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버라이어티쇼
일본 영화의 즐거움 중 하나는 오타쿠적인 것에 있다. 전문적인 세계를 꼼꼼히 보여줌으로써 섬세한 마니아적 취향을 만족시키는 영화가 많다. ‘해피 플라이트’도 이런 경향을 가진 일본 영화 중 하나다. 유쾌한 코미디와 따뜻한 드라마를 선사하는 작품이야 얼마든지 많다. 하지만 ‘해피 플라이트’ 만큼 비행기에 대해 당신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는 영화는 단연 없다.
이 영화는 조종사와 스튜어디스는 물론 관제탑 통제실 공항직원 정비사 조류퇴치반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들의 신기한 세계를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왜 조종사들은 각자 다른 식사를 해야 하는지 왜 불필요해 보이는 모자를 써야 하는지를 알게 되고, 겉보기와 달리 숨가쁘게 돌아가는 스튜어디스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좌석배치의 원리, 정비사들의 엄격한 규칙, 관제탑과 통제실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세세하고 리얼한 묘사는 관객들이 극장에 앉아서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100분 동안 비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따라서 ‘해피 플라이트’의 존재 가치는 다큐 적인 것에 가깝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생생한 전달은 상당히 흥미롭다. 이 영화 최고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조화
영화 속 캐릭터들이 빛을 발하는 것 또한 리얼한 공간의 미덕에 있다. 캐릭터들은 비행과 관계된 구석구석의 나사와 같은 모습이면서 동시에 인간적 면모를 갖고 있다. 자신의 상상과는 너무나 다른 객실의 모습에 당황해 실수를 연발하는 초보 스튜어디스, 몇 년 만에 데이트 약속했다 하면 비상이 걸리는 지상직원, 완벽하고 냉정해 보이는 조종사들은 식사메뉴를 놓고 은근히 신경전을 벌인다.
신혼여행을 떠나야 하는 신부는 비행기공포증으로 탑승을 거부해 소동을 일으키고, 온화한 신사의 얼굴을 한 승객은 언제 그랬냐는 듯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까탈스러운 승객으로 돌변한다.
한편 전형화된 캐릭터들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서 있는 현장에서 섬세하게 제 역할을 해내기 때문이다. 그 많고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위기를 극복해가는 모습은 잘 맞물린 수 많은 나사와 톱니바퀴의 유려한 움직임을 연상시킨다.
기체결함이 발견돼 긴급 회항이 결정되고 설상가상으로 공항에는 태풍이 몰려오는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캐릭터들의 변화는 비행과 관계된 구석구석을 나열식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를 하나의 드라마로 이끌어나가는 주축이 된다.
남고생들의 싱크로나이즈 도전기 ‘워터보이즈’, 대책 없는 소녀들의 재즈밴드 활약상을 그린 ‘스윙 걸즈’ 등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해피 플라이트’는 새로운 일에 도정하는 청춘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관객들에게 생소한 그들만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비행 프로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표현해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2년에 걸친 취재 기간과 100여명이 넘는 항공 관계자들과의 인터뷰가 있었다고 한다.
영화 ‘매직 아워’ ‘싸이보그 그녀’ 등을 통해 스타로 떠오른 아야세 하루카의 상큼한 매력도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든다.
퍼블릭 에너미
감독 : 마이클 만 배우 : 조니 뎁, 크리스찬 베일, 마리안 코티아르

도시락
감독 : 여명준 배우 : 이상홍, 여명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