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과점주주에게 지분을 파는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다만, 아직은 시장 수요가 부족해 당장 매각을 추진하지 못하고 투자 수요를 키운 뒤 민영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21일 회의를 열고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방향'을 보고받고 이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박상용 공자위원장은 "그간 수요조사를 점검한 결과, 경영권 지분 매각은 쉽지 않다는 결론"이라며 "다만, 과점주주가 되려고 하는 수요가 일부 존재하기 때문에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공론화한다"고 밝혔다.
올해 정부가 매각하려는 우리은행 지분은 총 48.07%다.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51.04% 중 콜옵션 행사 대비분 2.97%를 제외한 양이다.
안정적인 은행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이 중 30~40%를 과점주주에게 매각할 예정이다.
과점주주 매각 방식은 4~5명의 과점 주주가 은행의 지분을 나눠 갖고 경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들이 공동 회의체를 구성해 공동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공동 행동을 하는 것은 은행법상 금지돼 있어 과점주주들은 이사회 일원으로만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투자자 한명 당 살 수 있는 지분은 4~10%다. 이 범위 내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한 투자자 순으로 원하는 물량을 가져갈 수 있다.
이날 박 위원장은 투자 수요가 부족해 당장 민영화를 추진할 수 없다는 공자위의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시장에서 우리은행이 현재 공적 통제를 받기 때문에 경영자율성에 제약이 있고 주가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라며 "앞으로 예금보험공사의 경영정상화 이행약정 (MOU) 관리방식을 대폭 완화하거나 해지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30% 가량 지분을 사겠다는 과점주주가 등장할때는 사실상 매각이 끝났다고 보고, MOU 전면 해지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공자위는 8월부터 투자 수요를 재검토하는 회의를 이어가면서 연내 민영화를 성사시겠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과점 주주 매각과 기업가치 제고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연내 민영화를 반드시 추진할 계획"이라며 "정부는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우리은행 매각을 추진 중이며, 우리은행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