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북한 목선 상륙사건’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이번에는 상륙 당시 현장에 등장한 ‘의문의 남성’이 주목을 끌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삼척항 현지에서 확보한 CCTV 화면에는 목선 입항 장면이 담겼다. 그런데 뭍에서는 흰 옷을 입은 한 남성이 현장을 활보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이 남성의 ‘정체’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남성은 마치 들키지 않으려는 듯 낮은 자세로 바다 쪽에서 뭍으로 급하게 뛰어 올라와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다 자취를 감췄다.
때문에 이 남성이 목선 승조원 아니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에 의해 확인된 4명 외에 1명이 추가로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남성 행적이 묘연한 점을 들어 ‘간첩’ 의혹도 내놓고 있다. 탈북 목적의 목선 승조원이었다면 어떤 이유로 홀로 움직였냐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탈북자들은 한국 당국에 입국을 신고해야 정착지원금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사전입수하고 북한을 탈출한다. 목선 승조원 4명은 이 남성과 달리 현장을 지키면서 우리 당국자들을 기다렸다.
남성이 간첩이 아닌 ‘접선책’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은밀한 곳에 숨어 대기하다가 경찰 등 접근이 확인되자 도주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남성이 평범한 우리 어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목선 간첩설(說)’ 배경에는 수상한 흔적들이 있다. 국정원은 당초 신변이 확보된 승조원 4명 모두 북한으로 되돌아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돌연 2명이 귀순의사를 보였다고 번복했다. 송환을 고집한 2명은 이례적으로 ‘당일’ 북한에 되돌려보내졌다.
정부는 4명 모두 민간인이라고 발표했지만 어민이라고 보기에는 이들의 옷차림이 ‘빳빳하게 다려진’ 인민복 등 너무 ‘말쑥한’ 점도 의문이다. 통상 기관고장으로 우리 해역까지 표류하는 북한 어민들은 남루한 차림새다. 오징어잡이 어선이라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목선 내에서는 먹물 등 조업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길이 10m, 폭 2.5m, 높이 1.5m, 무게 2t의 작은 소형목선이 북한에서부터 삼척항까지 이동했음에도 선내에서는 20리터짜리 연료통 2개만 발견된 것도 의구심을 낳고 있다. 승조원들이 출항 장소라고 진술한 함경북도 경성에서 삼척항까지 오려면 최손 1000리터의 연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들이 간첩선 수송에 쓰이는 모선(母船)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한편 국방부는 목선 합동조사를 28일 종료할 예정이다. 앞서 합동조사단은 우리 레이더에 목선이 선명히 포착됐음에도 ‘묵인’됐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정부’ 차원의 ‘목선 묵인설’을 주장 중이다.
군 당국은 ‘장병 사기저하’를 이유로 한국당 의원들의 관련 군부대 접근을 막고 있다. 해군 1함대사령부는 지난 24일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방문하자 출입을 불허했다. 때문에 한국당은 군 레이더 자료 등 확보가 어려워 CCTV에 진상규명을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