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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살인사건 (제6회)

  • 등록 2007.03.02 1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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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쎄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어딘가 음색이 틀린 것 같기도 합니다만... 아 맞았소. 내가 우이동에 뛰어갔을 때 가정부는 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맞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말이 맞는 말이군요.”
“바쁘신데 한가지만 더 여쭙고 가겠습니다.”
이근우 계장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의 뒤에서 장형사와 마형사는 말없이 수첩에 메모만 하고 있었다.
“그날 백낙원 사장은 박사님이 진찰하실 때 이상한 얘기는 하지 않던가요? 단서가 될 만한 일이라도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글쎄요, 뭐 이렇다할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다만 누구에겐가 협박을 받고 있다, 그리고 몹시 겁에 질려 있었다는 것밖에는 모르겠군요.”
황박사는 지욱의 얼굴을 보며 대답하고 있었다. 그는 왜 백낙원 사장이 죽기 전, 김지욱과 나경미의 결혼 때문에 협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형사들에게 하지 않고 숨기는 것일까...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천만에요. 의문나는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와 주십시오.”
수사계 형사들이 방을 나갔다.
“이거 미안하네. 아까부터 자네가 온 줄은 알고 있었지만.”
“좀 피곤해 보이십니다.”
“그래 갑작스런 백낙원 사장의 죽음이 날 이렇게 곤혹스럽게 만드는군. 어서 좀 앉게.”
황박사는 지욱이 소파에 앉기를 기다려 이내 간호사를 불렀다.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따끈한 차라도 끓여내 와요.”
간호사가 다시 지욱에게 목례를 해보이고 방을 나갔다. 어찌됐거나 지욱은 황박사에겐 귀한 손님임에 틀림없었다.
“그래 어떻게 여길 다 오셨나? 그런 시간 있던가?”
“실은 뭐 좀 여쭈어 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아니 뭔데? 자넨 건강하니까 병 때문에 온 것은 아닐테고.”
“어제 집사람이 다녀갔었죠?”
“여길? 안 왔었는데.”
“안 왔어요? 간호사는 왔었다고 하던대요.”
“그래? 그럼 내가 없을 때 왔었나... 간호사! 이간호사!”
황박사는 요즘 정신이 없다면서 또 간호사를 불렀다. 아까의 간호사가 다시 들어왔다. 그 손에 찻잔이 들려 있었다.
“이거 박사님께서 중국 가셨을 때 가져오신 차예요.”
“아니 차가 문제가 아니고, 어제 김회장님댁에서 자부님이 다녀갔었나?”
“네, 오셨어요. 참 제가 깜박 잊고 박사님께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몇 시쯤이죠? 그 시간이...”
지욱이 불쑥 간호사에게 물었다.
“박사님이 안국동에 왕진가신 게 4시니까, 4시 10분경일 거예요.”
“그런 걸 잊어 버림 어떻게 하지?”
“죄송합니다.”
“진찰받으러 왔는데 내가 늦는 바람에 가 버린 모양이군.”
“오늘 다시 들른다고 하셨어요.”
간호사가 지욱을 쳐다봤다.
“얼마나 기다렸습니까?”
“한 30분 기다리셨을 거예요.”
“알았습니다.”
간호사 원장실을 나갔다. 황박사는 지욱의 앞에 놓인 찻잔의 뚜껑을 손수 열어 줬다.
“어서 들게나.”
“네.”
지욱은 찻잔을 감싸쥐고 한 모금 마셨다. 쌉싸름한 중국녹차의 향기가 지욱의 코를 자극했다. 지욱은 또 생각에 잠겼다. 백낙원 사장 살해사건과 아내의 실종사건이 관계가 있는 건지는 구체적으로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었지만, 김지욱은 막연하나마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의 방계회사 사장이 갑자기 누구에겐가 살해당했으며, 그 사건에 곧이어 또 아내가 행방불명이 됐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치고는 너무나 지나친 우연이었다.
“자네 안색이 좋지 않군. 무슨 일 있었나? 왜 부인은 찾고 그러지?”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예요.”
지욱은 황망히 도리질을 했다. 황박사는 지욱의 태도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있었다. 평소 이 병원에 자주 오지도 않던 김지욱이다. 그가 불쑥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했지만 어제의 경미의 행방을 묻는다는 건 더욱 이상했다.
“부인한테 무슨 일이 있었나?”
“아닙니다.”
“어제 우리 병원에 들른 것이 무슨 의미가 있지?”
황박사는 계속 추궁했다.
“전화 좀 쓰겠습니다.”
지욱은 괴로운 듯이 훌쩍 일어나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렸다. 전화를 받는 것은 유리였다.
“유리냐? 아직 연락 없지?”
“네. 아직 연락 없어요.”
“전화 오거든 잘 받아 둬.”
지욱은 수화기를 놓고 다시 소파에 앉 았다.
“뭐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나? 난 주치의가 아닌가? 아버님도 나만은 믿어. 거리낌없이 말해 보게.”
“아직 말씀드릴 단계가 아닙니다. 아내가 돌아올지도 모르니까요.”
“아니, 그럼 부인이 집을 나갔단 말인가?”
“나간 게 아니라, 외출하고는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뭐라고?”
황박사도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얼굴이 핼쓱해졌다. 물론 황박사도 죽은 백낙원 사장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실제로 백낙원 사장은 살해당하기 직전에 김지욱과 나경미의 결혼이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예언을 하지 않았던가?
(아닙니다. 그 결혼은 곧 파탄이 납니다. 난 그걸 알아요. 어쩌면 신부가 죽게 될 지도 모릅니다.)
황박사는 백낙원 사장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 울리는 것 같았다.
“음... 그러면 역시 백사장의 말이...”
“네, 무슨 말씀입니까?”
“아, 아닐세. 나 혼자 해본 소리야.”
“백낙원 사장이 뭐라고 했는데요?”
이번엔 지욱의 추궁이 집요했다.
“아니라니까.”
황박사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백낙원 사장의 알쏭달쏭한 예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경미가 실종된 지금 백사장의 예언은 정말 맞아떨어진 것이다. 황박사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렇다고 지욱에게 곧이곧대로 말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럴 즈음 황내과에서 김지욱과 만나기로 했던 우형빈은 교동 골목에서 수사과 형사들과 마주쳤다.
“아니, 자네들 웬일인가?”
“아이구 주임님, 어딜 가세요?”
장형사가 우형빈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이런 데도 나타나십니까?”
마형사도 히죽 웃었다.
“일이 좀 있어서... 그런데 표정들을 보니 굵직한 단서라도 붙잡은 모양이지?”
“웬걸요. 거 우이동의 백사장 사건 때문에 황내과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그래? 수고들 하라구.”
우형빈은 그들과 헤어졌다. 그도 백사장 사건을 잘 알고 있었다. 몇 가지 더 묻고 싶었지만 사건담당이 아니었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황내과로 향했다.
우형빈과 김지욱이 황내과에서 만나 바로 명동으로 향한 건 그로부터 한 시간 후였다.
“저기지? 그 양장점 말이야.”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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