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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김구림, 말기암 투병 중 <음과 양> 개인전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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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전시
<음과 양>주제 평면 작업과 오브제, 드로잉 등 모두 30여점
작가 "이번이 마지막 개인전 될 것 깉다"며 인사
10월 17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시
‘음과 양’ 신작 20여점 포함 30여점 출

 

김구림(85) 화백이 혼신의 불꽃을 태운 뜻깊은 개인전을 10월 17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소개된 작품들은 ‘음과 양(Yin and Yang)’을 주제로 한 신작 20여점을 포함한 평면 작업과 오브제, 드로잉 등 모두 30여점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음양(陰陽) 시리즈 작업은 김 화백이 1980년대부터 시작한 것이다. 작품을 관통하는 대표 주제인 ‘음양’은 동양의 이치를 담고 있는 단어이다. 작품은 양극 혹은 전혀 관계없는 두 이미지가 디지털 이미지와 아날로그적인 붓질로 한 화면속에 공존하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생명의 힘을 보이듯 휘리릭 순식간에 휘저어놓은 듯한 작품 ‘음과 양(Yin and Yang)’을 비롯해, 성적 코드를 담은 작품들과 펼쳐진 성경 위에 빨간 하트와 작은 해골 오브제가 정중앙에 자리한 작품, 디지털프린트 위에 페인팅한 작품, 사진 설치 작업 등이 눈길을 끈다.

 

입체 작업과 오브제 작업에서는 여러가지 쓰지 못하는 페기물을 이용하여 그것들에 생명을 부여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켜 과거와 현재를 한 자리에 정지시킴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신화를 창조한다. 나무 패널 위에 금속, 케이블, 바이올린 몸통, 털 등을 붙여 제작한 ‘Yin and Yang 11-S.9’(2011) 작품처럼 다양한 물질이 섞여 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그 예다.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가 담긴 동시에, 현대인을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 또한 내포되어 있다.

 

김 화백은 2016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참여할 당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여해 자신의 작품세계, 철학 등에 대해 열정적으로 표현했었다.  당시 이승택(89) 원로조각가와 용호상박의 에너지를  내뿜는 가운데 서울과 순천을 오가며 작품을 설치하면서 강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작가의 투병 소식에 안부 전화를 드렸다. “지금은 작업장에 나가기도, 사람 만나기도 힘들다”는 김 화백은 “2년 전 우연히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을 때 이미 말기 암이었다”면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마무리 짓고 싶은 작품도 많지만 이제는 더 이상 욕심낼 수도, 그럴 힘도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2016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때만 해도 펄펄 날며 활동했다”고 말한 김 화백은 “어쩌면 그때도 이미 암이 진행중이었을지 모르겠다”고 말해 아쉬움을 더했다. 그에게 원하는 만큼의 작업 시간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 가득했다.

 

김 화백은 다방면에 걸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 예술가다. 미술가로는 195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회화와 판화, 조각, 도자, 자수, 사진, 설치미술을 비롯하여, 퍼포먼스, 대지미술, 비디오아트, 메일아트 등 다채로운 미술을 보였다. 하지만 그 외에 실험연극, 실험영화, 전위음악, 전위무용, 무대미술, 패션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참여하며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그는 미술을 선택한 것에 대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100%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미술을 주로 했다. 나를 그냥 예술가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음악도 작곡, 발표했던 그는 “젊은 때는 내 스스로 첨단을 걸었고 그러다보니 ‘미친놈’이라고 욕을 많었지만, ‘내가 처음’이라는 자부심이 컸다”고 말해왔다.

 

김 화백은 50여년 전에도 남달랐다. 1969년에는 국내 최초 실험영화로 평가받는 ‘1/24초 의미’를 제작하기도 해서 평단을 놀라게 했다. 이듬해인 1970년에는 한강변 경사진 둑을 불태우는 대지미술 ‘현상에서 흔적으로’(1970)을 시도했다. 같은 해 명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서울국제현대음악제에서 백남준 작품 '피아노 위의 정사' 연출을 맡았다.

 

하지만 선구자는 늘 외로운 법이다. 학연 중심의 국내 미술계에서 그는 아웃사이더였다. “외국에서는 대접받았지만 국내 화단에서는 아웃사이더로 살아왔다”고 말해온 그는 “가슴에 맺힌 것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1985년 미국 뉴욕에서 백남준과 2인전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현지 화단의 주목을 받다가 2000년 귀국했다.

 

영구 귀국 직전 한국에 나왔을 때 기자와 만난 작가는 자신의 작품가가 2중으로 되어 있는데다가 자신에게 계산되는 가격과 시중가가 10배 차이가 나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귀국했다고 당장 상황이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어려운 상황은 지속되었고 김 화백의 작품 세계가 재평가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김 화백은 “2000년 미국에서 귀국했음에도 먹고 살 것을 걱정하고 작품 활동도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고 언론에 털어놓은 바 있다.

 

일본, 프랑스, 미국 뉴욕과 LA 등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김구림 화백은 런던의 테이트모던에 ‘태양의 죽음(Death of Sun)’(1964),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에 ‘Circumstances’(1971)가 소장돼 있다. 2012년과 2016년에 테이트모던에서 열린 전시에 그의 작품이 소개되었고,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1969)가 성황리에 상영되었다.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2012년 개최된 <A Bigger Splash:Painting after Performance> 전시회에서는 잭슨 폴록, 데이비드 호크니, 쿠사마 야요이 등 전세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테이트 라이브러리 스페셜 콜렉션에 김구림 아카이브가 소장되어 있기도 하다.

 

 

김성호 독립큐레이터 및 미술평론가(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는 “김구림 작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는 작가로 젊은 시절의 창작 세계에 대한 재조명은 물론 최근의 포토, 설치 작업에 대한 조명과 평가 작업이 활발하다”고 평했다.

김 화백은 특정한 스타일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기존 미술의 진부한 관념과 획일적 사고를 이탈하여 현대미술의 이념과 스타일을 독특하게 체화시킨 작가다. 그에게 늘 수식어처럼 ‘최초’란 말이 따라다닌 이유다. 1969년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구성하고 1970년 제 4집단 결성에 앞장서며 한국전위예술의 흐름에 중요한 족적을 남겨 후배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현재 그는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실험미술을 조명하는 공동기획전에 출품하기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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