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채권단의 긴축안을 거부하면서 6일 국내 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증시는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 이후 외국인이 대거 매도로 돌아서면서 일제히 폭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0% 하락한 2053.93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2875억원, 기관은 2173억원을 매도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4% 하락한 752.01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78억원과 251억원씩을 매도했다.
외환 시장에서는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환율이 소폭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1123.0원)보다 3.5원 오른 1126.5원에 마감했다. 그리스 사태가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기관마다 전망이 엇갈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을 통해 "그리스 관련 사태가 단기간 내에 크게 악화되지 않는 한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KDI는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됐으나, 2012년 그리스의 구제금융 당시보다는 안정적인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의 그리스에 대한 총 익스포져(리스크 노출 금액)가 크지 않고, 글로벌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유로존 은행들이 국내 투자를 급격하게 회수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그리스 사태로 인한 시나리오는 경우의 수가 많아 섣불리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디폴트와 그렉시트 등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더라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불확실성은 커지겠지만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은 그렉시트 현실화로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대폭 하락하고 주식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연이 이날 발표한 '그렉시트의 위기와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그렉시트가 발생해 그 충격이 5분기 이상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최대 2.7%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증시는 그렉시트 발생시 4.8∼7.6% 가량 급락할 수 있고, 충격이 5분기 이상 이어지면 16.5~26.5%까지도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그리스 사태가 악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對)그리스 수출 비중은 0.2% 안팎에 불과해 직접적인 파급 효과는 크지 않지만 유로존 경기가 악화되면서 대(對)유럽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은 있는 상황이다.
그리스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소집해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책을 모색했다.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향후 국제 금융시장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향후 상황도 현재 시장의 대다수 예상과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주 차관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그리스 은행에 대한 긴급 유동성지원(ELA) 한도 증액 여부, 독일․프랑스 등 채권단의 향후 입장변화 가능성 등에 주목하면서 그리스 문제가 주변국 또는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