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로 국제유가가 급락한 가운데 이번 '오일쇼크'가 언제까지 이어지며, 또 유가가 얼마나 떨어질지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국제유가 기준유인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8일 미국 뉴욕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대비 0.4%나 떨어진 배럴당 37.51달러에 마감해 2009년 2월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 원유시장의 가격기준이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런던 석유거래소(ICE) 선물시장에서 장중 배럴 당 전 거래일 대비 1.2%(0.47달러) 하락한 40.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역시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다. 특히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40달러 선을 밑돌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이번 국제유가 하락은 단순한 경제논리다. 약 1년 전부터 OPEC이 미국 셰일오일 혁명에 맞서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증산을 결정하고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원유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요-공급의 부조화가 발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원유 초과분은 30억 배럴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원유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하루에 15억 배럴이나 더 많은 상황이다.
이처럼 오일쇼크의 발생 원인은 간단하지만, 저유가가 얼마나 지속되고 어디까지 떨어질지에 대해서는 자신감있는 전망이 좀처럼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OPEC이 증산을 결정한 뒤로 전문가들이 단 한 번도 유가등락 움직임에 제대로 따라잡은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유가가 이날 4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까지도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 전망치를 약 51달러로 내놓고 있었다며 "석유전문가들이 원유와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전문가와 연구원들은 20달러와 30달러, 40달러 등 각종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며, 원유가 얼마나 떨어질지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고 전했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ITG투자연구소 주디스 드왈킨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정부에 따르면 정유회사들이 내년 약 6% 산량을 줄여 수익을 못 내는 사업을 축소하면서 2017년에는 원유초과분을 모두 처분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CNBC는 투자시장에서 구호같이 사용되는 "장기투자를 하라"는 말로 유가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Not Likely)"고 비난했다.
CNBC에 따르면 2008년 배럴당 147달러였던 유가와 비교하면 현재 가격은 70% 이상 떨어진 수치이며, 이미 유가하락은 최소한 7년 이상 지속됐다. 심지어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장기간으로 보면 우린 모두 죽는다"고 한 말을 인용해 원유는 장기투자를 할 수 없는 변덕스러운 원자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가는 1985년에 배럴당 35달러에서 배럴 당10달러로 떨어졌고 2003년까지 20달러 선에 머물렀다. 저유가가 약 17년이나 지속된 셈이다.
유가가 안정되려면 수요-공급이 정상화돼야 하지만, OPEC과 러시아, 미국정부 등이 양보도 하지 않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가운데 석유생산국들의 '치킨게임'이 좋게 끝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장기 투자자인 데니스 가트만은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가하락 사태는) '공황 청산(Panic Liquidation)'으로 끝날 것"이라며 "5~6개의 대형 파산과 인수·합병 소식이 들리면 그때 마무리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CNBC 패스트머니의 브라이언 켈리는 "닷컴버블 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이 쇠고랑을 차게 될 때가 유가하락이 종결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유가에 대한 전망이 유독 불확실한 이유는 시장·투자 심리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원유시장 전문가 스티븐 쇼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투자자들의 심리가 유가를 움직이고 있다"며 "70달러로 반등할 수도 있고 그 전에 30달러로 또 떨어질 수도 있지만, 20달러를 벌기 위해 20달러를 걸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