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롯데 금융계열사들의 지위 변화가 예상된다. 주력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의 행보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의 지배구조 변화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의 그룹내 지위와 '국적'까지 바꿀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 회장의 계획대로 비금융 계열사인 호텔롯데가 지주사 역할을 맡게 될 경우 금융계열사들은 대주주가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 11일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지배구조를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행법이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호텔롯데가 지주사가 되면 롯데카드와 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를 2년 내 정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 지주사로 전환한 기업은 대부분 '매각' 방식을 선택해왔다.
LG그룹은 증권·카드 금융 계열사를 매각해 금융업에서 아예 손을 땠고, 두산은 해외 계열사에 넘겨 현행법 틀 안에서 금융계열사를 소유하는 방법을 택했다.
금융권 내에서는 롯데가 금융업을 정리하기보다는 두산처럼 해외 계열사에 매각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롯데카드는 유통이 주력인 그룹의 사업구조와 관련이 큰 계열사인 만큼, 일본 롯데 측에 넘겨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롯데카드는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5위, 지난해 당기순이익 1474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두산그룹은 지주사로 전환함에 따라 2012년까지 두산캐피탈을 비롯한 금융계열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산캐피탈 처분에 실패하면서 56억원의 과징금을 물게된 두산그룹은 결국 캐피탈 지분을 해외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아메리카(DHIA)와 두산인프라코어아메리카(DIA)에 팔았다.
롯데도 일본롯데 계열사 등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비슷한 방식으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만 롯데카드가 일본 롯데로 넘어갈 경우 국민 정서에 반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자금 조달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대주주가 일본기업이 된다면 자금조달이 생명인 카드사에게는 악영향을 줄 수 도 있다”며“비상장 구조는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 신용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자금을 적절히 조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회에 계류중인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면 금융계열사를 매각하거나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법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국회 통과 시점이 불투명하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그룹이나 계열사 내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의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다만, 현재 대주주인 롯데쇼핑이 앞으로 금융사 지분을 보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