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북한의 서부전선 대북 확성기 포격 도발은 우리 군 당국이 즉각 대응하기 쉽지 않도록 치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진행, 우리측을 다소 혼란스럽게 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은 추가도발을 감행할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행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군의 철저한 대비와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군 당국이 지난 20일 뒤늦게 북의 도발사태를 파악하고 대응사격에 나서자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발뺌하며 우리 측이 원인 제공을 했다는 주장을 폈다. 북한이 전형적인 '오리발'수법을 나타낸 것이다.
앞서 북한군은 지난 20일 오후 3시53분께 경기도 연천 육군 28사단 예하부대 인근 야산에 14.5㎜ 고사포 1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 대포병레이더에 포탄의 궤적이 잡히긴 했지만 크기가 작아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장비에 잡힌 물체가 '허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탄원 분석에 나섰다. 10여분 뒤 이번에는 군사분계선(MDL) 남쪽 700m 비무장지대((DMZ)에 76.2㎜ 직사화기 3발 추가로 떨어졌다.
군은 이를 탐지하기 위해 열상감시장비(TOD)에 잡힌 포연과 땅울림 장비, 장병들의 증언 등을 수집하고 분석한 뒤 북한군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차 고사포 포격이 있은 뒤 44분여 만에 포탄의 실체를 파악, 오후 5시4분께 MDL 북쪽 500m 지점으로 155㎜ 자주포 29발을 대응 사격했다.
북한군은 우리 군의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도록 대북 확성기를 향해 조준 타격을 하기보다 DMZ에 포탄을 떨어뜨리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는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을 두고 "있지도 않은 구실"이라고 발뺌하며 "남조선 괴뢰군부 호전광들의 엄중한 군사적 도발행위로 간주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 천안함 피격 당시에도 어뢰 공격을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 때도 우리 군의 선제공격에 대응 사격을 했다고 우겼다.
최근 DMZ 부근서 목함지뢰 폭발로 장병 2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때도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며 적반하장으로 일관했다.
북한군은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 확성기 철거를 요구한 상황에서 우리 군이 이를 묵살할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에도 그 소행이 누구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남북간 물리적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경우 북한 체제를 위협 받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될 수 있어 무리수를 두기보다 비대칭 전력을 활용한 '치고 빠지기'식 도발로 갈등을 조장할 것으로 보인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이 도발한다면) 이번 포격처럼 도발 원점이 파악되지 않는 무언가 새로운 수단이 될 것"이라며 "어뢰나 지뢰처럼 조사가 필요하고 시간이 걸리는 도발 방식을 취하고 대북 방송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에 해상보다는 육상에서 도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군 당국은 북한의 이 같은 도발 원점을 파악하기 어려운 형태의 기습 도발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전군 작전지휘관 화상 회의에서 "북한군은 어제 우리 군이 바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모호한 방식으로 도발했다"며 "앞으로 다양한 방식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