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섰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가 3.00~3.25%로 오르면서 한미 간 금리가 재역전돼 자본 유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또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2.25~2.50%인 기준금리는 3.00~3.25%로 인상됐다.

3월부터 시작해 이번까지 5차례 연속 인상되면서 미국의 기준 금리는 2008년 1월 이후 1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유지한 '제로(0) 금리 시대'를 종료했다.
이어 5월 0.5%포인트, 6월 0.75%포인트, 7월 0.75%포인트씩 기준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서 인플레이션 대응에 적극 나섰다.
이번에 단행된 자이언트 스텝도 지난 13일 8월 소비자물가(CPI·8.3%) 발표 이후에 시장에서 예상됐던 조치다.
지난 6월 9.1%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세가 7월(8.5%) 이후에는 더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실제 전망보다는 심각한 수준이란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8월 비농업 일자리(31만5천개 증가)가 시장 예상을 약간 상회하고 실업률이 3.7%를 기록하는 등 노동시장이 여전히 괜찮은 것도 연준의 결단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연준은 성명에서 "지출과 생산에 대한 지표는 완만한 성장을 보인다. 최근 몇 달간 일자리 증가는 견조하며 실업률은 낮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팬데믹 관련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높아진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 더 광범위한 가격 압박 등으로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고 금리 인상 결정 배경을 밝혔다.
앞으로도 연준의 이 같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 행보는 이어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다음 금리인상 규모에 관해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나와 FOMC의 견해로는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 "(점도표상) 올해 말 중간값은 125bp(1bp=0.01%포인트)의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 조치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을 다시 웃돌게 됐다.
연준이 지난 7월 재차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약 2년 반 만에 한국(2.25%)을 상회했다.
이후 지난 8월 한국은행의 0.25%포인트 인상 조치로 양국이 동일해졌으나 이번에 다시 격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도 올해 남은 10월, 11월 두 차례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웃도는 상태를 장기간 방치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 약세는 수입 물품의 환산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까지 부추길 우려가 있다.
실제로 연준의 이번 조치로 환율이나 물가가 더 뛰거나 외국인 자금이 유출 조짐을 보이면, 금통위가 7월에 이어 다음달 다시 빅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