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치매 노인의 집요한 복수극

URL복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의 나치를 찾아 원수를 갚기 위해 기억을 재구성하는 유대인 노인을 따라가는 스릴러다. <나이브스 아웃>의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출연했다. 7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31회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 등 세계 10여 개의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됐으며, 38회 밀밸리 영화제 월드시네마 은상과 30회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다양한 가해자들의 태도

은퇴 후 요양병원에서 조용한 삶을 사는 거트만은 현실에 대한 인지력이 오락가락하는 치매 노인이다. 같은 요양병원의 친구 맥스는 그에게 편지를 전달해 거트만이 잊고 사는 기억을 일깨워준다. 편지는 자신이 치매이며 일주일 전 아내가 죽었고, 자신의 일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 나치 전범을 찾아 복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거트만이 가진 치매라는 핸디캡은 단기기억상실증 환자의 복수극인 <아이덴티티>를 연상시킨다. 치매는 영화적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의 메시지인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효과적 장치다.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에서 기억은 역사를 의미한다. 영화는 나치의 역사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가치관에 대한 노골적 상징들로 이어진다.

기억의 소멸이란 그 감정 또한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기억을 잃은 거트만을 일깨우는 것은 편지라는 기록이 전부다. 편지를 읽을 때마다 거트만은 희미해진 복수라는 사명을 붙잡는다. 하지만, 그가 완전히 기억을 삭제한 것은 아니다. 바그너를 능숙하게 연주하는 거트만의 모습에서 암시했듯, 그는 옅은 기억 저편에서 그 복수가 어떤 의미인지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이 일가족을 몰살시킨 원수를 찾는 과정에서 관객은 다양하면서도 전형적인 가해자들의 태도와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과거를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위조하고 숨겨서 없는 역사로 은폐하거나, 생생히 기억하고 있지만 과거를 조작해 자신을 피해자로 둔갑시킨다. 가해자가 피해자로 신분 세탁하는 것은 생존의 기술이자 자기 자신과 후손을 속여 자기 미화로 삶을 버티기 위한 추악한 방법이다. 

여전히 자신의 방 구석에 과거에 대한 반성은커녕 우월감을 가지고 살았던 전범자도 있다. 그 가치관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나치주의자 아들을 보여주며 지나간 역사가 단지 과거였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가, 그리고 그것은 단지 과거인가를 영화는 묻는다. 영화는 잘못된 역사에 대한 인식과 반성,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은폐될 때 어떤 현재와 미래를 만드는지 경고한다. ‘단지 사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대사 속에서 피해자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그에 비해 가해자에 대한 처리와 과거에 대한 반성은 얼마나 부족한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담백한 드라마, 묵직한 사회물

우리에게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후손들에게 진짜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보고, 진실을 크게 외치는 것은 가해자로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진실을 회피한다면 그 삶은 무가치한 거짓에 불과하다고 영화는 말한다. 가해자들이 기억상실에 빠졌을만큼 오래된 과거라고 해도, 그들이 이미 죽었다고 해도, 역사는 분명히 존재하며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한국인에게는 결코 진부할 수 없는 현실 그 자체다.

영화는 스릴러적 구성을 취하지만, 장르적 즐거움보다는 담백하게 노인의 행적을 따라가며 드라마에 집중한다. 느리고 답답하게, 조마조마 하고도 집요하게 이어지는 노인의 행동들은 그래서 더욱 감동을 준다.

그 고단한 ‘역사의 단죄’가 죽음을 앞둔, 심지어 기억마저 희미한 노인에게 조차 왜 중요한 것인지를 설득하기 때문이다. 삶의 끝에 서 있다는 점은 자주 삶의 무상함을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돼왔지만, 이 영화는 죽음을 목전에 둔 존재를 통해 오히려 생존 이상으로 중요한 삶의 본질을 말한다.

사적 복수가 곧 역사적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복수를 의미하는 노인 영화이자 스릴러라는 점에서 올해 제작된 <굿 라이어> 또한 연상시킨다. <굿 라이어>가 보다 미국적 장르물에 가깝다면, 독일 영화인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는 역사에 대한 묵직하고 직설적 시선을 보여준다. 힘없고 지친 모습과 처절한 의지를 동시에 묘사해낸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인상적 연기는 영화의 설득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美해경 "볼티모어 사고 화물선, 교량충돌 직전 항구서 엔진 수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미해안경비대는 27일 (현지시간) 미국 볼티모어항의 교량 아래에서 동력을 잃고 교각에 충돌한 사고 화물선이 사고 전에 "정기 엔진수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교각이 무너지면서 다리 위에서 일하다 물속으로 빠진 6명의 인부가운데 2명의 시신이 이날 수습되었다. 나머지 희생자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해안경비대는 모든 구조 노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26일 프란시스 스콧 키 브리지에 충돌한 선박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수사관들은 27일 선박의 증거물 수집에 나섰다. 희생된 두 남성의 시신들은 이 날 오전 교량의 중간 지점의 7.6m깊이의 물속에서 빨간색 픽업 트럭 안에 탄채로 발견되었다고 메릴랜드주 경찰국의 롤란드 버틀러 경감이 저녁뉴스 시간의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새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멕시코 이민 출신으로 볼티모어에 살고 있던 알레한드로 푸엔테스(35)와 과테말라 이민으로 메릴랜드주 던도크에 살던 도를리안 로니알 카스티요 카브레라(26)로 확인되었다. 수색팀의 구조는 일단 끝났지만 앞으로도 음향 탐지기 등을 통해서 무너진 다리 밑 부근에 침몰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희생자들의 차량을 계속

정치

더보기
정희용, 고령군‧성주군‧칠곡군 교육복지 강화 및 광역교통망 구축 공약 발표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은 27일,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의 세 번째 공약인 <삶을 바꾸는 주민 중심 교육복지 강화‧광역교통망 구축>을 공개했다. <삶을 바꾸는 주민 중심 교육복지 강화‧광역교통망 구축> 공약의 지역별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고령군은 지난 1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사업 기본설계 시 고령역이 차질없이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관광시설 등과의 연계로 생활 인구와 유동 인구 증가를 도모하고, 지역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성주군은 남부내륙철도 성주역 건설과 동서3축(성주~대구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성주군을 동서교류 확대와 경제․교통․물류의 중심축으로 연결함으로써 지방소멸에 적극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칠곡군의 경우 2030년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 중인 대구경북 신공항 개항에 발맞춰 관내 정거장 설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정희용 의원은 지난 2월,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시작 단계에 있는 대구경북 신공항 광역급행철도 사업의 향후 노선에 대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중국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고 대응해야 할까?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른북스 출판사가 정치/사회 신간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펴냈다. 중국은 우리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나라일까? 남중국해, 대만 등에서 끊이지 않고 영토 분쟁을 일으키는 중국의 본심은 어디에 있을까?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의 저자는 중국이라는 나라는 우리가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국가라고 말한다. 그들은 내면에는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중국이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DNA가 새겨져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금은 대만 문제가 현재진행형이기에 잠잠하지만, 대만만 중국의 손아귀에 넣고 나면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향한 야욕을 드러낼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의 저자는 중국에서 자신이 느꼈던 중국의 저력과 문화적 본질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시시때때로 한반도를 향한 야욕을 드러내고,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 중국의 힘이기 때문에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1부에서는 중국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중국인의 생활, 문화, 역사와 관련한 이야기가 제시되고, 2부에서는 남북한 이슈, 국내외 정치 등 중국과 한반도를 둘러싼 저자 나름의 정세 분석이 담겼다.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가성비보다는 가심비 챙기는 삶 되어야
아빠와 딸이 자동차를 번갈아 운전하며 여행을 가고 있는데 기름이 바닥났다는 경고등이 켜지자 아빠와 딸은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넣어야 한다며 근처 주유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 결과 바로 2~3분거리에 주유소가 있는데 휘발류값이 상대적으로 다른 주유소에 비해 많이 비쌌고 반면 10~15분 정도 거리에는 휘발류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한 주유소가 있었다. 기성세대(꼰대)인 아빠는 당연하다는 듯이 10분, 15분 정도 가는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값이 많이 싼 주유소를 가겠다고 주장했고, MZ세대인 딸은 눈앞에 주유소를 두고 왜 멀리 떨어져 있는 주유소를 가냐며 결국 언쟁을 벌이다 아빠의 주장대로 값이 싼 먼거리의 주유소로 가서 주유를 하게 됐다. 그런데 값이 싸다는 이유로 주유 대기를 하는 차는 많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주유를 하게 되었는데 딸이 아빠에게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아빠는 가성비만 알고 가심비는 모르냐?”고 쏘아붙인다. 주유를 마친 아빠와 딸은 마침 식사시간이 되어 근처 식당을 가게 됐다. 메뉴판에 있는 많은 음식들 중에 아빠의 눈에 들어온 것은 메뉴 중 거의 제일 저렴하면서도 대중적인 김치찌개, 된장찌개였고, 딸의 눈에 들어온 메뉴는 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