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21 (수)

  • 맑음동두천 -5.9℃
  • 맑음강릉 -0.6℃
  • 맑음서울 -7.0℃
  • 맑음대전 -3.0℃
  • 맑음대구 -1.7℃
  • 맑음울산 -0.9℃
  • 구름많음광주 -1.9℃
  • 맑음부산 0.6℃
  • 흐림고창 -4.1℃
  • 제주 1.1℃
  • 맑음강화 -6.9℃
  • 맑음보은 -4.1℃
  • 맑음금산 -3.1℃
  • 흐림강진군 -2.1℃
  • 맑음경주시 -1.3℃
  • -거제 0.9℃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예쁘고 무서운 9호집 - 삶의 권태와 허무에 대한 우화 <비바리움>

URL복사

미스테리한 마을에 갇힌 두 남녀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톰과 젬마는 집을 구하기 위해 방문한 부동산에서 괴상한 말투와 몸짓을 가진 마틴이라는 중개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주거단지를 구경하다 그 마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제72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부문의 화제작이며 부천 국제 영화제, 스톡홀름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됐다. 제52회 시체스국제영화제 오피셜 판타스틱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비인간성 강조한 미술 효과


<비바리움>은 삶에 대한 우화다. 뻐꾸기의 번식과정을 담은 도입부는 이 우화에 대한 친절하고 직설적인 설명과 암시다. 톰과 젬마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다른 새에게 새끼를 대신 키우게 하는 마치 뻐꾸기 같은 존재에게 이용과 지배를 당한다. 


‘욘더’라는 주거 공간은 미스테리한 세계다. 끝없이 똑같은 집이 가지런히 펼쳐진 이 마을은 깨끗한 도로, 완벽한 날씨와 파란 하늘, 흐트러짐 없는 구름 모양을 가지고 있다. 세련되고 깔끔하게 단장돼 있지만 가공된 느낌이 거부감을 준다. 예쁘고 조용하지만 몰개성한 파스텔 톤의 집들에는 아무도 살지 않으며 마을을 지나다니는 사람도 차도 없다. 영화는 단순한 선과 색을 반복적으로 나열하고 그림자 등을 비현실적으로 표현해서 등장인물이 들어선 마을을 깜찍함과 끔찍함이 공존하는 평면적인 그림처럼 묘사했다. 축소된 생태계, 사육실의 느낌이 물씬 나는 이 공간은 아름답지만 공허하고 비인간적인 미술적 효과로 섬뜩한 공포를 준다. 

 

 

 

 

 

영화는 현대인이 가진 성장, 선택, 이사, 결혼과 육아, 그리고 삶 자체의 공포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우화를 통해 표현한다. 뻐꾸기는 둥지에 원래 있던 ‘진짜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쳐서 죽이고,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뻐꾸기를 보살핀 ‘대리모’의 공간마저 차지한다. 톰과 젬마의 비극은 집 구입을 욕망하고 계획하면서 시작된다. 가정을 이루는 것에 대한 현대인의 공포는 ‘자신의 상실’이라는 희생에 대한 것이다. 뻐꾸기에게 밀려 둥지에서 떨어진 ‘진짜 새끼’들은 자신의 정체성, 원래의 내 삶이나 소유하던 것들을 연상시킨다. 

 

 

 

 


자녀 양육에 대한 공포


톰과 젬마는 소년의 형상을 한 미스테리한 존재를 키우며 뻐꾸기의 대리모와 마찬가지인 신세가 된다. 괴성으로 자신의 요구를 표현하는 낯선 존재를 양육하는 무의미한 삶에 두 사람은 점차 피폐해진다. 영화는 자녀 양육의 부정적 감정에 대한 노골적 비유로 점철된다. ‘엄마’라고 젬마를 부르는 그 정체모를 생명체는 기분 나쁘게 톰과 젬마를 흉내내지만 다른 차원의 종이며,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TV를 밤새 보고 외계어로된 책을 읽는다. 학습된 언어로 간단한 대화는 가능하지만 깊은 소통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인간을 닮은 듯 하지만 인간이 아닌 이 존재에 대한 특성 때문에 젬마는 ‘소년’에게 교감을 하거나 동정을 가지다가도 끔찍하게 생경한 모습에 뒷걸음질 치게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한 이 불쾌한 비유는 ‘소년’이 자립할 수 있을만큼 성장한 이후 더 넓은 시선으로 확장된다. 톰은 생존을 위해서 노동을 하는데 이 때의 생존을 먹고 살기 위한 생존이 아니다. 사육되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 미스테리를 풀고 원래 자신들의 인간적 삶으로의 회복이다. 톰은 생물학적 생존이 아닌, 존재론적 생존을 위해 집착적으로 땅을 파는 노동을 한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행위는 결국 죽음으로 가는 권태로운 과정일 뿐이다. 

 

 

 

깔끔한 스토리텔링과 연출


뻐꾸기의 행동은 생식 본능일 뿐이라고 도입부에 젬마가 말했던것처럼, 젬마가 키운 생명체 또한 정해진 생식 사이클을 착실히 살아가는 그저 자연적 존재다. 어떤면에서 그 또한 톰과 젬마, 즉 인간과 같은 처지다. 자식일수도, 본능으로 이끄는 중개인일수도, 기생생물일수도 있는 이 정체불명의 존재 또한 우리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욕망은 어디에서 오는지,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영화는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권태와 허무, 본능의 굴레에 대한 메시지를 깔끔한 스토리텔링과 연출로 펼쳐보인다. 현실과 닮은 악몽이라는 면에서 불편감을 줄 수 있지만, 동화적 표현과 유머러스한 상징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인생의 공허감을 공유함으로써 위안을 얻고자하는 어른들에게 흥미로운 우화적 판타지가 될 것이다. 


제83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연기력을 입증받은 <소셜 네트워크>를 비롯, <나우 유 씨 미> 시리즈, <카페 소사이어티> 등으로 알려진 제시 아이젠버그가 평범한 삶을 꿈꾸다 점차 피폐해지는 남자 톰 역을 맡았다. <브이 포 벤데타>에서 나탈리 포트만의 아역을 맡아 주목받은 이모겐 푸츠는 젬마 역을 맡아 낯선 마을과 의문의 아이로부터 겪는 다양한 감정을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 부여에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 있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도 있음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해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에 대해 “저는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예를 들면 공소시효가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송치됐다. 간단하게 물어보면 된다. 이 경우 보완수사가 전면 금지되면 경찰로 (사건을) 다시 보내고 가는 데 이틀, 오는 데 이틀 걸리면 (공소시효가) 끝난다”고 말했다. 이어 “(보완수사권) 남용의 가능성을 없애고 남용의 여지가 없게 안전장치를 만든 다음에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그런 것 정도는 해 주는 것이 국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예외와 안전장치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함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수사와 기소는 분리해야 한다”며 “기소하기 위해 수사하거나 수사를 합리화하기 위해 기소해 안 되는 것을 알면서 가짜 증인 압박해 유죄 만들면 안 된다. 이것은 대원칙이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진

경제

더보기
구윤철 부총리 "한국경제 대도약 원년 과제 구체화"…상생·수출금융 투트랙 가동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한국경제 대도약 원년 과제를 구체화하면서 경제 운용 방향을 제시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21일 "2026년을 국민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한국경제 대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대·중소기업 상생 성장과 전략적 수출금융 강화를 핵심 축으로 한 경제 운용 방향을 제시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과제를 하나씩 구체화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중소기업 상생 성장 전략과 관련해 "그동안 대기업 중심으로 환류되던 경제외교 성과를 중소기업 해외진출 기회와 성장자본 공급 확대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진출 프로젝트에 대해 수출 금융 한도와 금리를 우대하고 대미 투자 프로젝트는 재정지원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상생금융에 대해서도 "대기업과 금융권이 협력사를 지원하는 상생금융을 1조원에서 1조7000억원 규모로 대폭 확대하겠다"며 "대기업이 상생협력을 위해 무역보험기금에 출연하는 금액에 대해 최대 10% 법인세 감면 인센티브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구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새해에도 계속 목도하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대통령이 되었으나 2년10개월여의 재임기간 동안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가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무기징역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은 추악한 과거로 돌리고 병오년 새해에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한 장관 후보자의 갑질, 폭언, 투기 등으로 인한 자질 논란과 정치권 인사들의 공천헌금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 대장동 일당들의 깡통 계좌 등을 지켜보며 우리는 깊은 회의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평생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등불 삼아 살아온 이들이 “불법과 비리를 멀리하고 공명정대하게 살라”, “과유불급을 가슴에 새기고 욕심내지 마라”,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자존감을 키워라”라고 강조해 온 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과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정작 그 법과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