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한 발만 삐끗해도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하는 벼랑 끝 승부가 5일(한국시간)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날 오전 1시 프랑스-독일전을 시작으로 오전 5시 브라질-콜롬비아전과 6일 오전 1시 아르헨티나-벨기에전을 거쳐 오전 5시 네덜란드-코스타리카전으로 마무리되는 2014브라질월드컵 8강전이다.
더불어 조국의 승리와 함께 자신의 입신양명을 노리는 세계적인 골잡이들의 득점 경쟁도 다시 가열될 전망이다.
◇ 로드리게스 vs 네이마르, 미래의 호날두 vs 메시?
현재 득점 선두는 5골을 기록 중인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23·AS모나코)다.
조별리그 C조 1차 그리스전(3-0 승)에서 월드컵 데뷔골을 신고한 뒤, 2차 코트디부아르전(2-1 승)·3차 일본전(4-1 승)에서 각 1골씩을 추가하는 대활약으로 팀을 C조 1위로 16강에 진출시켰다. D조 2위 우루과이와의 16강전(2-0 승)에서는 아예 멀티골을 작렬하며 팀의 8강행을 이끌었다. 동시에 득점 선두로도 치고 나섰다. 유일하게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도움 2개도 기록하며 이타적 플레이 내지 동료 활용력도 뛰어나다.
공교롭게도 로드리게스는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8강전에서 가장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바로 개최국의 홈 어드밴티지를 업고 있는 브라질의 네이마르(22·FC바르셀로나)다.
4강행 티켓과 이번 월드컵의 진짜 '신성'이 누구인가를 놓고 벌이는 두 사람의 맞대결은 네이마르가 골 침묵에서 깨어날지 여부까지 더해져 흥미를 더한다.
네이마르는 1950월드컵에 이어 64년만에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2002한일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려는 브라질에서 '펠레의 후계자'로 여겨질 정도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여왔다.
네이마르는 지난 6월13일 크로아티아와의 브라질월드컵 개막전이자 조별리그 A조 1차전(3-1 승)에서 멀티골(페널티킥 1골 포함)을 작성하며 팀의 짜릿한 역전승을 견인,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2차 멕시코전(0-0 무)에서는 멕시코의 '천수(千手) 수문장' 기예르모 오초아(29·아작시오)에게 가로 막혀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3차 카메룬전(4-1 승)에서 네이마르는 순수하게 필드골만으로 두 번째 멀티골을 터뜨리며 득점 단독 선두(4골)로 치고 나서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아르헨티나의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27·FC바르셀로나)·독일의 '신형전차'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뮐러 등이 3차전에서 차례로 골 사냥에 성공하면서 바로 '공동 1위' 그룹을 형성해 버렸다.
네이마르는 칠레와의 16강전(1-1·승부차기 3-2 승)에서 골 사냥을 하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려 했다. 그러나 회심의 슈팅들이 모두 불발되며 팀의 위기를 자초한 것은 물론, 뒤이은 경기에서 로드리게스가 먼저 5골로 치고나가면서 득점 단독 선두의 기회마저 내주고 말았다. 특히 네이마르는 이번 대회에서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도움을 하나도 기록하지 않았을 정도로 이기적인 플레이로 비판을 받고 있다.
네이마르로서는 콜롬비아전이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인 셈이다. 게다가 자신의 부진을 틈타 스포트라이트를 채간 로드리게스를 응징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이 문제다. 칠레전 전반 4분에 입은 허벅지 부상도 모자라 오른 무릎에도 이상 징후가 포착된 상태다. 정상 컨디션으로 8강전에 나설 수 있을지 우려도 낳고 있다.
◇ '원맨쇼' 메시, 고른 공격력의 벨기에도 극복할까
네이마르와 함께 득점 공동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메시와 뮐러 역시 8강전에서 골 추가를 노린다.
메시는 조별리그 F조 1차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2-1 승)과 2차 이란전(1-0 승)에서 1골씩을 기록한 데 이어 3차 나이지리아전(3-2 승)에서는 멀티골을 터뜨려 총 4골로 득점 공동 선두 그룹에 합류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가 득점 단독 선두로 치고나간 뒤 갖게 된 스위스와의 16강전(1-0 승)에서는 도움 1개에 그치며 득점 공동 2위 그룹에서 제자리 걸음을 했다.
아르헨티나의 8강전 상대는 벨기에다. 아르헨티나(7골)와 벨기에(6골)는 팀의 총득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다른 점은 아르헨티나에는 메시가 있고, 벨기에에는 메시 같은 선수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것과 아르헨티나의 경우 메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반면에 벨기에는 미드필더 마루안 펠라이니(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6명이 각 1골씩 나눠넣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특정인에게 치중되지 않은 고른 공격력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즉, 공격수 세르히오 아궤로(26·맨체스터 시티)가 부상으로 월드컵 전선에서 사실상 이탈한 상황에서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27·나폴리)·미드필더 앙헬 디마리아(26·레알 마드리드) 등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메시마저 벨기에 수비진에 꽁꽁 묶일 경우 벨기에의 역습에 아르헨티나가 오히려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벨기에의 수비력이 이란·스위스만 못한 만큼 메시를 그만큼 꽁꽁 묶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메시와 벨기에 수비의 최후 보루인 티보 쿠르트아(22·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맞대결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되는 이유다. 이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여러 차례 맞대결해 서로를 너무도 잘 아는 것이 단판 승부인 16강전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이다.
◇ 뮐러, 득점왕 2연패를 위해 벤제마를 꺾어라
뮐러는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5골 3도움으로 '최우수 신인상'과 함께 '득점왕(골든슈)'을 차지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지난 대회에서 아쉽게 3위에 그쳤던 조국의 우승과 함께 득점왕 2연패 또는 '골든볼(MVP)'을 노린다.
뮐러는 조별리그 G조 1차 포르투갈전(4-0 승)에서는 포르투갈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가 보는 앞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야심차게 출발했디.
조별리그 2차 가나전(2-2 무)에서 도움 1개에 머문 아쉬움은 3차 미국전(1-0 승)에서 후반 10분 결승골로 털어냈다.
그러나 알제리와의 16강전(2-1 승)에서는 상대 수비수들에게 꽁꽁 묶이면서 득점 공동 2위 탈출에 실패했다. 그래도 연장 전반 2분 공격수 안드레 쉬를레(24·첼시)의 선제골을 도와 팀 승리에 기여한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독일의 8강전 상대는 유럽 지역예선에서의 부진을 딛고 본선 무대에서 완벽하게 부활한 프랑스다. '선봉장'은 3골 2도움을 기록 중인 카림 벤제마(27·레알 마드리드)다.
벤제마는 조별리그 E조 1차 온두라스전(3-0 승)에서의 멀티골로 출발한 뒤, 여세를 몰아 2차 스위스전(5-2 승)에서 1골과 2도움을 추가했다.
그러나 3차 에콰도르전(0-0 무)과 1일 16강 나이지리아전(2-0 승)에서는 모두 골 사냥에 실패했다. 독일을 상대로 프랑스가 승리하려면 벤제마의 득점력이 살아나야 하는 만큼 발끝이 더욱 무거워졌다.
◇ 오초아 앞에 무력했던 판 페르시와 로번, 나바스는 무너뜨릴까?
네덜란드는 득점 1~2위에 오른 선수는 없지만 3골을 기록 중인 선수가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리연 로번(30·바이에른 뮌헨) 등 2명에 달해 득점 1~2위 선수를 한 명씩 가진 나라들이 전혀 부럽지 않다.
판 페르시와 로번은 남아공월드컵 결승전의 리벤지 매치처럼 치러진 조별리그 B조 1차 스페인전(5-1 승)에서 사이좋게 멀티골을 기록하더니 2차 호주전(3-2 승)에서는 역시 1골씩을 추가했다.
그러나 3차 칠레전(2-0 승)과 멕시코와의 16강전(2-1 승)에서 두 선수 다 연속으로 침묵한 것이 다소 걸린다. 다행히 신예 공격수 멤피스 데파이(20·PSV에인트호벤)가 호주전에 이어 칠레전까지 2골을 기록할 정도의 득점포를 가동 중이어서 고무적이다.
네덜란드의 '쌍포'가 8강전에서 사냥에 나설 상대는 이번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코스타리카다. 우루과이,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과 함께 '죽음의 조' E조에 속해 가장 먼저 탈락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오히려 조별리그 1차 우루과이전(3-1 승)·2차 이탈리아전(1-0 승·)·3차 잉글랜드전(0-0 무)에서 2승1무를 거둬 조 1위로 16강전에 진출했다. 16강전에서는 연장전까지 이어진 1-1 혈전 끝에 그리스를 승부차기에서 누르고 8강에 올랐다.
단, 총득점은 5점으로 8강 진출국 중 가장 적고, 팀 내 최다 득점자인 공격수 브라이언 루이스(29·PSV에인트호벤)도 2골에 그치고 있다. 공격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코스타리카에는 약한 공격력을 보완하고도 남는 강한 수비력이 있다. 8강 진출국 중 최소 실점인 2점이라는 사실이 잘 알려준다.
그 정점에는 잉글랜드전과 그리스전 등 2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MOM'에 선정된 '철벽 수문장' 케일러 나바스(28·레반테)가 서있다. 그리스전에서 코스타리카가 10명이 뛰고도 끝내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멕시코전에서 오초아 함락에 실패했던 판 페르시와 로번이 이번 월드컵 최고의 수문장 중 한 명인 나바스의 '철갑'을 어떻게 뚫느냐에 따라 네덜란드의 4강행과 두 사람의 득점왕 경쟁 가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