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엄마와 살고 있는 사랑스러운 두 자매 진과 빈. 어려워진 형편 때문에 홀로 두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어진 엄마는 진과 빈을 지방에 사는 고모에게 맡기고 아빠를 찾으러 간다. 하지만 고모는 신세한탄을 하며 술만 마실 뿐, 두 자매에게 무관심하기만 하다. 엄마가 떠나던 날, 진과 빈은 돼지 저금통이 꽉 차면 돌아온다는 엄마의 약속에 메뚜기를 구워 팔고 큰 동전을 작은 동전으로 바꿔가며 조금씩 저금통을 채워나간다. 저금통이 꽉 차던 날 약속과 달리 엄마는 돌아오지 않고 얼마 뒤 두 자매는 다시 시골 할머니에게 맡겨지게 된다.
‘나무없는 산’은 부산에서 출생해 어린 나이에 LA로 이민을 가게 된 감독이 부산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 영감을 얻어 제작된 영화다. 너무 어려서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찾고, 또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의 의미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이 영화는 김소영 감독의 특유의 애정과 상처가 동시에 배어있는 작품이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돼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소녀의 갈등과 성장을 그린 첫 장편 데뷔작 ‘방황의 날들’로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독립영화제 대상,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김소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나무없는 산’. 생활고 때문에 엄마와 함께 살 수 없어진 진과 빈, 두 어린 자매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작품은 감독 특유의 탁월한 연출력으로 유수 영화제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뉴욕 타임스는 “ ‘나무없는 산’은 엄마가 두고 떠난 6살과 4살 된 자매가 술로 지새우는 고모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눈물이나 쥐어짜는 신파조 드라마는 아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짐이 되는 아이들
짐이 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원초적이고 원형적인 소재이자 동시에 사회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부모가 아이들을 버리거나 보호기관에 맡겨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진과 빈 역시 지방에 사는 고모 집에서, 시골에 사는 할머니 집을 전전하며 친척들에게는 짐만 되는 소녀들의 모습이 가슴을 파고드는 이유는 이것이 현실이자 나에게 가까운 드라마기 때문이다. 김소영 감독은 차분한 시선으로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소녀들의 쓸쓸한 희망을 애정과 슬픔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진과 빈, 두 자매가 입는 체육복과 공주 드레스는 시간이 갈수록 헤지고 너덜더덜해진다. 그리고 이들의 옷처럼 엄마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 역시 점점 희미해진다. 갑자기 낯선 환경에 처한 두 자매는 외롭고 희망이 없다. 희망은 진과 빈을 슬프게만 할 뿐이다.
‘나무없는 산’은 러닝타임 내내 음악 하나 없이 자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천천히 두 자매의 모습을 훑어간다. 그렇게 김소영 감독은 진과 빈을 조용히 응시한다. 건조하면서도 가슴 아픈 이 이야기는 언제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슬픈 현실이다. 누구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고 따뜻한 울타리가 필요한 진과 빈. 쓸쓸한 희망을 안으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두 자매의 모습은 아련하면서도 애틋하게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아역배우들의 열연 돋보여
‘과속 스캔들’,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의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극장가 흥행을 주도하는 트렌드로 아역배우들의 인기와 열연이 일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 역시 귀여운 두 소녀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 두 아이들은 ‘밀양’의 선정엽, ‘괴물’의 김동호처럼 비전문 아역배우들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찾은 귀여운 희연은 6살 언니 진을 맡아 조금은 까칠하면서도 순수한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해냈고, 오디션을 거쳐 빈 역을 맡게 된 김성희는 영화 내내 사랑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89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성인 배우들 못지않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 보이는 이 두 소녀의 모습은 심지어 능청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두 소녀는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는 동시에 이들의 반짝거리면서도 슬픈 눈망울은 영화에 큰 힘을 실어 넣는 주요한 원동력이다. 호주 아들레이드영화제 측은 두 자매를 연기한 두 소녀의 뛰어난 연기가 ‘나무없는 산’이 최고작품상을 수상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코코샤넬
감독 : 안느 퐁텐 배우 : 오드리 토투, 알레산드로 니볼라

마법의 세계 녹터나
감독 : 애드리아 가르시아, 빅토르 말도나도 목소리 : 아이마놀 아리아스, 나탈리아 로드리게즈, 박지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