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투표일 D-6일 전후의 여론흐름이 그대로 선거결과로 예외 없이 이어졌다. 이른바 ‘블랙아웃’, ‘깜깜이 선거’라고 불리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한국갤럽의 13~19대 대선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투표일 10일 전쯤에 치러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린 후보는 모두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여론조사에서 접전이 펼쳐졌던 1992년 14대 대선과 1997년 15대 대선, 2002년 16대 대선과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모두 반 발짝이라도 앞선 후보가 결국 승리했고 예외는 없었다.
다만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크고, 막바지에 후보 단일화라는 메머드급 이슈가 터져 지난 대선의 흐름이 그대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예측불허의 판세다.
7개 조사 가운데 6개서 오차범위 내인 0.1∼5.7%포인트 차이의 접전이었고, 한곳서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 우위였다. 다만 윤석열 후보가 초박빙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1위를 유지하는 조사가 많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얼마든지 이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조사 결과이기 때문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리얼미터가 뉴시스 의뢰로 2월 28일~3월 1일까지 조사한 결과는 윤 후보는 46.3%, 이 후보는 43.1%이었다. 두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내인 3.2%포인트였다.
‧에이스리서치가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등의 의뢰로 2월 27∼28일 조사한 결과에서는 윤 후보 44.6%, 이 후보 43.7%로 집계됐다. 역시 격차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내인 0.9%포인트였다.
‧글로벌리서치가 JTBC 의뢰로 2월 28일 3월 1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42.3%, 이 후보가 36.6%였다. 격차는 오차범위(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내 5.7%포인트다.
‧일요신문의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2월 28일∼3월 1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윤 후보가 44.9%, 이 후보가 42.1%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내 2.8%포인트 지지율 차이를 보였다.
‧미디어리서치가 OBS 의뢰로 2월 28일∼3월 1일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45%, 윤 후보가 44.9%였다. 두 후보 간 격차가 불과 0.1%포인트(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차로 초접전 양상이었다.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 선두인 조사 결과도 있다.
‧PNR이 2월 26일∼3월 1일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46.5%, 이 후보가 42.5% 였다. 두 후보의 격차는 4%포인트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1.5%포인트) 밖 이었다.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결과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 표심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는 유권자들이 존재해 최종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른바 ‘샤이 표심’의 존재다.
KOSI가 2월 25∼26일 무선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는 윤 후보 45% 이 후보 43.2%로 두 후보 간 격차는 1.8%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런데 KSOI가 같은 기간 무선 전화면접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이 후보가 43.8%, 윤 후보는 36.1%였다. 두 후보 간 격차는 7.7%포인트로 이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했다. (표본오차는 모두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동일 기관이 동일 기간에 실시한 여론조사인데도 조사 방식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오고 있는 점이 '샤이 이재명', '샤이 윤석열' 표심이 존재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거론된다. 이번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으로 치러지는 탓에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의사 표명을 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이 존재한다는 해석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샤이 표심’ 존재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강성 지지층이나 2030 여성을 중심으로 그동안 이 후보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은 일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진보와 보수 각 진영의 결집이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최대한도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샤이 윤석열’, ‘샤이 이재명’ 다 없다”고 보았다.
선거 막판에 지역 표심이 어느 후보에게 쏠릴지도 중요한 변수다.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과 충청 지역의 표심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지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 2007년 대선을 제외한 역대 대선에서 진보진영에 더 많은 표를 주었던 서울 지역과 대선 승패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 지역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세대 표심도 2022년 대선판을 크게 흔들 수 있는 핵심 변수다. 역대 대선을 보면 30대 이하는 ‘진보진영 후보’를, 50대 이상 연령층은 ‘보수진영 후보’를 강력히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금 2030세대가 ‘탈이념화’ 경향을 보이면서 이들의 표심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4·7 재보선에서 ‘2030세대는 진보’라는 공식이 깨졌지만, 다가오는 3·9 대선에서 이들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