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16 (일)

  • 구름많음동두천 14.0℃
  • 맑음강릉 17.2℃
  • 구름조금서울 14.9℃
  • 맑음대전 13.7℃
  • 맑음대구 12.7℃
  • 맑음울산 14.2℃
  • 맑음광주 15.4℃
  • 맑음부산 15.8℃
  • 맑음고창 11.7℃
  • 구름조금제주 18.2℃
  • 구름많음강화 14.8℃
  • 맑음보은 9.9℃
  • 맑음금산 11.0℃
  • 맑음강진군 12.9℃
  • 구름조금경주시 11.2℃
  • 맑음거제 15.3℃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SF적 상상력으로 종교에 대한 철학 풀어낸 <블랙아웃: 인베이젼 어스>

URL복사

 

 

 

 

 

가까운 미래 어느 날, 전 세계와의 통신이 두절된 모스크바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된다. 지구 전체가 암흑에 빠져 통신 일체가 마비된 것. 군대를 파견해 상황을 살피지만, 도시 밖으로 나간 군인들은 연이어 실종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제작진이 합류한 SF물이다. 

 


신선한 소재와 ‘떡밥’들


색다른 비주얼과 스케일을 자랑하는 러시아 블록버스터다. 세련된 액션과 독특한 설정들로 이루어진 인상적 장면들이 적지 않으며, 특히, 끊임없이 몰려오는 군중들과의 후반부 전투 장면은 압도적이다. SF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종교에 대한 철학을 풀어낸 점 또한 매력적이다. 좀비 떼 같은 군중들의 폭주와 무차별적 자살폭탄 행위는 종교에 세뇌되고 노예화된 인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갑자기 전원이 나가고 생명마저 꺼져버린 지구. 승객과 승무원이 동시에 기절하며 비행기가 추락하는가 하면, 대형 불곰 떼들이 군대를 덮친다. ‘꺼짐’에서 제외된, 지구에서 극히 일부를 차지하는 이 도시의 대중들 사이에서는 종말론이 등장하고, 종교적 행렬과 폭력적 시위로 흉흉해진다. 통신이 마비된 인근 도시로 파견된 군인들은 사라진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던 흔적과 바닥에 쓰러져 죽은 시체만 확인할 뿐, 원인은 찾지 못한 채 그곳에서 실종된다. 마비된 도시의 경계에 있던 몇몇 사람들에게는 여러 파편화된 이미지들이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이상 현상이 생긴다. 군은 이들에게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해독할 방법을 못 찾는다. 그러던 중, 군이 보호하던 한 초능력자에게 누군가 찾아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전반부는 이처럼 다양한 사건을 통해 미스테리한 풍경을 묘사하고, 이 상황을 만든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도록 구성돼 있다. 익숙한 SF적 설정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신선한 소재와 ‘떡밥’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영화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전반부는 지루하고 난해하다. 

 


스토리텔링의 치명적 한계


<블랙아웃: 인베이젼 어스>는 이야기를 하는 방법이 얼마나 중요지 생각하게 한다. 도입부에 캐릭터를 설명하고, 과학적 지식 없는 대중이 알기 쉽게 현상을 ‘보여주는’ 영화 문법이 진부하지만 왜 보편화됐는지도 새삼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는 고전적 플롯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그 다른 방식이 특정 목적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일단 시점이 산만하다. 주요 캐릭터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만큼 캐릭터 설명이 부실하다. 그나마 나중에서야 구축된 인물들도 성격이나 배경을 공들여 쌓지 않아서 인물들을 통해 감정이입 하는 방식이 아니다. 이는 인물들의 시점으로 사건이 전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락한 비행기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관객은 알지만, 영화 속에서는 미스터리다. 실종된 군인들이 체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관객과 캐릭터의 정보가 차이나는 전개가 쌓이다 보니 스크린 안 인물들이 느끼는 혼란과 스크린 밖 관객이 느끼는 혼란에는 간극이 생기고 그야말로 혼란해진다. 캐릭터가 없고 사건만 있는 스토리텔링이 어떤 문제를 낳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대사를 통한 설명이나 전개가 많은 것도 문제다. 배경 지식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려는 제작진의 고민이 부족하다.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정보나 사건들을 다룰 때도 영화적 강조 기법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아서 관객이 집중하지 않으면 엉뚱하게 난해한 영화가 된다. 불필요한 장면이 많고 정작 중요한 장면도 그 불필요한 장면들과 같은 분위기로 지나가다 보니 관객이 얻는 정보가 산만해지기 쉽다. 가뜩이나 SF 특유의 작은 모순들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지는데 디테일마저 관객을 지치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가 그나마 정리되는 시점은 문제의 ‘존재’가 등장하고부터다. 지금까지 던져준 정보를 그의 입을 통해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 시점에서 관객은 머릿속에서 그동안의 정보와 사건을 재구성해서 스토리를 정리할 수 있다. 문제는 궁극적으로 모순이 해결되고 설득력이 얻게 되는 차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이 같은 치명적 한계들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에 흔한 모순들에 관대한 관객이라면, 허술한 시나리오의 공백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에 탁월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매력적일 수 있다. 몇몇 장면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는 미덕을 가지고 있으며, 후반부는 대체로 풍부한 볼거리와 통쾌한 액션으로 전반부의 지루함을 보상해주기 때문이다. 인간 적들을 대량 학살하는 장면은 그중에서도 압권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인명을 숫자로 생각하고 인류를 생명보다 관념으로 접근하는 ‘신’에게 항의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정작 이 영화는 폭력을 시원한 액션으로만 표현한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어쨌든 감독은 전쟁 장면을 현란한 볼거리로 연출하는데 재능을 드러낸다. 비록 수박 겉핥기 수준이지만, 세계관과 철학에서도 눈길을 끈다. 어떤 면에서 수작이면서 또 어떤 면에서는 졸작인, 괴상하고도 매력적인 영화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한국, 48조원 규모 주한미군 지원...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에 36조원 지출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한국이 약 48조원 규모로 주한미군을 지원하고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를 위해 약 36조원을 지출한다. 한국의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은 14일 이런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회담 공동 설명자료’(이하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이 설명자료에서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능력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핵협의그룹을 포함한 협의 메커니즘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 대통령은 가능한 한 조속히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국방비 지출을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한다는 한국의 계획을 공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또한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불(약 36조원)을 지출하기로 했고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주한미군을 위한 330억 불(약 48조원) 상당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공유했다”며 “양 정상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경제

더보기
한미 양해각서, 2천억불 투자 대상 트럼프가 선정...원전 등 에너지가 1순위 전망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한국과 미국이 14일 총 3500억불 규모의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한 가운데 2000억불의 투자 대상은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정한다. 산업통상부는 14일 2000억불 투자에 대해 “투자 사업은 미국 대통령이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선정하되, 투자위원회는 사전에 한국의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협의위원회와 협의해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을 미국 대통령에게 추천한다”며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투자란 투자위원회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판단했을 때 충분한 투자금 회수가 보장되는 투자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한미가 이번에 서명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이하 양해각서)는 “한국과 한국 기업이 경제 및 국가 안보 이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조선,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인공지능/양자 컴퓨팅 등을 포함하되 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양국 모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함을 인식하고, 본 양해각서에 따른 총 투자에는 미국이 승인한 조선 분야 1500억 미국 달러의 투자(이하 ‘승인 투자’)가 포


문화

더보기
우리가 남겨야 할 기록은 무엇인가... ‘조선아트북 新악학궤범’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창작과 장르 간 융합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온 앙상블시나위가 새로운 작품 창작에 앞서 3년에 걸친 프로젝트 ‘조선아트북 新악학궤범’ 발표회를 개최한다. 연주자들이 남기고 싶은 기록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음악적 철학은 어떤 것일까.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문헌 연구가 아니라 연주자들이 직접 악서를 탐독하고 그 안에 담긴 정신과 의미를 되새기며 지금 시대에 맞는 예술의 가치와 전통의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선 성종 때 편찬된 궁중음악 백과사전인 ‘악학궤범’은 악기·의례·법식·가사 등을 그림과 함께 정리한 예술서로, 앙상블시나위는 이 기록이 담고 있는 ‘좋은 음악이란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라는 철학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오늘날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창작곡들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먼저 △‘성음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아쟁 연주자이자 앙상블시나위의 대표인 신현식의 ‘은하수’ △‘고전을 넘어’를 주제로 전자음악 황승연이 들려주는 ‘둥당둥당’ △‘풍류에 남겨진 융합의 과정’을 주제로 양금 연주자 정송희의 ‘비밀의 강’이 소리꾼 조일하의 정가와 함께 연주되고, △‘동서양의 만남’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짜 부동산 대책은 ‘가만 놔두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 논리는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값이 오르니, 그 불길이 번진 마포·용산·성동구를 잡고, 나아가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족쇄로 묶어버렸다. 과천과 분당이 들썩이자, 그와는 무관한 인근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모조리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짚은 ‘연좌제식 규제’이자 ‘과잉 대응’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그 지역 나름의 복합적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강남의 가격 상승 논리와 서울 외곽 지역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행정구역이 ‘서울’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대출 규제(LTV, DTI), 세금 중과, 청약 제한을 가하는 것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둘째,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는 ‘현금 부자’가 아닌 평범한 실수요자와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