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8월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허용하면서 국내 경제 활력 제고와 여행수지 개선 등 긍정적 영향이 기대되었으나 현재까지 그 효과가 미흡한 상황이다.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중국인 관광객의 특성 변화를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 중국인 관광객 월평균 14만명
지난 2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중국인 관광객 회복 지연 원인과 시사점 - 시나리오별 중국인 관광객 규모 및 경제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월평균 14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로 인해 단체관광이 불가했던 2017년부터 2019년 월평균 41만6,000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일반여행 수입이 둔화함은 물론 중국인 방한객 소비 증가에 따르는 내수 진작 현상 등에 의한 경제 활력 제고 효과 발생 시기가 기대보다 지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인 방한객 회복 지연 원인으로 3가지를 꼽았다. ▲중국 경제주체의 체감경기 악화 ▲방한 중국인의 특징 변화 ▲여행지로서의 경쟁력 약화 등이다.
현경연이 발표한 보고서는 중국의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부진 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해외여행 수요가 둔화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중국은 주요 실물경기 관련 지표들이 악화하는 등 미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지연된 이유로 먼저 중국 내 경기 부진을 꼽았다. 경기판단의 선행지표인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지난 4월 50포인트를 하회하면서 위축 국면에 진입한 이후 10월에도 49.5포인트를 기록했다. 소비자의 1인당 가처분소득 증가율도 최근 둔화하는 흐름을 보여 향후 중국인 소비자들의 체감경기 회복 지연 가능성도 높은 실정이다.
“단체관광 허용에도…중국인 관광객 수 회복 안 돼”
지난 8월 중국 정부는 고강도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폐기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138개국으로 자국민의 해외 단체관광을 허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제로코로나 정책 중단과 함께 국경 봉쇄 해제, 국제선 항공편 증편 등 해외여행 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관광객의 해외여행 수요 회복은 여전히 부진하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지난해 4월 86.7로 하락한 뒤 올해 9월에도 기준선 100을 하회했다.
중국인 관광객 특성이 유커(游客; 단체 관광객)에서 싼커(散客; 개별 관광객)로 변화한 만큼 코로나19 이전과 다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이전 전체 중국인 관광객 중 단체관광객 비율은 20%를 상회하는 수준이었지만 올해 3분기에는 13.8%까지 하락하는 등 단체관광객에 대한 선호도가 감소했다.
이에 연구원은 “지자체 및 관광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의 명동 등 대표 관광지역은 물론이고 지역별 핫플레이스, 원데이클래스 등 체험 상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변화한 관광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인들은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해 4월 86.7로 기준선(100)을 하회한 이후 올해 9월 87.2를 기록하며 부진한 흐름이 장기화하고 있다.
체험형 관광 개발하고 물가 안정시켜야
신지영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허용, 중추절, 국경절 특수 등에도 불구하고 9월 현재까지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회복세는 미미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인의 중화권(홍콩, 마카오, 대만)을 제외한 순수 해외국가로의 출국 비중은 올해 3분기 40.9%로 지난 2019년 3분기(61.3%) 대비 크게 둔화했다. 반면 철도를 이용한 국내 여객 운송은 전년동기비 95.8%나 급증했다.

중국인 관광객 중 30세 이하 연령층 비중이 올해 40.6%로 2015년과 2019년 대비 약 4.8~5.0%포인트 높아졌다. 이들의 1일 평균 여행 지출 경기는 약 331달러(2019년)로 다른 연령층의 평균 경비인 약 346달러보다 낮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올해 정도 수준에 그친다면 관련 관광 수입은 약 34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그나마 2014~2016년 한국 단체관광 금지 조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관광 수입은 89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2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2~0.5% 수준이다.
연구원은 환율, 물가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 여행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도 하였다. 원화가 일본, 태국 등의 통화보다 강세인 데다 물가수준도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대비 2023년 원/위안 환율 상승률은 9.7%를 기록했지만 엔/위안 환율 상승률은 24.3%에 달하면서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신 선임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 회복은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중국인 관광객 특성 변화를 고려한 맞춤형 전략 마련은 물론 국내 관광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가 악화하면서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보복 여행 수요가 해외 대신 국내로 집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