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성완 박사] 여성에겐 없는 남성만의 ‘방울주머니(음낭)’가 있다. 쭈글쭈글한 모양에 성기 바로 밑에 달려있어 남들이 보기도 힘들고, 남성 자신도 성기는 수시로 살펴보는데 반해 음낭에는 관심을 갖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이 음낭은 남성을 남성답게 하는데 가장 중요한 쌍방울인 ‘고환’을 담고 있는 진정한 보물주머니다.
음낭 내에는 고환이 양쪽에 있어 정자를 만들어 임신이 가능하게 하고, 남성호르몬의 대부분을 만들어 남자다운 모습과 활동이 가능하게 한다. 두 고환이 거의 비슷한 크기이나, 보통 한쪽이 처져 두 고환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불상사를 막아주고, 음낭 벽에 얇은 근육층들이 있어 춥거나 외부충격이 가해지면 음낭벽이 수축해 고환을 보호해 준다. 고환에는 여러 선전척인 질환도 많이 생기고, 후천적으로 물리적인 충격에 의한 손상이나 구조적인 취약성 때문에 혈관이 꼬이기도 하며, 다른 기관들처럼 암이나 염증도 생길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면, 고환은 처음 엄마 뱃속에 있을 때는 뱃속에 있다가 태어나기 전에 좀 더 시원한 음낭으로 이동하는 기관이라 영양분을 공급하는 동맥과 정맥도 고환의 이동경로를 따라 길게 이어져 고환이 나무열매처럼 끝에 매달린 구조다. 이 과정 중에 간혹 잘 이동하던 고환이 중간에 뱃속에 멈추어서 ‘정류고환’(흔히 밖에서 안 만져진다고 ‘잠복고환’으로도 불렸다)이 생기기도 하고, 이동통로가 자연스레 닫혀야 하는데 복수가 들락날락하는 ‘선천성 음낭수종’이 생기기도 한다.
문제는 제대로 음낭 주머니에 안착하지 못하면 주변의 높은 온도 때문에 고환이 제 기능을 잃게 되거나 퇴화하므로, 가능한 어린 나이에 수술로 교정을 해 주어야 성장하면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은 성추행으로 신고받을 만한 일이지만, 예전 동네 할머님들이 예쁜 사내아기들을 보면 ‘불알이 잘 있나?’ 손으로 만져보시던 풍습이 사실 굉장한 생활의 지혜였다고 생각한다.
음낭이 아프다고 오는 환자들 중 비뇨의학과 의사들을 늘 긴장시키는 하나의 질환이 있다. 아동기에 간혹 고환이 뒤틀려 혈관이 꼬이는 ‘고환염전’이 생길 수 있는데, 4~5시간 내에 잘 만져서라도 풀리면 다행이나 안 풀리면 응급수술로 풀어주지 않을 경우 고환이 망가지는 질환이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오는 부모님들도 큰 병원 응급실로 빨리 가서 수술하라는 말에 놀라고, 꼬였다가 풀렸다가 하거나 다른 염증질환하고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해서 전문의들도 쉽게 판단하지 못해 정확한 확인을 위한 수술까지 선택해야 할 정도의 위급한 질환이기도 하다.
그리고 주로 왼쪽이나 양측 고환의 정맥혈이 순조롭게 흐르지 못하고 정맥이 고환 주변에 불거지는 질환을 ‘정계정맥류’라 하며, 남성불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손꼽히며 수술치료를 필요로 한다. 그 밖에도 고환은 다른 기관들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암이 생길 수 있으나 의학의 발전으로 수술과 항암치료의 성공률이 높은 편이므로, 샤워하면서 가끔 양쪽에 고환이 대칭적으로 잘 만져지는지, 전에 없던 혹은 없는지 관심을 갖고 체크해 보아야 한다.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가 숙성되는 부고환은 굵은 띠 모양의 기관으로 고환을 반바퀴 감고 정관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부고환의 내부는 가느다란 하나의 관이 구불거리며 꼬여있는 형태로 정자들이 이 길을 따라 긴 여행을 하게 된다. 부고환에도 염증이 곧잘 생겨 갑자기 부어오르고 아픈 ‘급성 부고환염’이 흔하게 생기는데,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혈액을 통해 염증이 번져 패혈증이 되기도 하고, 흉터가 남아 정자의 길이 막히게 되거나 운 나쁘게 양쪽에 문제가 생기면 불임이 될 수도 있어, 강력한 항생제 치료와 함께 회복기간 중 철저한 금주 및 안정이 필요하다. 부고환에는 염증 말고도 혹이 생기는 경우가 있으나 별로 해를 끼치지 않는 낭종(물혹)과 같은 양성종양이 훨씬 많다.
부고환에서부터 방광 뒤쪽의 정낭까지는 가느다란 전선처럼 생긴 정관이 정자를 운반한다.
드물게 선천적으로 정관이 없는 사람도 있으나 간단한 구조라서 별다른 질환이 없다. 흔히 원하는 수만큼 자녀를 가진 분들에서 피임을 위한 ‘정관수술’을 할 때는 부고환에서 조금 떨어진 음낭내 정관을 잘라서 묶어주는 간단한 수술로 가능하다.
다 똑같아 보이는 음낭에도 구조물에 따라 이와 같이 여러 질환들이 있으며, 고환의 중요한 역할을 지키려면 여러 질환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집에서 장난치다가 가볍게 다쳤다고 해도 응급실을 찾으면, 의사들이 긴장하고 유심히 검사하는 이유도 그만큼 다치기 쉽고 질환이 다양해서 적절한 치료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들들이 서로의 급소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은 절대 하지 못하게 하고, 가끔씩은 잘 성장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여야 한다. 이상이 발견되면 물론 전문의를 찾아 진찰을 받으시는 것이 현명하다.
성의학전문의 조성완 박사는…
■ 명동 이윤수ㆍ조성완 비뇨기과 원장 ■대한 비뇨기과학회 정회원 ■대한 남성의학회 정회원 ■대한 전립선학회 정회원 ■대한 배뇨장애 및 요실금학회 정회원 ■대한 비뇨기감염학회 정회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비뇨기과학교실 외래교수
국내뿐만 아닌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성의학 전문의로 ‘서울신문’, ‘헤럴드 경제’, ‘스포츠칸’, ‘스포츠 한국’ 등 다수 연재했으며 현재도 활발한 집필 활동중이다. 또한 한국경제 와우TV 생방송 ‘부부만족 100%’ 출연 등으로 시청자들에게도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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