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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평] “화장” - 사랑없는 삶의 절대고독에 대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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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영화, ‘화장’속에서 임권택 감독이 얘기하고자했던 것은 ‘사랑없는 삶의 절대고독에 대한 고백’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뇌종양으로 인해 2번의 수술을 받았고 3번째 수술을 앞두고 있는 아내(김호정)과 아내의 병간호를 극진히 해주면서도 회사에서의 일을 성실히 처리하는 오상무(안성기)의 상태를 기본바탕으로 설정해놓고 영화는 전개된다. 그 누가 보더라도 일과 가정에 있어서 거의 완벽하리만큼 자기 몫을 다해내는 오상무(안성기)의 모습은 지극히 표피적인 것이었다. 아내와 식사하는 장면에서 극명히 드러나게되는 부부간의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내용적 단절상태가 뼈아프게 다가온다. 단무지를 잘게 썰어먹는 오상무(안성기)의 취향과 그것조차도 용인해주지않는 아내(김호정)와의 사이에서 회복할 수 없는 단절을 느끼게된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아내(김호정)의 애완견인 ‘보리’는 아내(김호정)의 분신(分身)이다. 아주 가까이 다가와있는 죽음을 직감하고있는 아내(김호정)가 오상무(안성기)에게 자신의 사후에 ‘보리’의 처리에 대해서 묻자 오상무(안성기)는 단호히 말한다. “걱정하지말라. 안락사시킬테니...”라고 말이다. 이 장면이야말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있는 것이다. 오상무(안성기)는 결코 아내(김호정)를 사랑하지않고있다는 점이다. 사랑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는 아내(김호정)와의 영원한 단절을 바라고 있음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결국, 오상무(안성기)는 오랜세월 내조해온 아내(김호정)와의 의리와 가장으로서의 도리 때문에 가정생활에 성실히 임하는 것뿐이지 내면적으로는 아내(김호정)와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상태다. 물론, 아내(김호정)도 그 누구보다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추은주(김규리)가 오상무(안성기)의 옆에 등장한다. 추은주가 화장(化粧)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면, 아내(김호정)은 화장(火葬)되어야할 대상으로 대비된다. 따라서, 오상무(안성기)는 극심한 전립선 비대증으로 상징되는 자신의 쇠약해진 신체를 추은주(김규리)로 상징되는 화장(化粧)을 통하여 커버하려는 욕구에 더하여 ‘죽어가는 아내’와 대비되는 추은주(김규리)의 젊음,미모,생동감,자신감,당당함 등에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끌려들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아내(김호정) 스스로도 이미 잘알고 있다. 자신이 이제는 더 이상 여자다운 여자로서 기능할수 없음을 말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더욱더 여자이기를 원하는 처절한 몸부림이 있다. 이런 아내의 심리가 바로 화장실에서 남편인 오상무(안성기)가 변기에 앉아있는 자신의 용변 뒤처리를 해주는 장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잠시라도 남편의 힘을 빌리지않고는 아주 간단한 것조차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할 수 없음에서 생(生)의 극단적인 고통을 느끼는 아내(김호정)의 모습에서 우리는 생(生)의 비애를 느끼게된다. 더군다나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사랑했던 남편에게 여자로서 도저히 보이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게된 피끓는 비통함과 이제는 더 이상 남편에게 그 어떠한 즐거움도 주지못하고 오로지 남편의 짐이 되어버린 자신의 처지에 대한 좌절감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남편을 부둥켜안고 미안하다면서 절규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처절한 비애감을 느끼게된다.


아내(김호정)는 추은주(김규리)의 등장 이후, 달라진 남편의 심리적 변화를 이미 충분히 알고있었다고 봐야한다. 추은주(김규리)가 “나보다는 오상무(안성기)에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선물했던”와인이 바로 GIGONGDAS라는 프랑스 와인이고 그것이 상징하는 바는 ‘오래된 고목에서 난 포도로 만든 와인’이고 ‘향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다른 것은 느껴지지 않는 것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이 와인을 누구에게서 받아왔는지 오상무(안성기)가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아내(김호정)는 육감적으로 이미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아내(김호정)가 죽기전에 별장으로 바로 그 GIGONGDAS 와인을 3병이나 부쳐놨던 것이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오상무(안성기)가 어느 여인에게서 그것을 1병 받아와서 그렇게도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라면, 아내(김호정)가 오상무(안성기)에게 주는 사랑은 그것의 3배라는 것을 암시해주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아내의 유품을 직접 불태우면서 아내의 지갑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젊은 시절 사진을 발견한 오상무(안성기)는 결심하게된다. 추은주(김규리)와의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기로 말이다. 아내가 지갑속 깊숙이 간직해왔던 오상무(안성기)의 젊은시절의 사진이 의미하는 것은 아내(김호정)와 오상무(안성기)의 그야말로 ‘가식적인 화장(化粧)이 필요없었던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었던 시절’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오상무(안성기)가 비록 심리적인 것뿐인 관계였지만, 추은주(김규리)와의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는 것의 상징으로서 ‘문자 지우기’가 나타난 것이다.


별장으로 온다는 추은주(김규리)의 메시지에 대한 오상무(안성기)의 반응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 이유는 이것이다. 와인과 와인잔 2개와 과일안주와 꽃까지 준비해놓고서도 실제로는 황급히 슬리퍼만 신고서 부랴부랴 별장을 벗어나는 행위를 통해 실제로는 추은주(김규리)를 거부하는 오상무(안성기)의 태도가 충분히 이해되는 것이다. 마음만 받되 행동으로는 결별하겠다는 의미를 알아차리고 자신의 차를 타고 오상무(안성기)의 곁을 휙 스치면서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추은주(김규리)의 행동속에서 우리는 그제서야 모든 것을 깨닫게 된다. 추은주(김규리)는 ‘가식적인 화장(化粧)’속의 인물일 수 밖에 없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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