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진은숙(55․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가 서울시향 사태와 관련, 안타까운 심경을 또 밝혔다. 2014년 12월 사무국 직원들이 막말 의혹을 받았던 박현정 전 대표에 대한 호소문을 낸 것으로 촉발된 사태는 박 전 대표와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맞고소 공방전으로 번졌다.
진 작곡가는 7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쓴 '진실의 얼굴-서울시향 사태에 대한 소고'라는 글에서 "엉뚱한 음모론의 대두로 이 사태의 본질은 흐려져 갔고 안타깝게도 정명훈 전 감독과 시향이라는 공공단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버렸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정 전 감독은 시향에서 가장 오랫동안 박현정 전 대표를 신임하고 같이 일할 의지가 있었던 분"이라고 썼다. "자신을 찾아와 고통을 호소하는 직원들에게 한편으로는 조직의 통합을 위해 좀 참고 같이 가자며 설득했고 또 한편으로는 박 대표에게 재임기간 중 여러 번 직원들에게 좀 더 인간적인 대우를 해 줄 것을 부탁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 전 감독은 박 전 대표 재임기간 내내 고통을 호소하는 직원들과 박 전 대표 사이에서 상당히 심리적 갈등을 느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정 전 감독은 "'대표이사의 퇴출'의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며 "2014년 5월9일 베를린필과의 있었던 연주 후 만찬에서 사무실 상황에 대해 심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박 대표가 임기 끝나면 어디 좋은 자리로 가지 않겠느냐라는 대화를 나와 나눈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공개했다.
"박 전 대표의 주장이 극히 선동적으로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 낭비되는 걸 보고 놀랐다'라고 보도된 걸 본 적이 있다"며 "이런 주장은 많은 수의 납세자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가지고 서울시향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기 충분하다"고 짚었다.
"세금은 시향을 비판하는 분들만 내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도, 정 전 감독도, 저도 또 서울시향을 옹호하는 분들도 내고 있다"며 "만일 시향을 비판하는 분들이 내는 세금이 그대로 시향에 투입되어 낭비된다고 설정한다면, 우리들이 내는 세금도 그렇게 되어 대표이사의 급여에 사용된다는 설정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우리가 내는 귀중한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대표이사가 위에 언급된 조직의 수장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호소문을 발표한 직원들과 박 전 대표 사이의 인권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거론됐던 '행정적 의혹'이라는 것도 철저하게 분리돼야 한다"며 "몇 년간 끊임없이 지속돼 왔던 외부의 공격에 대한 소모전으로 인해 이런 우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다. 시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향의 본 업무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세금의 낭비"라고 지적했다.
앞서 진 작곡가는 지난달 말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프로그램 '아르스 노바' 간담회에서 "서울시향의 내홍이 객관적으로 봐도 전 대표와 직원들의 사안이라고 생각하는데, 확대되면서 공공단체가 많은 곤경에 빠지고 상임지휘자의 사퇴로까지 이어진 것은 대단한 유감"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정 전 감독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서울시향 직원들이 박 전 대표에게서 모욕을 당한 것을 무시하지 못하겠다'는 취지로 말해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정 전 감독은 박 전 대표를 무고죄와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