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프랑스 루브르 랑스 미술관 같은 '개방형 수장고' 선택
내년6월 16일까지 개관 특별전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
[이화순의 아트&컬처] 미술관에는 수많은 보물 같은 미술품들이 있다. 소장품 숫자는 미술관마다 다르다. 그런데 이 소장품들은 미술관이 폐쇄형 수장고인지 개방형 수장고인지에 따라 일반 공개가 갈린다. 외국 미술관의 경우 개방형 수장고를 선택한 곳은 많다. 스위스 샤울라거 미술관, 프랑스 루브르 랑스 미술관, 영국 빅토리아앤앨버트뮤지엄 등이 그 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27일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최초의 개방 수장고를 가진 수장형 미술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를 다녀왔다.
27일 개관한 청주 국립현대미술관(이하 청주관)은 원래 담배 공장이었다. 청주관 개관은 2017년 3월 옛 연초제조창에 대한 재건축 공사를 시작으로 그동안 약2년간의 건축과정을 거쳐 성사됐다. 공사비 총577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1만9855㎡, 지상5층 규모로 건립됐다. 수장공간910개), 보존과학공간(15개), 기획전시실(1개), 교육공간(2개), 라키비움 및 관람객 편의시설 등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돼있다.
청주관은 과천, 덕수궁, 서울에 이어 4번째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이다. 개관 전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위진 국립현대미술관장 직무대리는 “국가 미술자산의 전문적인 수장·보존과 전시·교육 기능을 갖추는 한편, ‘개방 수장고’ ‘보이는 수장고’와 ‘보이는 보존과학실’을 운영해 보다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명품 1300여점 청주관 이전
개관 준비 기간이 짧아 주변이 제대로 정비가 안된 것이 아쉬움이지만, 일단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국립현대미술관 명품 1300여점이 청주관으로 이전했다. 유리로 전체가 마감된 1층 ‘개방 수장고’는 ‘보이는 수장고’로 그 자체가 훌륭한 전시장이다. 오히려 특별 기획전을 보는 듯 또는 미술관이 오랫동안 고이 보관해온 보물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묘한 흥분감 마저 든다.
먼저 ‘개방 수장고’에는 한국근대조각 선구자 김복진 유작으로, 일제강점기 미륵으로 민족의 미래를 예시한 작품 ‘미륵불’을 비롯해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의 ‘데카르트’를 만나게 된다. 또 수 만개의 인물상들이 팔을 뻗쳐 손바닥으로 유리판을 지탱하고 있고, 그 위로 관람객들이 걸어가도록 고안된 글로벌아티스트 서도호의 작품 ‘바닥’이 있다.
남성 중심의 왜곡된 시선을 고발하면서도 현대적 기술의 완벽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는 이불의 ‘사이보그 W5’, 프랑스계 미국인 작가 니키 드 생팔이 1960년대 중반,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시위를 지지하는 뜻에서 선보인 거대한 ‘검은 나나’, 창원 출신으로 1세대 조각가이자 한국에 추상조각을 도입하고 전개한 김종영의 초기 추상조각의 흐름을 증언해주는 ‘작품 58-8’, 한국 현대조각의 선구자인 구상(具象) 조각의 거장 권진규의 테라코타 ‘선자’, 송영수의 ‘생의 형태’ 등 한국 미술사에서 의미있는 근·현대 조각과 공예 작품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보이는 수장고’에는 이중섭의 ‘호박’, 김기창의 ‘아악의 리듬’, 박래현의 ‘영광’, 김환기의 ‘초가집’ 등이 배치되어 관람객들이 유리창을 통해서나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박미화 학예연구관에 따르면, 국내 최초인 개방 수장고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1300여점의 명품이 대거 이동했다. 또 수장고 내 수장대는 길이 14m, 높이 4m의 철제 수상대가 4줄, 특수 팔레트(좌대)가 1.1m 정방형, 높이 13.5cm 사이즈로 되어 있다.
수장고·보존과학실 개방
3층 보존과학실’에는 전문가들이 한창 작품 수복을 위해 현대적 기기를 활용해 섬세한 작업을 하고 있다. 권희홍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관람객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유화 보존처리실, 유기․무기 분석실 등 보존전문 공간과 수복 과정을 공개하여 전문가들의 미술품 보존처리과정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높일 계획”이라 밝혔다.
또 국내 유일의 미술품종합병원으로서 공적 기능도 강화한다고 한다. 내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뿐만 아니라, 타 공공․민간 미술관 소장품에 대한 보존처리 서비스도 확대․시행한다니 기대된다.
개관 특별전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
개관 특별전으로는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전시가 27일부터 2019년 6월 16일까지 5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강익중, 김수자, 김을, 임흥순, 정연두 등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표작가 15명의 회화, 조각, 영상 등 미술관 소장품 23점이 전시돼있다.
이추영 학예연구사는 “지역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및 지역미술관, 작가 레지던시 등과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할 계획”이라 밝히고, “전시와 함께 청주관에 특화된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미술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지역 대학 등과 함께 힘을 모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문화재생사업으로 눈길
세계인이 사랑하는 프랑스의 오르세미술관은 옛 기차역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또 영국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화력발전소가 탈바꿈해 문화 명소가 되었다. 아직 청주관은 정비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축하에 앞서 혹독한 비판적 의견도 있지만, 옛 담배공장을 미술관으로 변모시킨 청주관의 변신은 세계가 주목할 만한 사례로 주목받을 수도 있다.
장엽 개관준비단 운영과장은 “ 청주관의 재건축 사례는 중앙-지자체의 성공적인 협업사례이자 주목받는 문화재생의 사례”라면서 “옛 청주연초제조창 공장은‘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 재산을 국가에 무상 양여하여 활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주변 환경 및 교통 편의 보강돼야
아쉬운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도 공석인데 연내에 꼭 개관을 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서두른 흔적이 역력했다. 주변이 계속 공사중이어서 미술관으로 들어가기까지 주변이 어수선해 입구 찾기가 어려웠다. 입구 안내 표지 등이 더 보강되어야 할듯. 청주관을 찾는 외지 관람객을 위한 교통 편의도 더 보강되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서울-청주관 대중교통
▲센트럴시티터미널(혹은 남부터미널) 버스 탑승 후 1시간 40분 거리의 청주여객북부정류소에 내려서 627m(약9분) 정도 걸으면 청주관에 도착.
▲서울고속버스터미널(혹은 동서울종합터미널, 상봉시외버스터미널) 버스 탑승 후 1시간 30~40분 거리의 청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차. 3분 거리의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05번(형석학원앞 방면) 승차 후 문화산업단지 정류장에서 하차.
▲서울역(혹은 용산역)에서 KTX 승차 약 39분 후 오송역 하차, 오송역 버스 승차장에서 급행 747(청주국제공항 방면) 승차 약 44분 후 문화산업단지 정류장에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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