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해진 반면, 위중증 환자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의심증상이 있어도 검사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으로, 치명률이 높은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이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2만3091명으로, 1주 전보다 660명 감소했다. 확진자 수는 10월3주 이후 5주 연속 증가하는 추세인데, 지난 18일부터 나흘째 전주 대비 소폭 감소 추세다.

이와 달리 위중증 환자 수는 465명으로, 지난 9월21일(494명) 이후 65일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나타냈다. 확진자와 위중증이 함께 증가하는 기존 유행 양상과 달라진 모습이다.
확진자 수가 더디게 증가하는 것은 '숨은 감염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이에 오히려 위중증·사망 증가 추세가 이번 재유행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의심이 되는데도 확진(검사)을 안 받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보고 있다"며 "검사를 강제할 수는 없고,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느는 것으로 보고 역으로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도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 7월 0.04%로 떨어진 월별 치명률은 8월 0.06%, 9~10월 0.07%로 다시 오르는 모양새다. 당국은 이와 관련, 모수에 해당하는 확진자 수가 유행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는 고령층의 면역감소에 따라 위중증, 사망 지표가 악화된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고위험군조차 백신 접종 필요성을 낮게 인식해 접종률이 떨어지고, 기존에 접종이나 감염으로 얻은 면역의 효과가 감소하며 중증·사망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를 안 받는다 해도 백신만 잘 맞으면 위중증, 사망이 이렇게 늘지 않는다"며 "고령층이 백신 접종 후 4~6개월이 지나면서 면역 감소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를 보면, 일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비율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한때는 한국의 백신 접종률이 높다고 자랑했는데, 지금은 중국과 함께 거의 바닥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래 환자들이 마지막 접종을 언제 받았는지 가물가물해 하고 추가로 맞나야 되냐고 묻는다"며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실종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미크론 대응 개량백신 추가접종률은 전날 기준 5.9%로 미국(10.1%), 일본(8.5%)과 비교해 낮다. 특히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고령층과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의 접종률이 17.3%, 17.6%로 상당히 저조하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3차 접종률(90.2%), 4차 접종률(44.2%)과 확연히 대비된다.
이제는 강제적인 진단·검사 정책을 쓰기 어려운 만큼,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예방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재유행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방역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고위험군 접종률 제고를 목표로 다음달 18일까지 '집중 접종기간'을 운영한다. 접종자에게는 현장접종 편의와 고궁 무료입장 혜택을, 지자체에는 포상을 제공해 접종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추가접종과 함께 중증·사망 위험을 40%가량 낮출 수 있는 '먹는 치료제'의 적극적인 처방도 당부했다. 그는 "최소 고위험층의 절반 정도는 처방이 돼야 하고, 특히 70세 이상은 100% 처방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