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그리스 국민투표가 채권단의 긴축안을 거부하는 반대표가 우세한 것으로 나온면서 국내 주식시장도 단기 충격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치러진 구제금융안에 대한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 무효표 5.8%를 제외한 유효표 가운데 찬성(NAI·네)은 38.69%에 그친 반면 반대(OXI·오히)'는 61.31%로 찬성표를 압도했다. 전체 유권자(985만8508명)의 62.5%인 총 616만 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는 그리스 전역에서 1만9159곳에서 실시됐다.
증권가에서는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반대가 클수록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 채권단으로부터 더 좋은 합의안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설득이 막판 반대여론을 높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장 6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와 7일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내지는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키를 유럽중앙은행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 주식시장를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의 충격이 불가피 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리스 사태가 악화되면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으로 이어져 유로존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손소현 연구원은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이 계속해서 난항을 겪을 경우 결국 그리스가 전면적 디폴트와 그렉시트에 이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남유럽 국가와 동유럽 국가가 받을 충격이 클 수 있다”며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의 경제는 유럽연합과의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교역면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원도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 '채권단 협상안에 대한 반대'로 결론이 나와 공은 채권단에 넘어갔지만 채권단이 협상안을 완화해 그리스 문제가 원만히 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타결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지만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식시장 역시 불확실성에 대한 노출을 피할 수 없고 위험자산 기피로 표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사태 우려 고조로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커지고 미국 달러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경우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가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증권 김지은 연구원도 “국민투표를 통해서 신임을 얻은 시리자가 채무탕감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고, 채권단 역시 강경한 대응에 나서는 과정에서 증시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ECB의 정책대응 강화가 나타날 경우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사태 장기화 시 중기적 영향이 더 관건”이라며 “지난해 말 이후 유로존의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그리스 사태로 인해 경기 회복세가 영향을 받게 된다면 하반기 증시회복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자동차·해운 등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업종별로 유럽 매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현대차 10%, 기아차 14%)의 경우, 수요 감소 영향에서 직접적인 충격이 예상된다”며 “조선 역시 부정적이지만 그리스 사태로 유럽의 선박금융 문제가 없는 한 조선의 기존 수주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해운 업황의 부진 연장 우려가 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접적으로는 글로벌 은행업종에 대한 할인과 대외여건 악화로 인해 은행의 직간접 손실 가능성과 NIM 개선 시점 지연 등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리스와 유로존 모두 그렉시트가 가져올 후폭풍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결국 20일 이전에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현재 시나리오 가운데 여전히 재협상을 통한 신규 합의안 도출이 가장 유력하다”면서 “선거 이후 빠른 정상회담 등이 시도되는 점을 감안하면 3차 구제금융 등을 통한 새로운 합의안 도출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도 “주목할 것은 향후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은 더 이상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의 솔루션을 도출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또 전세계적으로 그리스의 국민투표는 문제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필요하다는 정책당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자산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지만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전통적 글로벌자산배분은 추울 때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