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이용현 기자]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연료비조정단가가 동결됐다. 그러나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연료비 구입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는 상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고물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기요금까지 오르면 국민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전 재무위기 극복’ vs ‘국민생활 안정’ 이견 속 정부의 고심은 계속 깊어질 전망이다.
한전 부채 200조원 돌파..재무구조 취약 여전
한국전력의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8월 22일 한전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국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전 부채는 2020년 말까지 132조5천억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 말 145조8천억원, 2022년 말 192조8천억원으로 급증했다가 이번에 200조원대를 넘어섰다. 한전의 총부채는 반년 새 8조원 가량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5차례 이어진 전기요금 인상과 올해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덕분에 한전의 전기 판매 수익 구조가 점차 정상화되는 추세였지만 그럼에도 한전의 재무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로 평가된다.
현재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20조9천200억원)의 5배인 104조6천억원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문제는 올해 수조 원대 추가 영업손실이 날 경우 내년 이뤄질 2023년 결산 후 한전채 발행 한도가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한전은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해도 11조4천억원어치의 한전채를 발행해 전기 구매 대금, 시설 유지·보수·투자비 등으로 사용했다.
현재 한전은 하루 평균 약 70억원, 한 달 약 2천억원을 순전히 이자로만 치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상반기 안정세를 유지하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최근 다시 들썩이는 점도 하반기 이후 한전의 재무 구조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동철 사장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
지난달 20일 취임한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사상 초유 재무위기의 모든 원인을 외부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며 “냉철한 자기반성을 통해 ‘제2의 창사’라는 각오로 새로운 기회의 영역을 선점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전기요금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중장기적으로 총수익의 30% 이상을 국내 전력판매 이외의 분야에서 창출해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에너지 신산업 및 신기술 생태계 주도 ▲해상풍력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적극 추진 ▲제2 원전 수출 총력 등을 반드시 실천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또한, 김 사장은 “이러한 계획들을 실행하려면 재무위기 극복이 필수”라면서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요금인상 시기·수준 본격 논의
한국전력은 결국 물가상승율과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여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동결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재무개선을 위한 요금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최근 김동철 한국전력 신임사장 선임에 이어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선임까지 에너지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양대 기관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그만큼 에너지 정책 전환과 한전의 재무위기 해결에 사활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방문규 신임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은 기획재정부와 한전이 제출한 연료비 조정단가와 한전의 누적 적자, 물가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의 시기와 수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국민들에게 요금 조정이 필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려면, (한전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재무개선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연료비 조정단가를 이전 수준으로 유지했다고 4분기 전기요금도 동결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이를 기반으로 산업부와 기재부 논의를 거쳐, 당정 협의 끝에 최종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인상 여지는 남아있는 상태이다.
여기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정무적인 판단과 한전 경영 정상화 국민 생활 안정까지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