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과 초현실을 독자적인 풍경화로 그려온 중견작가 반미령(56)이 조선시대 대표 화가 안견(15세기)과 겸재 정선(1676~1759)을 오마주한 이색 풍경화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가이아가 기획 초대전으로 마련한 <Encounter, 신세계를 꿈꾸며>전(5월 19일~6월 7일)이 그 현장이다.
4~5년 전 전시회에서 조선시대 대표 화가 안견과 정선을 새롭게 만나고 “너무 황홀했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안견의 걸작 ‘몽유도원도’와 정선의 ‘금강내산’을 오마주한 작품 ‘Encounter-안견과 만나다’ ‘Encounter-정선과 만나다’를 내놓았다.

수백년전의 화가지만 마치 오늘 바로 옆에 있는 대선배 화가를 만난 듯 기뻤다는 그는, 절세의 그림이라 일컬어지는 안견의 비단채색화 '몽유도원도'와 겸재 정선의 비단담채화 '금강내산'(보물 제1949호)을 각각 아크릴화로 원본에 가깝게 그린 후, 자아를 상징하는 복숭화 나무와 복숭화, 또 영원성을 상징하는 푸른 하늘과 바다가 보이는 창과 아치형 출구, 과거의 흔적을 담은 벽 등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법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먹으로 그린 선조의 그림을 아크릴로 섬세하게 그려내려면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 반미령 작가는 '몽유도원도'와 '금강내산'의 재현을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 · 미래가 서로 중첩되고 통하는 새로운 ‘만남’을 보여준다.
3년만에 갖는 20회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반미령 작가는 8호부터 100호에 이르는 작품 23점으로 작가만의 독창성으로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경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유화를 전공한 작가는 아스라한 파스텔 공간들이 이어지고 엇갈리는 신비한 장면을 통해 현실 너머 존재하는 또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하며 일상 속에 가려져 있던 ‘나’의 진실한 내면에 대해 사색하도록 이끈다.

경기도 파주에서 정원을 가꾸며 생활하면서 작업도 하고 있는 그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이 이어진 벽면 너머로 보이는 광활한 자연의 전경, 그 환상적 풍경 안에 삶에 대한 사색을 캔버스에 담아내며 호평을 받아왔다.
롤러로 물감을 쌓아올려 거친 화벽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벽은 화면 안에서 끝없이 이어지며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을 통해 ‘지금 나’의 균형점을 찾도록 이끈다.
작가는 옛 건물의 흔적이자 역사에 대한 은유로 존재하는 벽과 화병 안에 높인 꽃을 함께 배치하며 무한한 시간 속에 현재를 살아가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대비시키곤 한다.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질문도 던진다.
화려한 꽃을 통해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시절’이 있다고 말하는 그는, <Encounter, 신세계를 꿈꾸며>란 제목 아래 꿈과 현실의 만남, 과거와 현재, 미래의 만남, 공간과 생명의 만남 등을 말한다.
그는 '창'이라는 소통의 공간과 하늘·바다라는 열린 공간을 대비하는가 하면, 매끈한 투명함과 거친 마티에르의 질감을 대비시켜 만나게 하고, 또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 의식과 무의식,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현실과 환상의 대비와 ‘만남’을 보여준다.

작가는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현재의 시간, 그리고 과거와 미래까지 내다보며 스스로가 어디에 서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기 바란다”면서 "살면서 중심을 잃어버릴 때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