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운동 총선 정국 주도 낙천·낙선·당선 운동 봇물 후보 선정 객관성 논란, 야권 반발 심화 |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총선시민연대’를 조직해 낙천·낙선운동을 시도했었다.
그 결과 총선시민연대는 각 당의 공천후보 102명 중 44명(43.1%)을 경선 과정에서 탈락시키고, 본선에선 총 86명의 후보 중 59명(68.6%)을
낙선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또한 낙천·낙선운동은 유권자가 정치의 주인으로 바로서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큰 의미를 남긴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운동이 오는 4·15 총선에서 재연된다. 역시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문화연대 등이 주축이 돼 결성된 ‘2004 총선시민연대’(총선연대)가
이끈다. 이번 낙천·낙선운동이 특징은 여성, 학생, 종교, 환경 등 각 부문과 지역에서 조직이 결성돼 폭넓은 활동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새로운 형태의 유권자운동인 ‘당선운동’과 경실련 등이 지난 총선에서 펼쳤던 후보자 정보제공운동 등이 다시 진행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지난 16대보다 더욱 다양한 유권자 운동의 실험장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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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열린 총선시민연대 발족식에서 대표자들이 카드섹션을 선보이고 있다. |
낙천·낙선운동, 부문별 지역별 운동 확산
지난 3일 발족한 총선연대는 5일(66명)과 10일(43명) 2번에 걸쳐 109명의 낙천 대상자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유권자 운동에 돌입했다.
참여연대 외 279개 단체로 구성된 총선연대는 부패행위, 선거법 위반, 반인권·민주헌정질서 파괴, 불성실한 의정활동, 도덕성과 자질
등의 공천 부적격자 선정 기준을 마련하고, 대상자를 발표했다.
16대 국회의 뺏지를 달았던 303명의 전현직 의원을 대상으로 선정한 1차 낙천자는 총 66명. 이중 한나라당 32명, 민주당 20명,
우리당 7명, 자민련 3명, 국민통합21 1명, 하나로국민연합 1명, 무소속이 2명이다.
총선연대는 낙천대상 선정과 관련, “차떼기, 책떼기 등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따른 부패정치인 퇴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총선시민연대의
여론조사 뿐만아니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부패연루 정치인에 대한 낙천-낙선요구가 압도적이었다”고 말해 부패비리를 최우선 잣대로 삼았음을
밝혔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원외인사와 1차 선정작업에서 보류된 의원을 추가검토한 후 2차 낙천자 43명을 발표했다. 2차 낙천선정기준은 원내인사를
대상으로 한 1차 낙천선정기준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는게 총선연대측의 설명이다. 선정경위와 기준을 설명한 김동환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교인
연대대표는 “1차 낙천대상자 우선 선정기준 중 부패비리연루자, 헌정파괴-반인권전력은 여전히 우선 선정기준으로 적용되었지만, 경선불복 및
상습적 철새 행태는 유권자 대표성 부분에서 (원외 인사가) 현역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에서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낙천대상자 발표이후 정치권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만큼 총선연대의 활동에 높은 관심과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열린우리당을 제외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은 “권력 밖에서 정당하고도 합리적으로 권력을 감시해야 할 시민단체들이 법테두리를 벗어난
것에 책임 묻기 위해 선관위 고발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총선연대는 부문별 지역별 연대조직을 발족하거나 준비중에 있다. 보다 조직적이고 능동적인 운동을 위해서다. ‘2004
총선 전국대학생연대’ ‘기독교총선연대’ 등이 발족을 준비중이고, 지역별 모임으로 광주·전남 총선연대가 지난 2일 발족한데 이어, 3일에는
성남 총선연대가 출범했다. 전북 대전 충남 경남 충북 등의 지방조직과 수도권 지역의 총선연대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10일 만난 총선연대
한 관계자는 “이 달 중순 정도에는 각 부문별, 지역별 모임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반핵반김청년운동본부 등 19개 보수 시민단체로 구성된 ‘바른선택 국민행동’도 3일 발족식을 갖고 1차 낙선·당선 대상자 7명을
선정하고, 이들에 대한 “정보 공개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물갈이연대 ‘당선운동’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와 정대화 상지대 교수 등 시민단체·학계인사가 중심이 된 ‘2004물갈이연대’도 지난 1월15일 출범식을 갖고 당선자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 단체는 이달 중에 후보자 평가활동 등을 통해 당선 후보를 선정하고, 4월 초순 공식선거운동기간에 당선운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대화 교수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선거구 별로 각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국민후보를 선택한 뒤 인터넷
홈페이지나 지역구민에 대한 직접 또는 전화접촉을 통해 전국적 지지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갈이연대는 부패와 비리, 선거법 위반, 납세·병역의무, 반인권 전력 등 후보의 ‘도덕성’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개혁성(30) △주요
정책에 대한 태도(30) △의정활동 성실성(20) △전문성(10) △정치 발전 기여도(10) 등 5가지 기준에 따라 지지·당선운동 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한편,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가 일찌감치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표방하며, 여성계 인사 당선운동을 선언했으며, 50여명의 조합원이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설 예정인 민주노총도 지지당선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시민단체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을 이유로 낙선·당선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공명선거실천시민협의회(공선협)
등은 인터넷을 통한 정치인 정보제공운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공선협은 유권자 캠페인과 예비경선참여 시민운동, 장애인 투표참여 운동을 벌이고,
경실련은 후보자 정보공개운동과 정당별 정책비교, 부정선거 감시활동을 진행한다.
당선, 낙선운동 불법 아니다
일부 유권자운동의 불법성 논란과 관련해 현재 선거법을 살펴보면, 당선 낙선운동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2000년에 개정된 선거법 58조와
87조는 낙천 낙선 지지 당선운동 모두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3월 30일 후보자 등록 마감 이전까지의 모든 사전 선거운동은 허용되지
않고 현수막과 피켓 등 시설물 이용(90조), 유인물 배부(93조), 집회개최(103조) 등이 제재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일부 제재조항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참정권, 알권리, 행복추구권, 언론,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어 유권자의 권리를 좀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