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사회

‘적극적 안락사’는 먼 나라 얘기인가

URL복사

캐나다 대법원 ‘안락사 금지 법률 위헌’ 판결
네덜란드, 일정 법률 요건 하에서 의사에 의한 안락사 행위만 허용
프랑스, 죽음 임박한 환자에 한해 안락사 허용
“누구나 삶 마지막을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어야”


[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웰빙(Well-being)이 사회적 화두가 된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웰다잉(Well-dying)은 다소 생경한 개념이다. 게다가 ‘죽음’에 대해 공공연히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문화적 토양의 잔재도 여전하다. 그렇지만 평균수명 연장으로 이 민감한 사항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어졌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초과하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된다. 한국은 2025~2026년께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06년 초고령 사회가 된 일본의 경험이 우리에게도 반복될 공산이 크다. 다른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고통스럽지 않고 품격 있는 죽음’에 대한 관심을 갖는 국민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안락사’는 더 이상 쉬쉬하며 덮어둘 문제가 아니다. 안락사를 악용한 범죄 행위 가능성을 부풀려 본격적인 논의조차 미루려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


안락사는 철학적, 사회적, 문화적 문제이면서 동시에 전 인류의 과제이다. 선진국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법률적으로 어떻게 규정해 놓고 있는지를 살펴봐야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우리 실정에 맞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5년 적극적 안락사 허용한 캐나다


캐나다 대법원은 2015년 2월 6일 “적극적 안락사를 위법으로 규정한 현행법은 캐나다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대법관 9명 전원일치로 안락사에 대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성숙하고 자기결정권이 확실하며 불치병으로 고통 받는 성인 환자에 대해 안락사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생명, 자유, 안전에 관한 헌법 제7조 및 제1조에 근거해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한 것이다. 다만 의회에서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새 법률을 만드는 데 걸리는 기간을 감안해 1년 후부터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캐나다가 이러한 판결을 이끌어 낸 것은 1993년 Rodrigues v. British Columbia 판결에서부터 비롯되어 적극적 안락사에 대한 논란과 입법 시도가 계속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진정제 맞고 죽음을 맞도록 한 프랑스


프랑스 상원은 2014년 2월 13일 삶을 마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료진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 제안서를 검토한 바 있다. 프랑스 상원과 하원은 2016년 1월27일 의사가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진정제를 투여함으로써 안락사에 이르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사를 맞고 바로 사망하는 안락사와 달리 음식 투여를 중단하고 진정제를 맞으며 죽음을 기다리게 하는 안락사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법안은 환자가 죽음을 거의 앞두고 있는 경우에만 한정해 허용했다.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환자라면  가족들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법안을 낸 사회당의 알라인 클레이스 의원은 의회 연설에서 “누구나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안은 한 가지 목적만 가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여전히 종종 일어나고 있는 나쁜 죽음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조건을 달아 안락사 합법화한 네덜란드 


16세를 기준으로 16세 부터 18세 까지의 환자와 12세부터 16세 미만 사이의 환자를 구별한다. 16~18세 환자의 경우 자신의 이익에 대해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간주될 때 의사에게 생명종결 또는 조력자살의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 부모나 후견인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안락사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갖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성년자 본인이다.
 
12세와 16세 사이라면 환자가 자신의 이익에 대해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간주될 때 부모 또는 후견인의 동의를 조건으로 의사에게 생명종결 또는 조력자살의 요청을 할 수 있다.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16세 이상 환자의 안락사와 관련하여 사전에 생명종결의 요청이 담긴 문서를 작성한 경우 의사는 그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는 합법화됐지만 그것이 전면적 비범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법률적 요건 하에서의 안락사를 허용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밖에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도 안락사를 허용한 국가이다. 이중 외국인의 안락사를 유일하게 받아들이는 나라가 스위스로 알려져 있다. 의사가 작성한 진료 기록을 스위스 법원이 허가한 경우, 대상자에게 조력자살을 제공하는 단체인 ‘디그니타스(Dignitas)에 가서 안락사를 부탁하고 싶다는 유명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일본 NHK 드라마 ‘오싱’의 작가인  하시다 스가코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연명치료 중단만 허용한 한국
 
한국에선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소극적인 안락사’만이 허용된다. 이것조차 도입하는데 종교계 등의 반대로 애를 먹었다.


신상진 의원(현 자유한국당)은 2015년 6월 ‘존엄사 법안’을 국회에 대표발의했다. 존엄사  법안은 말기환자가 의료지시서를 지정된 의료기관에 등록함으로써 연명치료 등의 실시 여부에 대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담당의사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말기환자의 의료지시서에 명시된 거부·중단의 의사표시에 반해 연명치료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말기환자가 자기결정권에 따라 의료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재원 의원(현 자유한국당)도 같은 해 7월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존엄사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명시하고,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임종과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판단기준과 절차를 마련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또는 임종과정이 예견되는 환자에게 연명의료의 시행 보류 또는 중단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의 자발적인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도록 하며, 이를 통해 해당 환자가 임종과정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 의원이 발의한 '존엄사법'과 김 의원이 발의한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결정에 관한 법률안'은 수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통폐합되거나 폐기됐다.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결정에 관한 법률 '수정안은 2016년 1월8일 국회를 통과했다. 호스피스 분야는 2017년 8월, 연명의료 분야는 2018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연명의료 중단 대상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들이다.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 연명의료를 멈춰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멈출 수  없다. 이처럼 연명의료 중단은 합법화됐지만 적극적 안락사에 대해서는 학설, 판례, 입법, 의료계 어느 쪽에서 아직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의와 기준, 부작용 방지 등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권·생명가치 훼손 없는 한, 수용해야”


‘적극적 안락사’ 도입에 대해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정학섭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한국은 이미 2017년에 전체 인구 중 65세 노인인구가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인구예측에 의하면 2026년경 초고령 사회를 맞을 것이다. 여기에다 제4차 산업혁명 담론에 근거할 때, AI 바이오산업 등 갖가지 의료과학기술 혁명과 그 장치들로 인해 사람의 수명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연장될 것이다.


초고령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가족 등 국가와 사회의 각종 단위가 감수해야 할 각종 부담은 획기적으로 증대할 것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이 여유롭게 연장된다는 것은 축복받을만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개인과 가족, 사회, 국가적 차원에서, 인권과 인간존중 차원에서 명예롭지 못한 형태로 생명 연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대해 우리는 깊이 성찰해보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인간 존엄을 준수하면서도 개인적, 가족적,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죽음의 현실적 장치’를 따지고 강구해보는 것은 바람직한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인권과 생명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차원에서 삶과 죽음의 가치 지평을 모색할 수 있는 ‘적극적 안락사’를 위한 다양한 방식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美해경 "볼티모어 사고 화물선, 교량충돌 직전 항구서 엔진 수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미해안경비대는 27일 (현지시간) 미국 볼티모어항의 교량 아래에서 동력을 잃고 교각에 충돌한 사고 화물선이 사고 전에 "정기 엔진수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교각이 무너지면서 다리 위에서 일하다 물속으로 빠진 6명의 인부가운데 2명의 시신이 이날 수습되었다. 나머지 희생자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해안경비대는 모든 구조 노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26일 프란시스 스콧 키 브리지에 충돌한 선박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수사관들은 27일 선박의 증거물 수집에 나섰다. 희생된 두 남성의 시신들은 이 날 오전 교량의 중간 지점의 7.6m깊이의 물속에서 빨간색 픽업 트럭 안에 탄채로 발견되었다고 메릴랜드주 경찰국의 롤란드 버틀러 경감이 저녁뉴스 시간의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새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멕시코 이민 출신으로 볼티모어에 살고 있던 알레한드로 푸엔테스(35)와 과테말라 이민으로 메릴랜드주 던도크에 살던 도를리안 로니알 카스티요 카브레라(26)로 확인되었다. 수색팀의 구조는 일단 끝났지만 앞으로도 음향 탐지기 등을 통해서 무너진 다리 밑 부근에 침몰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희생자들의 차량을 계속

정치

더보기
정희용, 고령군‧성주군‧칠곡군 교육복지 강화 및 광역교통망 구축 공약 발표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은 27일,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의 세 번째 공약인 <삶을 바꾸는 주민 중심 교육복지 강화‧광역교통망 구축>을 공개했다. <삶을 바꾸는 주민 중심 교육복지 강화‧광역교통망 구축> 공약의 지역별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고령군은 지난 1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사업 기본설계 시 고령역이 차질없이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관광시설 등과의 연계로 생활 인구와 유동 인구 증가를 도모하고, 지역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성주군은 남부내륙철도 성주역 건설과 동서3축(성주~대구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성주군을 동서교류 확대와 경제․교통․물류의 중심축으로 연결함으로써 지방소멸에 적극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칠곡군의 경우 2030년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 중인 대구경북 신공항 개항에 발맞춰 관내 정거장 설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정희용 의원은 지난 2월,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시작 단계에 있는 대구경북 신공항 광역급행철도 사업의 향후 노선에 대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중국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고 대응해야 할까?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른북스 출판사가 정치/사회 신간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펴냈다. 중국은 우리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나라일까? 남중국해, 대만 등에서 끊이지 않고 영토 분쟁을 일으키는 중국의 본심은 어디에 있을까?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의 저자는 중국이라는 나라는 우리가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국가라고 말한다. 그들은 내면에는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중국이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DNA가 새겨져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금은 대만 문제가 현재진행형이기에 잠잠하지만, 대만만 중국의 손아귀에 넣고 나면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향한 야욕을 드러낼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의 저자는 중국에서 자신이 느꼈던 중국의 저력과 문화적 본질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시시때때로 한반도를 향한 야욕을 드러내고,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 중국의 힘이기 때문에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1부에서는 중국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중국인의 생활, 문화, 역사와 관련한 이야기가 제시되고, 2부에서는 남북한 이슈, 국내외 정치 등 중국과 한반도를 둘러싼 저자 나름의 정세 분석이 담겼다.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가성비보다는 가심비 챙기는 삶 되어야
아빠와 딸이 자동차를 번갈아 운전하며 여행을 가고 있는데 기름이 바닥났다는 경고등이 켜지자 아빠와 딸은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넣어야 한다며 근처 주유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 결과 바로 2~3분거리에 주유소가 있는데 휘발류값이 상대적으로 다른 주유소에 비해 많이 비쌌고 반면 10~15분 정도 거리에는 휘발류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한 주유소가 있었다. 기성세대(꼰대)인 아빠는 당연하다는 듯이 10분, 15분 정도 가는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값이 많이 싼 주유소를 가겠다고 주장했고, MZ세대인 딸은 눈앞에 주유소를 두고 왜 멀리 떨어져 있는 주유소를 가냐며 결국 언쟁을 벌이다 아빠의 주장대로 값이 싼 먼거리의 주유소로 가서 주유를 하게 됐다. 그런데 값이 싸다는 이유로 주유 대기를 하는 차는 많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주유를 하게 되었는데 딸이 아빠에게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아빠는 가성비만 알고 가심비는 모르냐?”고 쏘아붙인다. 주유를 마친 아빠와 딸은 마침 식사시간이 되어 근처 식당을 가게 됐다. 메뉴판에 있는 많은 음식들 중에 아빠의 눈에 들어온 것은 메뉴 중 거의 제일 저렴하면서도 대중적인 김치찌개, 된장찌개였고, 딸의 눈에 들어온 메뉴는 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