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올해 국방부 국군복지단의 군납 담배 입찰을 앞둔 가운데 말보로, 팔리아멘트 등을 제조하는 미국계 담배제조사 필립모리스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 취지는 '지난 9년간 군납 입찰 경쟁에서 떨어진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필립모리스는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납품품목 선정 결정 무효 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필립모리스는 국군복지단 마트 일반담배 입찰에서 선정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선정 기준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의문을 제기한 것.
그동안 충성마트(PX)는 외국계 담배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던 2007년 담배에 대한 경쟁 입찰 방식이 도입되면서 외국 담배 업체들이 진출할 길이 열렸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입점에 성공한 외국 브랜드는 없었다.
필립모리스는 젊은 층의 담배 선호도를 고려할 때 지금까지 입찰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단은 맛과 디자인·가격 등을 고려해 고득점 품목을 선정하고 있다. 가격은 편차가 크지 않으므로 장병 나잇대에 선호도가 높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담배가 선정되는 것이 맞는다는 논리다.
실제 지난해 한국리서치가 연령대별 주흡연 브랜드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19~29세 연령대에서는 한국필립모리스가 40.7%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이어 KT&G가 32.3%, BAT(16%), JTI(11%) 순이었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지난 군납 결과와 관련해 평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소송을 제기했다"며 "장병 연령대에 선호도가 높지만 진입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마음이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필립모리스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사실상 국가 조달 입찰에서는 정부가 여러 이익 단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외국계가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산 담배가 우리 농민들의 담뱃잎을 전량 수매하고 있는데, 다소 바뀐 상황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산 담배 농가에서 생산되는 잎담배는 KT&G가 전량 수매하고 있는데, 최근 필립모리스도 국내 담배 농가의 잎담배를 사기 위해 연엽초생산조합와 협의 중이다.
오는 2017~2019년 연간 30억원 규모, 총 90억원 규모다. 던힐 등을 생산하는 BAT와 마일드세븐 등을 생산하는 JTI는 현재 구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필립모리스 측은 "수매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며 "수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부 한정판을 제외한 제품 모두를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며 수출 및 고용 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두고 업계에서는 소송 결과보다는 장기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올해 당장은 힘들겠지만 업계가 현재 상황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현 상황이 많이 알려지길 바라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무효 소송에서 승소하지 못한다고 해도 소송 자체가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재판 중 외국 업체들이 떨어진 기준이 알려지면서 향후 합리적인 기준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군 복지단은 올해 국군복지단 마트 일반담배 납품품목 선정 공고의 심의 서류 제출을 지난 4일 마감하고, 오는 12일 최종 발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