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작품을 알아본 단 한 사람
파리의 북동쪽의 작은 마을 상리스.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세라핀. 그녀는 땔감이나 집세 낼 돈마저도 모두 털어 그림 재료를 사들이고 들꽃이나 풀, 심지어는 교회의 촛농까지도 훔쳐다가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 그림을 그린다. 세라핀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비웃고 조롱할 뿐이다. 예술가로서의 성공도, 돈이나 명예를 위해서도 아닌 오로지 자신의 본능에 따라 그림에 몰두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그녀에게 운명처럼 한 사람이 찾아온다.
그녀를 알아봐 준 단 한 사람은 빌헬름 우데. ‘피카소’의 그림을 가장 먼저 구매하고, 하급 세관원이었던 ‘루소’의 전시를 기획할 만큼 뛰어난 심미안의 소유자인 그는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파리를 떠나 시골마을 상리스에 터를 잡고 아파트를 빌린다. 집주인은 세라핀에게 빌헬름의 시중을 들게 하고 두 사람은 고용주와 고용인으로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저녁, 주인이 베푼 만찬에 참석한 빌헬름은 우연히 그림 하나를 발견하고 한눈에 화가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다. 화가의 이름을 묻는 빌헬름의 질문에 집주인은 세라핀이 그린 그림이라고 경멸조로 말하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그림을 사겠다고 선언한다.
오랜 시간 홀로 그림을 그려온 세라핀과, 시골 촌구석에서 생각지도 못한 보석을 발견한 빌헬름의 기묘한 관계가 시작되고, 드디어 그의 재정적 후원에 힘입어 세라핀의 천재성이 빛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천재성은 점차 광기로 변해 간다.
오감을 자극하는 영상미학
일명 ‘상리스의 세라핀’이라 불렸던 프랑스의 여류 화가 세라핀 루이는 그녀만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화풍을 완성한 예술가임에도 고국인 프랑스와 그녀의 독특한 화풍에 매혹된 일부 컬렉터 사이 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는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생전 처음 듣는 세라핀 루이라는 화가의 인생을 추적하게 됐다. 그리고 읽게 된 ‘상리스의 세라핀’이라는 전기 한 권으로 고되고 비천한 하녀 일을 하면서 뛰어난 예술 작품을 탄생시켰던 특이한 이력의 천재 화가를 발견한다. 이 영화를 계기로 자국에서조차 점점 잊혀져 가던 세라핀 루이의 삶과 작품세계가 갑자기 화재로 떠올라 회고전이 열리고 책이 출판되는 등 프랑스에 하나의 신드롬을 형성하기도 했다.
영화의 미덕은 천재 예술가의 감수성과 미학을 제대로 전달하는 아름다운 영상미에 있다. 영화는 광기와 열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차가운 이성적 시각을 견지하며 전달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섬세한 영상은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며 천재 예술가의 내면의 풍경을 보여준다.
파란만장한 예술가의 삶을 소재로한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드라마틱한 캐릭터와 스토리 또한 감동적이다. 특히 세라핀 역을 맡은 벨기에 출신 배우 욜랭드 모로의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폭발적 에너지를 전달하는 신들린 연기는 압권이다. 극의 초반에는 고된 노동에 찌든 중년 여인의 외형에 아이와 같은 천진한 내면을 표현해냈다면, 후반부에는 그림에 집착하는 광기 어린 예술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욜랭드 모로는 연기가 아닌 세라핀 루이의 부활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자르 영화제’뿐만 아니라 ‘카이로 국제 영화제’ ‘프랑스 영화 평론가상’ ‘뤼미에르 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여우주연상 4관왕’을 달성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10억
감독 : 조민호
배우 : 박해일, 박희순, 신민아, 이민기, 정유미, 이천희

세비지 그레이스
감독 : 톰 칼린
배우 : 줄리안 무어, 스테판 딜런, 에디 레드메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