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기동취재반 ]강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금융회사 현직 회장은 재판을 받고 있고, 현직 행장은 검찰수사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더해 두 사람간 불화가 표면화 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이야기다. 조용병 신한금융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고,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남산 3억원’사건으로 검찰조사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더해 조 회장은 임기가 남아있는 위 행장 후임을 서둘러 내정함으로써 두 사람간 갈등이 드러나는 형국이다.
승승장구 위성호 신한은행장, 위증으로 발목 잡히나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과거 2010년 신한사태 (라응찬 전 회장 -신상훈 전 사장)에서 라응찬 전 회장 쪽에 서며 승승장구했다. 여기에 역대 어느 행장보다도 막강한 힘을 보여줬다. 일례로 서울시금고의 신한은행 선정에 3000억원의 기부금을 약속했고, 당시 신한은행 내부 진통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위 행장이 강하게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신상훈 전 사장의 재판과정에서의 위증 의혹이 위 행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0년 경 라응찬 전 회장 등은 신 전 사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의 횡령 등의 고소를 하였고, 신 전 사장은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위 행장은 이 재판에서 라 전 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위증을 하고, 이를 타 직원에게 강요했다는 의혹이다.
위증 및 위증교사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모해위증죄의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최악의 경우 모해위증죄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16일 ‘남산 3억원 제공 등 신한금융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를 발표하며, 당시 신한은행 비서실 자금이 위성호 행장의 주도로 라응찬 전 회장의 변호사비 등으로 사용된 점을 감안할 때 위성호 행장에게 그 주된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위증 혐의자 10명에 대한 수사 의뢰 및 ‘남산3억원’ 사건에 대해 수사촉구를 하였다.
이에 맞춰 검찰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는 신한은행 부실장을 지낸 송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검찰은 위 행장이 2010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송 씨에게 사람을 보내 위증을 교사하고 송 씨가 재판에서 위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신한은행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모 전 본부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12시간 넘게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 위성호 행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조용병 회장, 구속위기?
지난해 우리은행 신입직원 '채용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앞서 검찰은 "은행의 이익을 위한 일이었다는 주장은 궤변으로 은행장의 사익을 위한 행동이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대기업은 많은 취업 준비생들의 선망의 대상이며 그 근본은 공정한 책무일 것"이라며 "잘못된 관행을 답습한 것과 범행의 기간을 보아 규모가 크고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자신의 은행장 연임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국가정보원이나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들의 청탁을 더욱 중요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로 자신과 친분이 깊은 직원들의 청탁을 받아들인 것으로 범행 동기나 경위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고려할 만한 사유를 찾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조 회장의 혐의는 구속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 비해 가볍지 않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지원자 30명의 점수를 조작하고,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지원자 101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총 37명을 조작했다. 이 전 행장에 비해 조 회장의 조작지원자 수가 훨씬 많다.
여기에 라응찬 전 회장의 조카 손자의 받아 부정입사를 적극적으로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 때인 2016년 9월 라 전 회장으로부터 “조카 손자인 나모씨가 신한은행 채용에 지원했으니 잘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모 인사부장(52·구속)에게 나씨의 전형별 합격 여부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나씨는 유력자가 청탁한 지원자인 ‘특이자’ 명단에 올랐고 이름 옆에 ‘득(得), 별(★)’로 표시됐다. 나씨는 면접 전형 중 하나인 적성검사에서 F등급을 받아 불합격 대상이었지만 은행 측은 IT 직렬은 예외로 두기로 하는 등 편법을 동원해 나씨를 최종 합격시켰다.
물론 조 회장은 이러한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우를 상정하며 혐의의 상당부분이 구체성를 띠고 있어 ‘무죄’가 선고되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 말한다.
최악의 경우 이 전 우리은행장처럼 법정 구속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정부 들어 채용비리에 대한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엄격한 상황이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조 회장측이 아무리 호화변호인단을 꾸민 들, 여론의 부담을 안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권력다툼의 시작?
조용병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올해 말경에 연임이든 신규 선임이든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 회장은 현재 재판중이다. 1심 판결의 결과가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신한금융지주는 내부 규정상 회장 유고 시 이사회에서 정하는 이사를 직무대행으로 선정하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후임자를 정식 선출한다. 신한금융의 서열 2위는 신한은행장이다.
그래서인지 조 회장이 먼저 행동을 취했다. 조 회장은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삼아 위 행장도 예상하지 못한 빠른 행동으로 일본 오사카 측과 협의해 후임 행장을 임명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빠르고 파격적인 인사이다.
당시 위 행장의 임기가 3개월이나 남은 시점이었고,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신한지주계열 CEO들은 2년 임기 후 1년을 연임하는 관행이 있었다.
위 행장은 인사 발표 후 “왜 임기중에 (인사를) 했을까 잘 모르겠다”며, “신한금융의 주요 5개 자회사 최고경영자는 지주회사 후보군으로 육성되는데, 이번 회장 후보군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조회장이 낙마하면, 위 행장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데 가장 유력하다.
일단 조 회장은 “퇴임하는 CEO도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것”이라며 이러한 의구심에 대해 선을 긋는 모양새를 취하고는 있다.
그러나 과거 신한사태 때 신상훈 전 사장 측에 있었던 위 행장이 ‘기지’를 발휘해 기회로 만든 전력이 있는 만큼,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