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살균제 제품을 무해하다고 표시·광고한 신현우(68)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 등 업체 관계자들에게 사기죄를 추가적용키로 했다.
정부 공식 집계로 95명의 사망 피해자를 낳은 초유의 사건이 업체 관계자들의 무사안일이 부른 참사라는 점도 검찰 수사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5일 "신 전 대표 등에게 기존 고려 중이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표시광고법 위반죄 외에 사기죄를 추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의 경우 2000년 '옥시싹싹 NEW가습기당번'을 출시할 때부터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을 광고했다. 2003년에는 '아기에게도 안심'이라는 광고문구를 붙이기도 했다.
검찰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표시하는 데 관여한 임직원을 중심으로 사기죄 적용 대상자를 선별 중이다. 흡입 독성 실험 자체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을 진행한 것처럼 표현해 소비자들을 속였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기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적용 가능한 이 법은 50억 미만에 대해서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옥시의 제품 매출액을 연간 5억원씩 총 50억원 규모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무해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 같은 광고를 한다는 건 허위사실의 진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사기죄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옥시가 제품 출시 후 흡입 독성 실험을 타진했음에도 실제 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옥시 신 전 대표가 흡입 독성 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이유를 '비용 절감'과 '자리 보전' 등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로 '프리벤톨(Preventol) R80'을 사용할 당시 진행한 급성 흡입 독성 실험 비용이 800만원에 불과했던 점, 회사가 영국 본사에 인수됐을 당시 신 전 대표가 자리에서 잠시 물러나기도 했던 점 등을 이유로 이 같은 가능성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제품 출시 당시 회사가 영국 본사에 인수되는 등 혼란스러웠던 상황 속에서 경영진과 제조·판매 관계자들이 제품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회사 인수 과정에서 새로운 외국인 대표에 밀려 자리에서 물러난 신 전 대표가 흡입 독성 실험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전 대표는 외국인 대표가 개인 사정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회사에 복귀했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하느라 흡입 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을 거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대표부터 생산을 담당했던 직원들의 무책임이 겹쳐져서 독성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무사안일이 빚어낸 참극"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