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외국인 전 대표를 처음으로 소환 조사한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오후 존 리(48) 전 옥시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고 밝혔다.
또 리 전 대표와 함께 옥시 미디어고객팀 김모 부장, 홈플러스 전 일상용품 팀장 조모씨, 롯데마트 전 상품2부문장 박모씨 등 5명을 함께 소환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구글코리아 사장을 맡고 있는 리 전 대표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 대표를 역임했다. 그 시기는 '옥시싹싹 NEW가습기 당번'의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리 전 대표를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 판매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유해성 여부를 인지했는지, 의사 결정 과정에 영국 본사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을 예정이다.
리 전 대표를 조사한 후에는 2012년 5월까지 대표직을 맡았던 거라브 제인(47) 전 옥시 대표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옥시 싱가포르 지사장으로 재직 중인 제인 전 대표 측은 검찰의 출석 요구에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인 전 대표는 제품 판매가 왕성한 시기인 2006~2008년 마케팅 이사직을 담당하는 등 제품 판매 과정에 깊게 관여한 인물이다.
이와 함께 이 사건이 불거진 2011년 대표를 지내면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조작·은폐해온 것으로 의심받고있다.
특히 검찰은 제인 전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실험 결과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서울대학교 조모(56) 교수에게 옥시 측에 유리한 결과를 내라는 취지의 자문계약을 보낸 사실도 파악한 상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제인 전 대표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해외 사법 공조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제인 전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리 전 대표와 제인 전 대표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옥시 영국 본사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될 수 있을 거 같다"며 "제인 전 대표가 이른 시간 내에 검찰에 출석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