리 대장은 생각이 없다니까요’… 질문이 곧 짜증이 돼 돌아오는 우리당 전선은 말그대로 ‘이상무’가 아니다. 아니 섣불리 출마 장담을 하고 나서는 이도 없지만 하마평에 오르는 것조차 거북하다는 분위기다. 이러다보니 여야가 다 추진하는 외부인사 영입도 ‘누가 하면 일방적 구애고, 누가하면 러브콜’이 되는셈.
열린우리당은 이미 고 건 전총리를 비롯해 추미애 전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영입작업이 공공연한 사실임을 밝힌 바 있다. 우리당 인재발굴기획단장인 김혁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추 전 의원이 우리당에 와서 정치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영입작업이 추 전의원에게 말그대로 일방적 구애가 될지, 러브콜로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2005년 한해 4·30재선과 10·26재선거 모두를 싹쓸이 한 한나라당으로선 2006년 지방선거가 꽤나 설레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새해 예산안조차 통과되지 않아 임시국회에 쏠린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국회. 사학법 개정안 통과 이후 ‘장외 투쟁’과 임시국회 거부를 선언하면서 정국을 얼려버린다면 ‘글쎄, 이기고도 지는 건 아닐지'두고 볼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