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낮으니까 이렇게 발버둥 치는 것이다"
국민의당 정당혁신위원회 이찬열 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정당혁신 비전 선포식'(이하, 선포식)
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선포식에서 이 위원장은 "지지율이 낮으니까 우리가 이렇게 발버둥치는 것이지 지지율이 높으면 우리가
왜 이러고 있겠냐"며 "지난 총선때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국민의당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찾아와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철수 대표가 단상으로 올라오자 행사장에서는 열화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안 대표는 "저도 국민의당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제2창당의 정신으로 혁신을 통해 다당제를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유한국당의 비판을 의식한 듯 "국민의당은 위장야당이 아닌 중추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이런 언급은 앞서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국회 본회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심야까지 지속된 2018년 예산안 통과와 관련해, 한국당의 홍준표 대표가 6일 오전에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그 예산안 심사를 보면서 국민의당이 위장야당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위장야당으로 막판에 가서 언제나 뒷거래로 여당 행세를 할 바에는 차라리 (민주당과) 합당을 하고 국민 앞에 당당히 나서는 것이 옳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발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국민의당을 대하는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6일 한국당은 김정재 원내대변인의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KTX 무안공항 경유 등 호남지역에
SOC예산을 몰아주고, 새만금개발공사특별법과 예산안과는 상관도 없는 선거구제 개편을 합의하는 등 철저하
게 정치적 득실을 따져 밀실야합 예산을 이루어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새해 예산안 통과와 관련해 '밀실야합'을 했다는 인식이다.
이에 더해 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6일 '국민의당, 잠시 실리는 챙겼지만 이중대의 이미지는 영원할 것이 다'라는 제하의 논평에서 "국민의당은 본래 예산심의 초기부터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하는 공무원 대폭 증원과, 잘못된 최저임금제를 국민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에 자유한국당과 함께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전제한 후 "그런데 무안공항으로의 KTX 진입, 새만금 예산 등 호남지역예산을 민주당이 받아주자 국민의당은 입장을 선회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민의당을 사실상 매수한 것이고 국민의당은 작은 이익으로 기꺼이 민주당의 이중대가
됐다"며 "국민의당이 지금 당장은 존재감을 보여주었고 실리도 챙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명분과 국민과의 신뢰에 기반하여 존립하는 것이다. 지역 예산 몇 푼 챙기는 것과 당략에 따른 선거구제 개편이 국민의당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야합을 하고 원칙을 저버리는 국민의당의 행태는 국민들 머릿속에 민주당의 이중대라는 이미지로 도저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야당인 한국당이 국민의당에 대해 '밀실야합'이니 '이중대'니 하면서 국민의당을 '위장야당'으로 규정하는 냉전 기류속에서 국민의당이 양당구도를 타파할 수 있는 강한 3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는 버거워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제1야당인 한국당의 입장이 이렇게 정리되자 국민의당은 이날 선포식을 기점으로 당의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선포식 행사장 전면에 '여성비전 선포식','청년비전 선포식'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에서 보여지듯 '여성'과 '청년'을 강조해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의 연대 움직임으로 촉발된 국민의당의 내홍은 현재진행형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선포식 현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이날 안 대표의 발언이 끝난 후, 안 대표 지지자중의 한 사람이 객석에서 일어서서 안 대표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연대 입장에 지지를 표명하면서 박지원 의원을 비난하는 말을 하는 돌발사태가 일어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런 사태에서 보듯이 국민의당의 내홍(內訌)이 쉽게 마무리 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