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제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가 조성된 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분당 신도시의 경우 동네별로 재건축 혹은 리모델링 추진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시사뉴스>는 도시행정 전문가인 서울시립대 서순탁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도시의 제(諸)문제를 비롯해 필로티 구조의 문제점과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조성된 세종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짚어봤다.
1기 신도시는 리모델링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 재건축은 한 단지 안에서 그대로 소유권을 유지한 채 개발하는 것을 재건축이라 하고, 단독밀집지역 등 아파트를 세운다는 것은 재개발이라고 한다. 분당의 경우 재건축을 하느냐, 리 모델링을 하느냐 하는 것인데, 이 리모델링이라는 것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예를 들어 서울 대치동을 봐도 몇 동짜리 사례가 있으니까 말이다. 리모델링 비용과 대비해 건축 기술적으로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얘기도 많이 들려온다. 주거공간을 크게 늘이지도 못하면서 돈은 돈대로 드는 문제점이 있다. 분당의 경우, 리모델링을 하면 지하공간에도 이미 지하주차장이 있고, 수직증축도 한계가 있다. 첨단공법으로 새로 짓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나을 수도 있다. 공사 하는 기간엔 밖으로 나가서 살아야 되고 불편함은 똑같다. 돈이 덜 드느냐 더 드느냐의 차이다. 조합원들이 선택을 해야 하는데, 장단기 손익분석도 해야 될 것 같다. 정책적으로 고민이 되는 것은 리모델링의 장점은 몇 동별로 나누어서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재건축하면 다 허물고 해야 되니 대규모 사업이 된다는 점이다.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피할 수 없는 게 아파트 형식의 주거문화다. 서양은 단독주택이면 얼마든지 100~200년 쓸 수 있는 부담이 없는 주거양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90년대 초반부터 1년에 많을 땐 50만호 등이 공급이 되고 있는데 일정 시점이 지나면서 재건축이나 리 모델링 등 매년 전국적으로 30~50만호가 진행이 되고 있다. 이것이 작은 문제는 아니다. 임대차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신도시들이 계속 지어지고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집값이 계속 올라간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면 입주자 입장에서는 큰 돈 안들이고 재건축에 참여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장담할 수는 없다. 도심의 차별성으로 강남의 집값이 오르는 것은 서울플랜(COEX, 한전, 글로벌비즈니스센터, 탄천과 잠실 등에서 연계된 프로젝트) 등 중심기능이 집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MICE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직장과 주거 문제가 해결되나.
- MICE 산업단지는 하도 노래를 많이 부르니까 서울에도 있고 또 새로 조성도 하고 있고 그렇다. 마이스 산업단지가 굳이 분당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서울의 시설을 이용해도 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마이스 산업과 관련된 시설이 대전에 많이 있는데 세종시에서 없다고 새로 만들려고 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거기서 거기인데 너무 과잉공급이 아니냐는 얘기를 할 수 있다. 서울에도 많고 강남에도 있고, 마곡이라고 그쪽에도 기획을 하고 있다. 또 서울은 대도시 특성상 마이스 산업시설이 굉장히 많이 발달돼있다. 자연발생적으로 굉장히 많이 생기고 있다. 정부가 세종시로 옮겨가면서 강남역, 서울역, 용산역 할 것 없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경향이 보인다. 마이스 산업단지가 주거 생산 위락 유통을 묶어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도시 행정으로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니고 생태계 문제라고 본다. 입주해서 둥지를 트는 것이 이익이 된다 싶으면 자연발생적으로도 생각할 수 있는 문제다.
최근 대형화재 참사를 통해 문제된 필로티 구조의 문제점은.
- 그것은 지진에도 취약하다. 그것도 우리사회의 산물이다. 단독 주택지를 4층으로 올려서 부족한 주택문제도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한마디로 싼 주택이다. 세대가 늘어나면 주차장도 필요한데 주차장 역할도 하고 겸사겸사 해서 그렇게 올리는 것인데 세상에 싼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건축구조 측면에서는 그렇게 지어도 안전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대형 건축물도 가끔 보면 그런 곳도 있기는 하니까. 다만 그런 곳은 특수설계로 지진이라든지 화재에 대비해서 잘 설계돼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는데, 단독주택은 그런 것도 없으면서 그런 구조다.
세종시가 호주의 캔버라 같은 새로운 수도로 발전할 가능성은.
- 세종시를 지을 때 세계 각국의 신도시는 다 참조한 것으로 안다.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은 아주 우수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시의 외곽에도 수천만 평의 빈 땅을 미리 확보해서 토지용으로 대비를 한 상태다. 이용하는데 불편해서 그렇지, 지은 것은 잘 지었다고 보인다. 수도권이라는 너무 한 곳에 집중하니까 과밀로 혼잡했다든지 비용 발생 문제라든지 또는 안보적 측면이 생긴 것인데 이것들을 고려해서 세종시가 추진이 됐는데 아직까지 불편한 건 사실이다.
세종시의 단기적인 문제도 있기는 하다. 나이 드신 분들은 자녀 교육이라든지 이미 생활 삶의 터전이 특히 서울에 다 있기 때문에 혼자 내려 가있고 젊은 사람들은 다 가족단위로 세종시로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세종시가 가장 어린이가 많은 도시로 알고 있다. 통계를 보면 그렇게 파악된다. 세종시의 안착화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다.
사실은 세종시로 청와대와 국회 등이 내려가면 더 좋다. 그리되면 관료들이 길거리에 시간 보내는 일이 상당히 줄어 들 테니 말이다. 서울은 공공기관이 내려가도 금방 채워진다. 경제적 활력도 있기 때문에 서울의 위상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렇게 되면, 국회의원들이 불편할 것이다. 정치는 세종시에서 하면 좀 어떤가.
도시과학대학을 위시해 서울시립대학교 자랑을 한다면.
- 서울시립대는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도시과학대학이 단과대학 차원으로 따로 있다. 인문사회분야는 도시행정과 도시사회가 있고, 일부는 있다가 따른 단과대로 갔다. 공학베이스로는 환경공학, 토목공학, 건축공학, 도시공학이 있다. 설계는 건축설계, 도시설계, 공간정보 등 공식적으로는 8~9개 과가 있다. 도시과학대학으로 묶어놓을 땐 그 안의 분야들끼리 서로 협력해서 융복합 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우리나라 문화가 그렇듯 생각보다 융복합 기능은 그다지 활성화 돼 있지 않다고 느낀다. 그런 문제가 다소나마 있다.
대학 내에서 전과도 비교적 활성화 돼있고,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제도도 잘돼 있는 편이다. 전과는 20%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학생의 의사를 많이 존중해 주는 편이다. 면접을 하는데 본인이 성적이 약간 미달되더라도 면접을 통해서 학생의 능력과 의지가 확인된다면 가급적 전과를 허용해 주는 방향으로 한다. 또 한 가지는 등록금이 사립대에 비해서 현저히 싸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각종 장학금이 많아서 학비 부담이 타 대학에 비해 상당히 낮다는 점이 자랑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