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 삼성물산과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 간 표 대결에 있어 핵심 변수로 꼽혀 온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소송이 삼성물산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궁지에 몰렸던 삼성이 한 숨을 돌리게 됐다.
지난 1일 주주총회 소집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에 이어 법정 싸움 2연승한 셈이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반 여부가 여전히 최대 관건으로 꼽히는 가운데 이번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계기로 삼성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부장판사)는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KCC를 상대로 낸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법원은 삼성물산의 KCC에 대한 자사주 매각이 사회 통념상 현저히 불공정하거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가처분 결과는 국민연금의 찬반 여부와 함께 17일 있을 표 대결의 핵심 변수로 꼽혀온 만큼 향후 판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약 이번 가처분이 받아들여졌다면 KCC에 매각된 5.76%의 지분은 의결권이 사라지게 되기에 상성 입장에선 아찔한 상황을 모면한 셈이다. 엘리엇이 신청한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삼성그룹의 우호 지분은 KCC의 5.96%를 포함해 19.95%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합병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쪽은 엘리엇(7.12%)을 비롯해 일성신약(3.27%), 네덜란드연기금(0.3%) 등으로 총 10.69%다. 여기에 현재까지 엘리엇 쪽에 표를 위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소액주주 지분 약 1%를 합치면 반대 지분은 12%까지 늘어난다.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계 투자자의 지분은 26.5%,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 투자자의 지분은 11% 정도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삼성 쪽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의 관계나 투자 수익률을감안하면 합병에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0.5%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신영자산운용은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외국계 투자자들은 상당수가 엘리엇 쪽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세계 1·2위 글로벌 의결권 전문기관인 글라스루이스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잇따라 '합병 반대' 의견을 낸 것이 외국계투자자들을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계 투자자의 표심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2.2%를 보유한 메이슨이 엘리엇과 비슷한 행동주의 펀드라는 점에서 한병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명확한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다.
삼성 측도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CS)를 합병 자문사로 선정하며 외국인 투자자 설득에 나서고 있는 외국계 투자자의 표심에 대해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 삼성물산 1대 주주로 10.15%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