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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 컬처] 순교터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부처와 대중의 아픔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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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개관2주년
종교 벽 허문 '현대불교미술전-空'
6월30일까지 개관2주년기념전
국보301호 '괘불' 복원후 첫외출

 

한국 최대 가톨릭 순교성지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 종교의 경계를 허물고 시대의 아픔을 예술로 품었다. 

개관 2주년을 맞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은 12일 특별 기획전인 현대불교미술전 <공(空)>을 오픈했다. 열린 복합문화공간의 면모도 한껏 펼쳐보였다.  

 

로마 교황청이 선포한 국제순례지인 이곳에 조선시대 대표 불화 ‘화엄사영산회괘불’(국보 301호)이 걸려 중후한 불교의 향기를 내뿜는 가운데, 현대미술작가 13인이 불교 사상 공(空)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강용면 김기라 김승영 김태호 노상균 윤동천 이수예 이용백 이인 이종구 이주원 전상용 천경우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참여 작가들은 한점한점 빼어난 조각, 회화, 설치, 영상 등을 출품했다.   

 

 

김영호 예술감독(중앙대 교수)은 “‘사상사적 전환기이자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과연 박물관과 종교기관이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하고 미술위원들이 협의한 끝에 종교적 경계를 넘어 불교의 ‘공(空)’을 주제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전시의 주요 개념은 ‘관세음(觀世音)-세상의 소리를 보다’.  정치 사회적 이슈, 생태 환경 문제, 개인의 삶의 업보들을 담은 세상의 소리에 대해 성찰해보고자 했다. 불교미술의 현대적 계승을 모색하는 이번 전시의 전시명 ‘공(空)’은 불교의 근본 사상이다. 空 사상은 모든 것이 인연에 따라 생기는 것일 뿐 고정불변의 실체는 없다고 가르친다. ‘스스로 존재하는 본성이 없다’는 뜻의 ‘무자성(無自性)’으로 풀이된다.

 

 

실험적인 현대 미술품에 앞서 국보 301호인 ‘화엄사영산회괘불’을 먼저 만나 보자. 괘불은 사찰에서 큰 법회나 의식 때 법당 앞뜰에 걸어두는 대형 불화다. 관람객을 압도하는 화엄사영산회괘불은 조선 효종 4년(1635) 때 제작된 것으로, 높이 12.08m, 폭 7.69m짜리 국내 최대 괘불이다. 이 괘불은 2008년 국립박물관의 ‘괘불전시’에 첫 출품 후 보존수복을 마치고 대중에게 처음 소개되는 것이다.

 

이 괘불의 본래 소장처는 전남 구례군에 위치한 화엄사. 불교중앙박물관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지낸 문화 전문가겸 화엄사 주지인 덕문 스님이 이웃종교 화합 차원에서 열리는 이번 미술전의 취지에 공감해 흔쾌히 대여해 특별 출품이 가능했다 한다.

 

화엄사영산회괘불은 괘불 중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제작되었다. 짜임새 있는 구도와 세밀한 필선, 밝고 화려한 색채 등으로 조선 후기 불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또 24폭의 삼베를 이은 화폭에 그린 것으로, 석가의 영산회 법회 장면을 그린 것이다. 석가모니 옆에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있다. 석가삼존 뒤에는 석가의 10대 제자들이 서있다.

 

 

김영호 감독은 “요즘 시국이 어려운 만큼 박물관이 이런 주제를 다루어야 할 소명이 있지 않느냐”면서 “출품작 한점 한점이 수작들로 70%가 신작”이라고 밝혔다.  

 

이번 출품작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작품은 박물관 계단 아래 소외된 한평 남짓 공간에 설치된 윤동천의 설치작품 ‘너는 나다’. 작품 제작 동기를 알게 되면 가슴앓이가 시작된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의 참변이 작품의 직접 계기가 됐다.

 

작가는 참변을 당한 고인의 가방에서 나온 유품(컵라면, 물휴지, 배터리, 수첩 등)과 같은 일상 오브제를 함께 전시했다.  

LED로 ‘나는 너다’가 떴다가 사라지면 ‘그리고’가 나타나고, 이어 ‘너는 나다’라는 문구가 흐른다. OECD 가입국 중 최고의 산업재해 사망률을 기록하는 우리의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가슴이 아려오는 작품이다.

 

 

순교 성인 5인의 유해를 모신 박물관의 핵심 공간 콘솔레이션홀에는 김기라의 ‘장님-서로 다른 길’(2018), ‘세기의 빛-정토 16-01’(2016)가 설치되어 있다.

규모 면에서 일단 압도한다. 영상감독 김형규와 공동 작업한 두 작품은 각각 10여분 분량의 영상 이미지 작품으로, 박물관 내 순교자 5인의  콘솔레이션홀의 드넓은 벽면을 빙둘러 투사되면서 큰 울림을 준다.

 

'장님-서로 다른 길’은 세대간, 남녀간, 계층 간 갈등과 대립 상황을 나타내고, ‘세기의 빛-정토’는 세상의 소리에 대한 명상과 성찰을 유도하는 한편,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으로도 읽힌다.

 

 

'세기의 빛-정토'는 2016년 전북 남원의 실상사와 전남 해남 지역의 미황사와 대흥사에서 촬영한 작품으로 새벽 3시부터 하루 24시간 3대의 카메라를 고정해 세 사찰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360도 회전 및 24시간 타임랩스 기법으로 담아냈다.

 

노상균의 ‘New End(새로운 끝)’는 ‘보이는 것이 실재가 아니다’는 의미를 담으며, 이번 전시의 인트로 역할을 한다. 또 ‘Particles Over the horizon(입자들)’은 빛과 어둠의 조건에 따라 형상이 달라 보이는 작품이며, ‘For the Worshipers(숭배자들을 위하여)’는 반짝이는 시퀸을 소재로 불상을 만들어 성(聖)과 속(俗)의 의미를 확대 시도한 작품이다.

 

이용백의 ‘Pieta : Self-hatred(피에타:자기증오)’(2014), ‘Angel Soldier(엔젤 솔저)’(2011)는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이나 이번 전시 주제와도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Pieta : Self-hatred’는 거푸집에서 나온 마네킹이 자신의 모태이기도 한 거푸집에 폭력을 가하는 형상이다. 모순과 혼란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있다. ‘Angel Soldier’는 얼핏보면 아름다운 꽃을 담은 영상 작품이다. 그런데 일정 시간 그 앞에 머무르며 자세히 보면, 6명의 전사들이 꽃으로 위장한 채 서서히 이동하는 동영상 작품임을 알게 된다. 아름다운 위선으로 무장한 전쟁통 같은 세상을 본 듯하다.

 

 

이수예의 ‘만남’은 천불도와 내영도에서 주제를 빌어와 천불을 서있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전통 불화의 현대적 변용을 시도했다. 이수예 작가는 특별 전시품인 ‘화엄사영산회괘불’ 모사본을 제작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 기간 중 후반부에는 이수예 작가의 ‘화엄사영산회괘불’ 모사본이 진본 대신 걸릴 수도 있다.

 

이종구의 ‘사유-생·로·병·사’는 인간적인 미소를 보이는 반가사유상과 꽃, 남자, 빈의자, 불꽃등을 병치해 탄생에서 죽음까지 다루고 있다. 사실주의를 추구해온 작가의 반가운 수작임에 틀림없다.

 

전상용의 ‘효명(曉冥)’은 동틀 무렵의 그윽한 어두움을 수행자 상을 통해 표현한 초상조각이다. 자태와 얼굴에 온기가 돌 것처럼 살아있는 구도자 같은 느낌 마저 드는 작품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찰나의 순간이 잘 표현되어 있다.

 

김태호의 ‘Scape Drawing’ 시리즈는 기존에 완성해 두었던 작품에 지속적인 덧칠하는 수행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이 시리즈를 완성하며 겪은 한 일화. 어느 스님의 초상화를 그린 후 그 스님에게 보여준 후 그 위에 덧칠해 초상화를 완전히 지워낸 후 선물했고 선물을 받은 스님은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강용면은 하늘광장에 두 개의 기념비적인 조형물을 세웠다. ‘온고지신-울림’은 수직적 구조와 나선형의 모양으로 용트림하는 조형물로 이곳에서 참수된 선인들의 영혼을 하늘로 이끄는 듯하다. 또 ‘응고1’은 재료의 물성과 휘감는듯한 에너지를 담고 있다.

 

 

천경우의 ‘가사없는 노래’는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 농아들과의 협업을 통한 설치 퍼포먼스 작품이다. 6개의 종을 매달아 무대 위에서 관객이 연주할 수 있도록 했다. 농아들이 함께 만든 소리그림 16개가 준비되어 누구라도 ‘가사없는 노래’를 연주할 수 있다.

 

한편 이주원의 ‘길에서 조우하다’ 연작은 빛의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형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수인 연작 3점과 방랑자 두상 1점으로 구성됐다. 수인은 ‘불보살의 깨달음이나 활동을 손가락을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모양’을 가리킨다.

 

 

진관사 사찰 마당에서 비질하는 비구니 스님을 담은 영상 설치물인 김승영의 '쓸다'는 사운드 아트워크 신작으로, 작가 자신의 성찰을 담았다. 이인의 '검은, 어떤 것'은 유유자적한 자세로 진솔하게 일상적 삶의 여정에서 발견하고 느낀 것을 상징적 도상으로 표현했다. '색색, 어떤 것'으로는 반야심경의 '공'과 '색'은 다르지 않음을 형상화했다. 

 

원종현 관장 신부는 이날 "현대불교미술전 '공'이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 부여된 '종교와 사상의 경계를 넘어 모두에게 열린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는 가치를 실현하는 또 하나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2일 오후 열린 미술전 공식 개막식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대한불교조계종 호계원장 보광스님, 오세훈 서울시장,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조선 후기 국가 공식 참형장이었던 서소문밖 네거리에 2019년 6월 1일 개관했다.

 

조선 후기 이후 전환기의 사상사를 정립하는 역사 박물관으로 한국 근대사를 견인해온 서학, 동학, 실학, 성리학 등의 서지류를 소장하고 있다.

 

아울러 전시를 중심으로 음악회, 강연회, 학술대회 등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그동안 개관기념전 <한국현대조각의 단면>을 비롯해, 개관 1주년 초대기획전을 다채롭게 펼쳤으며, 개관 2주년 특별 기획전으로 향후 <러시아 이콘전>도 추진하고 있다. 

 

박물관이 자리한 서소문성지는 1801년의 신유박해 이래 1871년 무렵까지 수많은 천주교인이 처형된 곳이다. 성인 103위 중 44위, 복자 123위 중 27위가 이곳 ‘서소문밖 네거리’에 설치된 사형터에서 참형을 당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방문해 무릎을 꿇고 기도했으며, 2018년 9월 로마 교황청 대주교 일행이 방문해 공식 국제순례지로 선포했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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