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상현 기자] 오늘을 '기생충의 날'이나 '봉준호의 날'로 정해도 될 같다.
봉준호와 <기생충>이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다.
무려 4관왕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현지시각 9일(한국시각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을 석권했다.
아카데미 영화상 92년 역사상 최초의 비영어권 작품으로 작품상을 받았다.
"디 오스카 고즈 투 패러사이트(The Oscars goes to Parasite)"
자국 위주의 보수적인 아카데미 성향상 작품상까진 예상이 쉽지 않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 수상한 건 <마티>(1955) 이후 유일한 역사.
<와호장룡>(2000) 이안 감독 이후 최초의 아시아인 감독상 수상.
<브로크백 마운틴>(2006)과 <라이프 오브 파이>(2013)로 대만 출신 리안 감독도 수상하긴 했지만 두 작품은 모두 영어로 제작됐다.
각본상은 아시아계 최초다.
역대 각본상을 수상한 외국어 영화로 유일하게 <마리 루이스>(1946)가 있었지만 스위스 영화였다.
“말이 안 나온다.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 벌어지니까 너무 기쁘다. 지금 이 순간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이는 기분이 든다. 이런 결정을 해준 아카데미 회원들의 결정에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E&A 대표는 무대에 올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영화와 관련해 주저하지 않고 말씀해주신 한국 관객들 덕분에 이 자리 설 수 있었다. 봉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머리, 그가 말하고 걷는 방식까지. 특히, 그가 연출하는 방식과 유머감각을 좋아한다.”
<기생충>의 투자·제작을 맡은 CJ ENM의 이미경 CJ 부회장은 무대에 직접 올라 봉 감독과 이재현 회장, 한국 관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봉 감독의 수상소감은 관객의 기립박수를 이끌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의 말을 영화공부 할 때 늘 가슴이 새겼다. 그와 함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상까지 받게 돼 기쁘다.”
객석에 자리한 스콜세이지는 '엄지척'으로 화답했다.
“제 영화를 미국 관객이 모를 때도 항상 제 영화를 리스트에 뽑아주고 좋아하셨던 쿠엔틴(쿠엔틴 타란티노) 형님도 계신데, 너무 사랑하고 감사하다. 쿠엔틴, 아이 러브 유!”
봉 감독은 유머도 빠뜨리지 않았다.
"함께 후보에 오른 토드 필립스(Todd Phillips)나 샘 멘데스(Sam Mendes) 등 다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독님들이다.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 5등분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햔국영화사(史)를 장식할 감격의 순간, 그 중심엔 봉준호 감독이 있다.
오늘 한국영화의 전설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