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현대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추진해 온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현대증권 주식인수계약 종결 기한이 만료된 데다 인수 주체인 오릭스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 16일 오릭스와의 주식인수계약이 종결됐다"며 "추후 계약 연장 여부는 전적으로 오릭스 측이 결정할 문제"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오릭스가 오늘 현대증권 인수와 관련해 논의를 진행하는 걸로 안다"며 "어떤 결정이 나올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오릭스와의 매각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산업은행과 긴밀하게 협의하며 매각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지난 6월 일본계 금융자본 오릭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인 오릭스PE(Private Equity)에 발행주식 총수의 22.56%(5338만410주)를 6475억원에 매각하는 지분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양측의 거래는 파킹딜(Parking Deal·일시적으로 지분을 맡기는 딜) 의혹, 일본계 자금의 국내 증권사인수에 대한 반감 등의 문제에 부딪히며 삐걱거렸다.
결국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오릭스 PE의 현대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당초 현대증권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오릭스는 최근 태도를 바꿨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필요한 서류 중 일부를 금융위에 제출하지 않으며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오릭스가 부정적인 국내 여론 등을 의식해 현대증권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매각 절차가 장기화되며 현대증권 임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증권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내부 직원들도 많이 궁금해하고 있다"며 "업무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매각 과정이 길어지다 보니 답답한 마음도 든다"고 토로했다.
오는 23일로 예정됐던 신임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된 임시주주총회도 취소가 불가피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일단 23일 주주총회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내일(20일) 이사회를 열어 주주총회 일정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