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한국 경제의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이라는 내부 악재에 중국 증시 폭락과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등 외부 악재가 더해지면서 하반기 경제 회복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수출이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이러한 대외 위험은 큰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증시 폭락이 실물 경제에까지 파급된다면 수출이 큰 축을 차지하는 우리 경제는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9일 상하이종합지수는 3709.33으로 마감했다. 사흘만에 5.76%나 반등한 수치이긴 하지만 지난달 12일 기록한 연고점인 5166.35와 비교하면 약 28%나 빠진 것이다.
◆그리스, 교역 적어 큰 타격 없을 듯
전문가들은 그리스와 한국의 교역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 나라의 대(對) 그리스 수출 비중은 0.2% 내외에 불과하다.
그리스발 위협은 몇 달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이슈인데다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 때 남유럽 전반으로 위기가 번졌던 것보다는 범위가 좁고 여파도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6일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우리나라의 그리스에 대한 리스크 노출 금액이 크지 않고 글로벌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유로존 은행들이 국내 투자를 급격하게 회수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밝혔다.
그리스 채무불이행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됐지만 2012년 그리스 구제금융 당시보다는 안정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미국 금리인상이 가까워지고 있는 시기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리스크까지 불거지는 점은 신흥국 금융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면서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이 대거 일어나면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우려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최석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취약 신흥국에 대한 익스포져는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규모는 크지 않아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단 연준의 금리인상 및 그렉시트 가능성이 당분간 신흥국 리스크를 부각시킬 전망이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역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증시 패닉, 실물 전염 땐 한국 경제도 먹구름
그리스보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증시 폭락이다. 금융시장 혼란이 중국 경제의 내수 위축까지 야기하는 경우 세계 경제 회복까지 둔화시킬 수 있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제1위 교역상대국으로서 중국 증시 폭락이 실물 경제에까지 파급된다면 가뜩이나 부진을 겪고 있는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는 것은 불가피하다. 우리 나라 수출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올 들어 수출은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1월~5월 수출 단가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1%, 물량은 1.8% 쪼그라들었다.
이날 정부가 민간과 손잡고 116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수출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놨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 약발이 먹히긴 힘들다.
당초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의 그래프를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수출 부진 지속에 메르스로 인한 내수 위축까지 겹치면서 회복의 활력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정부가 12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포함하는 22조원의 재정 보강 계획과 투자 활성화 대책 등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각종 후속조치들을 연달아 내놓고 있지만 대외 리스크가 지속된다면 3%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한국은행은 추경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수출 부진에 메르스·가뭄 피해가 생각보다 커 성장률이 2.8%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보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