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롯데그룹과 삼성그룹이 30일 삼성의 화학 계열사 매각인수를 통한 사업부문 '빅딜'을 단행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오전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에 대한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가 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양수도 계약으로,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M&A다.
이번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매각인수에는 유통·서비스와 함께 화학산업을 롯데그룹의 3대축으로 키우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져 있다.
앞서 형제간 경영권을 두고 진흙탕 싸움 중에서도 신 회장은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난 8월26일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 '대국민 약속'에서 밝힌 투명 경영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사재출연을 통한 롯데 계열사 주식매입과 호텔롯데가 롯데쇼핑 등 3개 계열사 보유 주식을 매입해 209개 순환출자 고리를 추가로 끊었다. 이로써 전체 순환출자고리 중 지난 8월 33.7%, 이번 50.2% 등 약 84%를 해소했다.
아울러 지배구조 개선 방향도 이번 빅딜로서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그룹의 비전인 '2018년 아시아 톱10'으로 도약을 위해 그동안 유통에 치우처진 그룹 구조를 3개의 축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
그동안 롯데그룹에서 추진해왔거나 추진했던 사업은 유통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뤄졌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면세점 등으로 대표되는 유통업과 호텔롯데로 대변되는 서비스업 등이었다.
하지만 이번 삼성그룹과의 화학분야 빅딜을 통해 롯데그룹은 또 다른 미래 신성장동력 양날개를 장착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규모의 경제 실현을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 수직계열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등을 바탕으로 종합화학회사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14조9000억원으로, 이번에 인수하는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등 3개사의 매출액이 합쳐지면 총 2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더욱이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의 기초가 되는 원료 사업에서 강점을 지녀 이번 빅딜을 통해 수직계열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확대까지도 가능하게 됐다.
그동안 식품과 유통에 강점을 보였던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이후 석유화학 부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왔다.
2000년대 들어 신 회장은 롯데대산유화(현대석유화학 2단지)와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했으며, 2009년 호남석유화학과 롯데대산유화의 합병에 이어 지난 2012년에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을 합병해 롯데케미칼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기도 했다.
글로벌 사업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신 회장은 2009년 영국 아테니우스사의 고순도 테레프탈산(PTA)과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생산 설비를 인수해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1조5000억원을 들여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석유화학회사인 말레이시아 타이탄을 인수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액시올사와 합작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탄크래커를 건설키로 합의·본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8월에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지역에서 부타디엔고무(합성고무의 일종)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의 기초가 되는 원료 사업에서 강점을 지녔다"며 "이번 계약으로 수직계열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확대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