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패션 전문 기업 이랜드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왕성한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은 키웠지만, 이 과정에서 잇따른 지분투자로 자금부족이 지속되면서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다.
빚에 의존한 기업 인수로 거의 모든 자산을 대출 담보로 제공한 데다 회사채 발행 주기가 눈에 띄게 짧아져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5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랜드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이랜드월드의 차입금 규모는 오는 2019년까지 2조4328억원에 달한다. 올해 1조2214억원에 2016년 7779억원, 2017년 3119억원, 2018년 1101억원, 2019년 245억원 등이다.
2010년 이후 라리오, 벨페, 피터스콧, 만다리나덕, 코치넬레, K-SWISS 등 해외 브랜드 인수와 SPA브랜드 투자가 차입금 확대의 원인으로 꼽힌다. 연결기준으로는 이랜드파크의 호텔과 리조트 인수, 이랜드리테일의 신규 출점에 따른 재무부담도 떠안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자금이 투입과 달리 M&A로 인수한 기업들의 실적이 안정화되지 못한 탓이다. 중국법인 3사를 제외한 해외법인은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랜드파크의 레저부문 역시 영업적자에 빠져 있다.
이랜드의 M&A를 통한 기업 몸집불리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교차한다. 그 가운데 하나는 과다한 인수합병이 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랜드는 M&A로 성장한 대표적인 그룹이다. 이랜드의 M&A는 1995년 영국의 글로버럴 인수에서부터 시작됐다. 2004년 뉴코아 인수, 2006년 까르푸 인수에 성공하면서 이랜드그룹은 패션과 유통으로 몸집을 키웠다.
이후 M&A 행보가 본격화됐다. '의식주휴미락(衣食住休美樂:입고 먹고 살고 쉬고 꾸미고 즐기는 모든 순간)'이라는 이랜드그룹의 사업 방침에 따라 외식·호텔·레저·건설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공격적 투자는 결국,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이랜드그룹의 '성장'에 집중한 과도한 투자 전략은 결국 그룹의 '자금 부족 현상'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외부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그룹의 재무 안정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만들고 있다.
한신평은 이랜드의 지난해 연결기준 차입금 규모는 4조8000억원으로 수익 창출력 대비 과중하다는 평가했다.
부채 비율은 366.4%, 차입금 의존도는 58.3%로 높은 수준이다. 한신평 측은 차입금 대부분이 1~2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 위주로 구성돼 자금의 질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칫 '승자의 저주'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또 계열사에 제공한 지급보증은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그룹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지기 직전이라고 관측했다.
류승협 한신평 연구원은 "향후 1년 이내의 주요 단기자금 소요로는 단기성차입금 7749억원의 상환부담보로 900억원 내외의 설비투자 지출이 예상된다"며 "또한 신규 출점에 따른 임차 보증금 부담이나 M&A 등에 따른 비정상적인 지분투자도 발생할 수 있어 유동성이 충분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