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가 2일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결정하면서 다가올 6·2지방선거에서 보수표 결집이 예상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 개헌논의 등 각종 국정수행과제에 속도를 내야할 정부와 한나라당으로서는 군세(軍勢)를 한층 강화한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한나라당과의 조건 없는 합당에 반발하고 있는 당내 세력도 만만치 않은데다 이규택 전 대표와 석종현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일부는 희망연대와 다른 노선을 걷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상태여서 내홍은 끝난 것이 아니다. 특히 2008년 3월 한나라당 내 친박근혜계 인사들에 대한 밀어내기 공천이 자행된 이후 의기투합해 친박연대를 만들었던 서청원 대표와 이 전 대표간 동반관계도 사실상 루비콘 강을 건너는 모습이다.
◆전대개최, 안건상정 5분여만에 박수로 합당추인
희망연대의 의사결정은 의외로 빨랐다. 당내 반발세력이 있어 안건상정 후 합당을 향한 당원들간의 합의도출까지 진통이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이날 오전 11시 전당대회 개최선언과 함께 ‘한나라당과의 합당안’이 상정되자 참석 대의원들은 박수로 합당을 추인했다.
이날 전대에는 희망연대 소속 대의원 128명 중 91명이 참석했으며 전원이 합의했다.
노철래 원내대표는 “대의원 동지들에게 당이 나갈 방향과 미래의 진로를 결정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드린다”며 “전대를 통해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추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또 “먼저 용서하는 자가 현명한 자”라며 “보수정당의 대통합으로 단결을 통한 선거승리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진보정권 10년 만에 보수정권을 창출해 나라의 품격을 바꿨는데, 보수정권의 안정적 국정운영으로 국민의 삶의 질과 부를 보장하고 2012년 보수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희망연대 당헌에 따르면 재적 대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합당을 결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시 전당대회가 열려 합당안 추인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 한 양당의 합당은 6월께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지명 대변인은 이와 관련, 전대가 끝난 직후 브리핑을 갖고 “재적 대의원 128명 중 91명이 참석했고 이들 전원이 박수로 합당에 합의했다”며 “오는 6월30일 한나라당이 전당대회를 열어 합당을 추인하면 그 이후 당이 해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당간 합당이 이뤄지면 한나라당의 의석은 현행 169석에서 8명(비례대표)이 늘어난 177석이 되고 당내 의석구도 또한 친이명박계 90~100명, 친박(친박근혜) 60~70명, 중도파 20∼30명이 될 전망이다.
현재 미래희망연대 소속 현직 국회의원은 송영선·노철래·김을동·김정·김혜성·윤상일·정영희·정하균 의원 등으로 친박성향이다.
◆지분포기, 백기투항, 명분은?
이처럼 당원들의 합의로 합당이 결정됐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명분은 없고, 오로지 구속돼 형을 살고 있는 서청원 대표의 살리기를 위해 백기투항하는 식”이라는 비판이 당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석종현 정책위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친박연대에 ‘박근혜’라는 화두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서청원 살리기’에만 몰두하는 자화상만 발견할 수 있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석 정책위의장은 “나는 서청원도 살리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 왔다”면서 “친박연대에서 ‘박근혜’를 빼면 뭐가 남느냐”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서청원 대표와 오랜 친구이면서도 2007년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전력을 다했다”며 “그런데 친박연대에서는 오로지 ‘서청원 살리기’에만 몰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양당의 합당에 대해 “보수대통합이라는 명분을 내 걸었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백일하에 드러날 허무한 명분”이라며 “서청원 대표와 노철래 의원이 이미 ‘탈박(脫朴)’ 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런 정치사기 행각에 동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규택 전 대표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본인 스스로 대표직을 사퇴한다”며 “동지애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최근 국민중심연합(대표 심대평)과의 합당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발표한 점, 6·2 지방선거에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이 전 대표의 언급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당히 후보를 출마시켜 당선시킴으로 해서 자신들을 버린 한나라당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의미.
이와 관련 석 정책위의장은 “탈당 후 ‘박근혜 순혈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과 신당을 창당하겠다”면서 “국민과 박근혜만을 바라보면서 더 큰 길을 가겠다”고 밝혀 이 전 대표를 축으로 한 또 다른 친박신당이 선거 전 태생할 경우, 한나라당이 노린 보수표 결집 효과는 크게 힘이 떨어지게 될 것으로 전망이다.
여기더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서청원 대표의 형집행정지 문제와는 별개로 합당하는 희망연대에게 지분을 내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희망연대 간판을 걸고 출마를 준비중이던 후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때는 동지, 이제는 남남?
서청원 대표와 이규택 전 대표는 2007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 측에 섰다는 이유로 밀려난 대표적 친박인사들이다. 서 대표는 1996년 신한국당 원내총무를 거쳐 한나라당에서 사무총장과 당 대표를 지냈고, 2002 대선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을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다.
이 전 대표 또한 1996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원내총무와 경기도당 위원장, 당 최고위원 등을 하며 당 요직을 두루 거쳤고 한때 경기지사 도전을 고려했을 정도로 야심이 컸던 인물이다.
두 인사 모두 구 민주당 출신인사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걸어온 길과 정치노선도 비슷하다. 때문에 박 전 대표를 함께 지지했고 공천파동에 반발,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살아서 돌아오라’는 박 전 대표의 당부에 따라 지난 지방선거에서 친박연대를 원내 3당으로 끌어올려 놓는데 축이 됐던 인사들이다.
때문에 두 인사가 친박연대를 창당할 때도 일정부분 지분을 공동 소유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서 대표의 한나라당과의 조건없는 합당결정으로 인해 갈등을 빚어왔고, 이내 양측의 갈등은 희망연대의 내홍사태로 번졌고 이내 갈길을 달리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전 대표는 한동안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야인으로 돌아가 있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측근인 석 정책위의장 등은 그를 꾸준히 설득중이라고 전해졌다.
더욱이 5일부터 심대평 의원이 창당한 국민중심연합이 첫 공식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지방선거 체제로 들어가기로 한 가운데 이 전 대표 세력이 이에 힘을 보탤 경우, 한나라당의 충청권 공약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한 이 전 대표가 독자노선을 걷기로 하고 친박신당을 창당할 경우에도 8명의 비례대표는 아니더라 할지라도 대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동참할 것으로 보여 예측불허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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