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삼성과 LG그룹이 3분기 실적 발표를 마치자마자 사장단을 비롯한 임원 인사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의 행보는 다른 대기업 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큰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대기업 그룹 임원들은 연말 인사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올해 실적이 예년보다 좋지 못한 탓이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는 100대 기업 임원 숫자가 올해 상반기보다 100~200명 줄어 6700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삼성과 LG그룹은 올해 실적이 예년보다는 좋지 않은 만큼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사장단·임원 인사는 '이재용식 인사'의 첫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 사장단·임원인사 시기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12월 초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정기인사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인원감축 기조를 올해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임원 승진 규모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임원감축 폭이 20~3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올 정도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임원 승진 규모를 줄여나가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사상 최대 규모인 501명의 임원승진 인사를 단행한 후 ▲2013년 485명 ▲2014년 475명 ▲2015년 353명 등으로 임원 승진 인원을 축소해 왔다.
삼성그룹 인사의 키워드는 '성과'와 '인적 쇄신'이다. 이 부회장은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조직 슬림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익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영역이 겹치는 회사들은 합치고 수익성이 좋지 않은 계열사는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위한 기준은 '성과'다. 삼성은 조직통폐합과 함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실적이 악화된 계열사들의 경우 희망퇴직을 권고하고 있다. 성과가 좋지 않은 부서나 연구소 등을 통합하며 자연스럽게 퇴사도 유도하고 있다.
이같은 과정에서 임직원은 줄어들게 된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승진은커녕 자리를 지키기도 어려워진다. .
인적쇄신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에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연말 인사가 조용히 지나간 것으로 평가된다. 경영승계 작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혁신'을 주도해야 할 입장이다. 그래서 보다 개혁적이고 젊은 임원진들이 전면에 배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그롭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하고 있다. 그룹 주력사인 LG전자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스마트폰 사업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LG는 지난 10월30일 구본무 회장 주재로 진행하는 계열사별 업적보고회에 돌입했다. LG그룹 전 계열사·사업본부가 올해 실적과 내년 사업전략을 보고하고, 점검하는 자리다.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11월 한 달간 각 계열사 업적보고회가 차례로 진행된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을 포함한 모든 계열사들이 대상이다.
보고회에서는 각 대표이사가 올 한해 계열사별 실적과 사업성과 등을 구 회장에게 직접 보고한다. 이를 통해 2016년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특히 보고회 결과는 연말 인사에도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의 이번 임원인사는 실적과 성과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여건이 불투명하고 실적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와 실적이 가장 기본적인 평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는 승진시킬 사람들만 승진시키겠다는 구 회장의 인사방침이 전해졌다는 점도 성과를 바탕으로 한 인적 쇄신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의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LG 계열사들의 임원 승진 폭은 역대 최저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