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집값이 올해처럼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집값이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한편 전세난 등의 여파로 소폭이나마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약세를 전망하는 근거로는 가계부채 종합대책,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올해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면서 2~3년 뒤 입주 대란을 앞두고 내년부터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집값 오름세가 둔화하는 것일 뿐 내림세로 반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그래서 내년은 집값 하락 여부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고개를 든다.
과연 내년 집값은 오를까 떨어질까, 아니면 보합을 유지할까? 만약 떨어진다면 지금이 집을 팔기에는 적기는 아닐까?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 PB센터 부센터장, 조명래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 등 부동산 전문가 8인에게 이같은 질문을 중심으로 내년 부동산시장 전망을 물었다.
◇집값 오름세 둔화, 관망세 이어져
김규정 위원은 "내년에는 대출규제 강화로 주택 구매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며 "최근의 집값 오름세가 둔화하면서 서서히 보합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교언 교수는 집값이 꺾이지는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에 금리상승과 대출규제 등이 예상되지만, 일본처럼 충격을 받아 집값이 꺾어질 정도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물량공급이 많은 일부 지역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전국 단위로 봤을 때 상승세가 둔화하는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높은 전셋값이 집값을 떠받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됐다.
박합수 부센터장은 "내년에도 전세난은 이어지는 데다 재건축 이주수요도 더해질 것"이라며 "집값 상승폭은 둔화하겠지만, 당분간 상승 추이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하락 가능성
내년에는 '관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고하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권일 팀장은 "내년에는 관망세로 돌아서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내년이 고비다. 관망세가 길어지면 하반기 이후에는 내림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조명래 교수는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매 차익을 남기려는 투자수요까지 늘어날 정도로 허수가 많았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겠지만 하반기에는 급락까진 아니더라도 내림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학회장은 "내년 상반기부터 금리가 인상되진 않겠지만, 은행이 선제로 대응하기 위해 조금씩 올릴 수 있다"며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이 맞물리면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내년이 '분수령'이란 의견도 있었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상반기에는 오름세가 이어지지만, 하반기에는 내림세로 돌아서는 '상고하저'가 예상된다"면서 "내년에도 공급물량이 많아지면 내림세가 본격화될 수 있지만, 아직 내후년 입주대란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올해까지 분양된 것을 어떻게 흡수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은 '안정세', 지방은 '하락 위험'
지역별로는 서울 및 수도권은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규정 위원은 "서울은 입주물량도 적은 편인 데다 재건축 이주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울의 경우 어느 정도 집값 오름세가 유지될 것"이라 말했다.
권일 팀장은 "수도권 역시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실수요자 중심의 매매수요로 집값은 두드러지게 하락할 것 같진 않다"며 "화성의 경우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반면 평택은 최근 공급이 두드러졌지만, 여러 개발 호재가 있어 집값이 크게 휘둘릴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지방에서는 일부 광역시를 중심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합수 부센터장은 "대구에서는 올해 11개월 동안 매매가가 11.4% 올랐다. 대구에서는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다"며 "반면 부산은 2011년에 집값이 폭등했지만 2013~14년에는 집값 상승률이 제로(0)나 다름없었다. 정작 내년 입주량이 5000세대밖에 되지 않아 내년에도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은 집 팔기에 '적기'" vs "장기적 안목 필요"
김규정 위원은 "내년부터 주택 구매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집을 팔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물건에 따라 최적의 매수자가 언제 나설지는 보장할 수 없지만, 집을 팔기에는 내년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권일 팀장은 "지역 일대에서 입지나 브랜드 등 상품성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단지는 2017년 이후 집값이 내려갈 수 있다"며 "앞으로는 투자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실수요자 위주로 부동산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상품성 열외 단지는 실수요에 가수요까지 가세한 현재 시점에서 매각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거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조언도 있었다.
함영진 센터장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많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단기 차익을 기대한 매매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며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단기 매매 차익을 노리는 것은 내년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교수는 "집 매매 과정에서는 양도세 등 거래비용이 많이 든다"며 "단기적으로 집값 오르내림을 보고 집을 사고팔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래를 고려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