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5.03 (토)

  •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대전 25.8℃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보은 25.4℃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특집

“농사를 포기하고 떠나고 싶지만…”

URL복사
오는 4월1일 정식으로 한·칠레 FTA가 발효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FTA 발효 후 대 칠레 교역에서 3억2,000만달러 정도의 무역흑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FTA를 통해 산술적으로 얼마나 이득을 보건, 고통을 담보로 하는 부분이 틀림없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이번 FTA 통과를 지켜보는 과수농가, 특히 포도농가는 망연자실 그 자체다. 포도의 현 관세는 45.5%. FTA 체결로 칠레산 포도가 생산되는 11월부터 4월에 한해 계절관세를 적용, 매년 4,55%씩 관세를 낮춰 10년 내 철폐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20일 대표적 포도 산지 가운데 하나인 경북 상주시 모동면을 찾았다. 마을 전체가 온통 포도밭이었다. 모동 포도는 지장산 자락에 있기 때문에 일교차가 커 알맹이가 탄력이 있고, 흙이 좋아 당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은 한창 하우스에 불을 넣을 시기다. 나무 손질도 해야 하고 거름도 줘야 한다. 한 해 농사를 잘 하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농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삶의 의미를 잃은 듯 도무지 기운이 없었다.

“포도농가 쑥대밭 될 것”

“생산비는 자꾸 오르고 소득은 줄어드는데, 이제 값싼 칠레산 포도까지 관세를 낮춰 들어온다니 포도 농가는 쑥대밭이 될 겁니다.”

줄이고 줄여 2,000여평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황재웅(38) 씨는 FTA가 발효되면 포도농가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우스 시설재배를 하는 농가들은 대비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11월부터 4월까지 계절관세를 적용받는 칠레산 포도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6월까지 유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5월부터 출하되는 국산 하우스 포도와 그 시기가 겹친다.

한편, 정부는 포도농가에 대한 대책으로 노지재배로의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황씨는 “정부다운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1,000평짜리 하우스 한 동을 지으려면 7,000만원 정도가 들어요. 언제는 시설재배를 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면서 돈을 빌려주고, 이제는 그걸 걷어내라니 말이나 됩니까? 도무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대책을 내놓는지 모르겠어요.”

또 폐원시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포도농사를 짓겠다고 융자받아서 생긴 빚이 1억5,000만원이에요. 다들 사정이 비슷해요. 폐원해봐야 보상금이 턱도 없어요. 농사를 포기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연대보증 선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잖습니까. 설령 폐원을 한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농사밖에 모르는데 다른 대안도 없잖아요.”







경북 상주시 모동면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황재웅 씨는 "칠레산 포도가 들어오면 포도농가는 끝장"이라고 말했다.

“발로 뛰고 대책 내놔라”
“유통시기를 조절해보려고 집집마다 저온창고를 짓느라 난리예요. 그런데 그게 또 빚이거든요. 수확기에 내린 비에 맞아 알맹이가 터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하우스는 못 하더라도 비가림은 해야 하니 그것도 빚. 도대체 빚 안 지고는 농사를 지을 방법이 없어요.”

포도나무를 손질하던 김영호(35) 씨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저온창고는 10평 면적에 1,500∼1,700만원이 든다고 한다. 또 비가림 하는 데도 1,000평에 400~500만원은 든다.

비가 많이 내렸던 작년, 비가림을 하지 않은 농가는 수확을 거의 포기했다. 김씨의 경우도 그랬다.

“어디 볼 것 없이 포도송이가 다 떨어졌어요. 수확은 무슨? 살길이 막막합디다.”

재해로 인한 피해였지만 정부는 그에게 단돈 17만2,000원의 보상을 해줬다. 농약값도 안 되는 돈이었다. 벼농사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포도농사야 망쳤건 말건 벼농사와 합쳐서 따지면 크게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계산법이었다. 그는 “일조량부족, 비로 인한 열과 등은 재해보험에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이번에 보험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데 솔직히 못 미덥다”고 말했다.

모동면에서 만난 황씨와 김씨 그리고 다른 농민들 모두 정부가 탁상행정을 하지말고 직접 발로 뛰면서 현실을 파악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과수농가에 직접 영향
FTA가 발효되면 피해를 입는 것은 포도농가뿐만이 아니다. 참다래도 연차적으로 관세를 줄여나가 10년 안에 완전 철폐한다. 따라서 참다래농가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됐다.

한국참다래연합회 정운천(59) 대표는 “기본적으로 가격경쟁은 힘들기 때문에 품질개선과 유통분야에서 승부를 걸어볼 셈이지만 힘들다”면서 “정부가 시장을 열어버렸으니 우린 목숨을 걸고 뛸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사과와 배는 이번 협상에서 제외됐다. 그렇다고 피해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지난 2000년 캘리포니아산 오렌지가 우리나라에 수입됐을 때 유사종인 감귤농가만 타격을 받은 게 아니었다. 거의 모든 과수농가가 휘청거렸다. 소비자들은 한정된 돈을 가지고 과일소비를 하는데 오렌지를 많이 사게 되면 다른 과일은 적게 사게 마련이다.

참다래처럼 10년 안에 관세가 철폐되지만 유통시기가 겹치지 않기 때문에 별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정부가 말하는 복숭아나 도하개발아젠다(DDA) 이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한 감귤이나 위기인 것은 마찬가지다.

제주도 상예마을 감귤작목반 오병석(59) 회장은 “칠레산 포도가 들어오고 순차적으로 다른 과일 관세가 철폐되면 감귤농가는 끝장”이라고 말했다. 오 회장에 따르면 감귤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폐원농가가 늘고 있는 추세다. 그 역시 올초 3,000여평에 달하는 노지 감귤나무를 모두 뽑아 버렸다. 그는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 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FTA가 발효되면 모든 과수농가가 생존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윤석열 前 대통령 직권남용 혐의 추가 기소도 지귀연 부장판사에…형사25부 배당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중앙지법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추가기소도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에 배당했다. 법원이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사건을 '내란 전담' 재판부에 배당했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을 심리하게 됐다. 형사합의25부는 현재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피고인들의 사건을 전담 중인 재판부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대령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 모두 형사합의25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형사합의25부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도 결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이 만료된 후 공소제기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전날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 1월 26일 윤 전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만 구속 상태로 재판에 남겼다. 다만 당시에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

정치

더보기
한덕수, 대선 출마 선언…"2년차 개헌, 3년차 대선·총선 동시 실시"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 전 총리는 취임 첫해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 차에 개헌을 완료하고, 3년 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동시 실시할 것을 공약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민께 드리는 약속’이라는 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여 이같이 밝혔다. 먼저 한 전 총리는 '즉시 개헌'을 약속했다. 그는 "임기 첫날 '대통령 직속 개헌 지원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차에 개헌을 완료하고 3년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와 국민들이 치열하게 토론해 결정하시되, 저는 견제와 균형 즉, 분권이라는 핵심 방향만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과 국회가 견제와 균형 속에 힘을 나누어 갖고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다같이 사라지게 만드는 것, 협치가 제도화되고 행정이 효율화되어 우리 정치와 우리 정부가 진정으로 국리민복에 이바지하는 것이 올바른 개헌이고 추구해야 할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두번째는 '통상해결'

경제

더보기
우리금융, 디노랩 충북2기 발대식... 충청권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우리금융그룹(회장 임종룡)은 지난 29일 충청북도 오창에 위치한 디노랩 충북센터에서 충청권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디노랩 충북 2기’ 발대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디노랩 충북 2기부터는 지난해 12월 공식 출범한 충청광역연합(충북·충남·대전·세종)의 지역 확장을 반영해 선발대상을 충북에서 충청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이번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ESG, 펫테크, 헬스케어, 플랫폼, 모빌리티,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 역량을 갖춘 △디지털뉴트리션 △린솔 △못난이마켓 △바맘 △빅토리지 △포네이처스 △프레쉬아워 등 총 7개사다. 이날 발대식에는 우리금융그룹, 충청북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관계자 및 선정된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석해 상호 협력과 동반성장의 뜻을 모았다. 충청북도는 대규모 창업펀드 조성,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 등 체계적인 창업 생태계 조성 전략을 지속 추진중이며, 디노랩 충북센터는 이러한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지역 유망 스타트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유망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협업모델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충북을 비롯한 충청권의 우수한 창업 인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