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2.13 (금)

  • 흐림동두천 3.0℃
  • 맑음강릉 8.0℃
  • 박무서울 4.3℃
  • 박무대전 -0.2℃
  • 맑음대구 0.5℃
  • 연무울산 5.0℃
  • 박무광주 0.3℃
  • 맑음부산 6.2℃
  • 맑음고창 -1.4℃
  • 맑음제주 7.5℃
  • 흐림강화 3.3℃
  • 맑음보은 -2.0℃
  • 맑음금산 -3.7℃
  • 맑음강진군 -1.0℃
  • 맑음경주시 3.8℃
  • 맑음거제 2.8℃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치매 노인의 집요한 복수극

URL복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의 나치를 찾아 원수를 갚기 위해 기억을 재구성하는 유대인 노인을 따라가는 스릴러다. <나이브스 아웃>의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출연했다. 7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31회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 등 세계 10여 개의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됐으며, 38회 밀밸리 영화제 월드시네마 은상과 30회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다양한 가해자들의 태도

은퇴 후 요양병원에서 조용한 삶을 사는 거트만은 현실에 대한 인지력이 오락가락하는 치매 노인이다. 같은 요양병원의 친구 맥스는 그에게 편지를 전달해 거트만이 잊고 사는 기억을 일깨워준다. 편지는 자신이 치매이며 일주일 전 아내가 죽었고, 자신의 일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 나치 전범을 찾아 복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거트만이 가진 치매라는 핸디캡은 단기기억상실증 환자의 복수극인 <아이덴티티>를 연상시킨다. 치매는 영화적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의 메시지인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효과적 장치다.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에서 기억은 역사를 의미한다. 영화는 나치의 역사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가치관에 대한 노골적 상징들로 이어진다.

기억의 소멸이란 그 감정 또한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기억을 잃은 거트만을 일깨우는 것은 편지라는 기록이 전부다. 편지를 읽을 때마다 거트만은 희미해진 복수라는 사명을 붙잡는다. 하지만, 그가 완전히 기억을 삭제한 것은 아니다. 바그너를 능숙하게 연주하는 거트만의 모습에서 암시했듯, 그는 옅은 기억 저편에서 그 복수가 어떤 의미인지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이 일가족을 몰살시킨 원수를 찾는 과정에서 관객은 다양하면서도 전형적인 가해자들의 태도와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과거를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위조하고 숨겨서 없는 역사로 은폐하거나, 생생히 기억하고 있지만 과거를 조작해 자신을 피해자로 둔갑시킨다. 가해자가 피해자로 신분 세탁하는 것은 생존의 기술이자 자기 자신과 후손을 속여 자기 미화로 삶을 버티기 위한 추악한 방법이다. 

여전히 자신의 방 구석에 과거에 대한 반성은커녕 우월감을 가지고 살았던 전범자도 있다. 그 가치관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나치주의자 아들을 보여주며 지나간 역사가 단지 과거였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가, 그리고 그것은 단지 과거인가를 영화는 묻는다. 영화는 잘못된 역사에 대한 인식과 반성,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은폐될 때 어떤 현재와 미래를 만드는지 경고한다. ‘단지 사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대사 속에서 피해자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그에 비해 가해자에 대한 처리와 과거에 대한 반성은 얼마나 부족한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담백한 드라마, 묵직한 사회물

우리에게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후손들에게 진짜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보고, 진실을 크게 외치는 것은 가해자로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진실을 회피한다면 그 삶은 무가치한 거짓에 불과하다고 영화는 말한다. 가해자들이 기억상실에 빠졌을만큼 오래된 과거라고 해도, 그들이 이미 죽었다고 해도, 역사는 분명히 존재하며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한국인에게는 결코 진부할 수 없는 현실 그 자체다.

영화는 스릴러적 구성을 취하지만, 장르적 즐거움보다는 담백하게 노인의 행적을 따라가며 드라마에 집중한다. 느리고 답답하게, 조마조마 하고도 집요하게 이어지는 노인의 행동들은 그래서 더욱 감동을 준다.

그 고단한 ‘역사의 단죄’가 죽음을 앞둔, 심지어 기억마저 희미한 노인에게 조차 왜 중요한 것인지를 설득하기 때문이다. 삶의 끝에 서 있다는 점은 자주 삶의 무상함을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돼왔지만, 이 영화는 죽음을 목전에 둔 존재를 통해 오히려 생존 이상으로 중요한 삶의 본질을 말한다.

사적 복수가 곧 역사적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복수를 의미하는 노인 영화이자 스릴러라는 점에서 올해 제작된 <굿 라이어> 또한 연상시킨다. <굿 라이어>가 보다 미국적 장르물에 가깝다면, 독일 영화인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는 역사에 대한 묵직하고 직설적 시선을 보여준다. 힘없고 지친 모습과 처절한 의지를 동시에 묘사해낸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인상적 연기는 영화의 설득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제13대 유엔한국협회 회장 취임 ‘유엔데이 공휴일 재지정 강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저출생‧고령화를 비롯해 유엔데이 공휴일 재지정 등 대한민국이 당면한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겸 대한노인회 회장이 제13대 유엔한국협회 회장으로 취임한다. 유엔한국협회(UNAROK)는 12일 ‘2026년 운영이사회 및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이중근 회장을 제13대 유엔한국협회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유엔한국협회는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협회 임원 및 회원, 관계자 등 약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제13대 유엔한국협회 회장 취임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 이종찬 광복회장 등 각계 주요 인사들이 내빈으로 참석해 신임 회장의 취임을 축하했다. 유엔한국협회는 외교부 등록 공익 사단법인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민간 외교 단체이다. 1947년 국제연합대한협회로 발족하여 현재 전 세계 193개국의 유엔협회 네트워크와 연대하며, 국제평화 유지, 인권 보호, 개발 협력 등 유엔이 지향하는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국내외 교류사업과 청년교육 및 학술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대한민국의 장래와 후손들을 위해 ‘유엔데이’ 공휴일 재지정을 주장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정치

더보기
李 대통령, '물가 관련 불공정거래 철저히 감시...정책 악용 소지 봉쇄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물가 관련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유통 단계별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물가 관리까지 최선을 다해달라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지원한 관세 인하 혜택을 기업을 독식하는 행태를 지적하며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제23차 수석보좌관회의를 열어 "(정책을) 악용하는 소지를 철저히 봉쇄해달라"며 이같이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물가 관리를 위해 할당관세, 특정 품목 관세를 대폭 낮춰서 싸게 공급하라고 했더니 허가받은 업체들이 싸게 수입해서 정상가로 팔아서 물가 떨어뜨리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국민 세금으로 오히려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가동된 민생물가특별관리 태스크포스(TF)와 관련해 "할인 지원, 비축 물량 공급 같은 단기 대책뿐 아니라 특정 품목 담합, 독과점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도 철저하게 감시하게 될 것"이라며 "유통 단계별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선제적 조치까지 물가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신학기를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품질혁신의 방법론과 노하우... 성공 스토리와 패러다임 제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출판사 바른북스가 경영서 신간 ‘품질혁신 이야기’를 출간했다.지경철 저자가 제1저서 ‘품질의 맥’ 실천 편으로 ‘품질혁신 이야기’를 출간했다. 중견기업 사원으로 입사해 실장까지 역임하면서 28년간 품질 전체 분야에 걸친 품질 실무와 경험을 토대로 축적해 온 품질혁신 방법론과 성공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품질은 누구나 어려워하는 업무 중의 하나다. 학교나 전문교육기관에서 배우는 이론만으로는 품질 현업을 꾸려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품질은 왜 어려운 걸까? 품질은 우리가 모르게 항상 살아서 숨 쉬기 때문이다. 품질문제는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주변의 환경이나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살아서 변하고 움직인다. 이러한 품질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계별 품질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설계품질, 협력사 품질, 제조품질, 시장품질(고객) 단계별로 총 19가지 품질혁신 방법론과 성공사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품질혁신은 이미 벌어진 품질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품질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품질혁신 성공의 지름길은 품질의 맥을 잘 잡는 것이다. 품질의 맥을 통해 가장 쉽고 빠르게 품질혁신에 성공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리더의 적극적 SNS 약인가 독인가
최근 대한민국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로 등장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SNS 정치’다. 정책 현안이 발생하거나 특정 언론 보도가 나오면 대통령이 직접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던지고, 이에 맞춰 청와대는 ‘6시간 신속 대응 체계’라는 전례 없는 기동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루 평균 4건에 달하는 대통령의 SNS를 통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정책관계자 대응이 오죽 느렸으면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내겠냐”는 자성론과 함께 “정부 조직 전체가 대통령의 뜻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정부 정책 수단 중 하나”라며, “공무원은 물론, 국민과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관료 조직의 완만한 호흡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받는 이 대통령의 SNS 활용은 2025년 한 해 동안 엄청난 양의 트윗을 쏟아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될 만큼, 단순한 소통을 넘어 통치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실시간 SNS 정치’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라는 두 갈래 길 위에 놓여 있다. 우선 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