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6 (금)

  • 맑음동두천 -9.5℃
  • 맑음강릉 -3.6℃
  • 맑음서울 -7.8℃
  • 구름많음대전 -4.9℃
  • 맑음대구 -3.0℃
  • 맑음울산 -2.3℃
  • 광주 -1.4℃
  • 맑음부산 -1.1℃
  • 흐림고창 -2.6℃
  • 제주 3.3℃
  • 맑음강화 -8.7℃
  • 구름조금보은 -5.5℃
  • 맑음금산 -4.7℃
  • 흐림강진군 -0.6℃
  • 맑음경주시 -2.8℃
  • 맑음거제 -0.5℃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인터뷰/ 청농(靑農) 문관효 서예가] 대가의 손끝에서 완성된 세종의 얼

URL복사

‘훈민정음’ 언해본을 한글 중심으로 표현... “혁신의 꽃은 전통의 뿌리에서 피어난다”

 

 

 한자가 한글보다 크게 앞서 있는 기존의 ‘훈민정음 언해본’을 뒤집고 한글 중심으로 표현한 서예작품이 최근 문화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예가 청농(靑農) 문관효 작가의 작품이 그것. 이 작품은 서가와 학계에 충격을 주며 서예계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원곡서예문화상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를 이끌어냈다. 청농 선생은 제 35회 수상자로 결정됐고, 문화관광부는 10월 한글날을 기념해 광화문 광장 전시 작품으로 선정했다.

 

 역사의식과 작가정신의 궁극
  “15세기 작품만 고집하고 답습하는 것은 제자리걸음이다. 21세기를 걷고 숨 쉬며 미래에도 살아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혁신의 꽃은 전통의 뿌리에서 피어난다고 믿었다.” 옛것을 차곡차곡 내면화 시켜 그 속에서 새것을 찾는 청농 선생의 이 같은 철학은 이번 작품에서 절정을 이뤘다.
 글자 수 4천 여 자에 8m에 달하는 ‘훈민정음 언해본’은 제작 기간이 3여년 소요된 대작이다. 기존 한자 위주의 고문헌을 한글을 더 크고 정확하게 살린 한글 위주로 변환시키는 새로운 시도로 청농 선생의 역사의식과 작가정신의 궁극을 보여준다. 세종대학교 김슬옹 교수의 자문을 통해 오자가 전혀 없게 완성도를 높였다. 한글 서예 대가의 손끝에서 완성된 한글 중심의 언해본은 한글 문자 자체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잘 살아있다. 직선과 원, 사선 등 형태의 어울림, 단아하고 힘찬 기운, 민족의 얼을 오롯이 담으면서도 개성이 넘치는 현대적 필체는 감탄을 자아낸다.
 올해는 청농 선생이 회갑을 맞은 해이자, 붓 잡은지 50년이 된다. 또한, 한글 반포 567돌이자 22년만에 공휴일로 다시 지정된 해이다. “20년 전부터 이번 작품을 구상했다”는 선생은 “누군가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며 이번 작품에 대한 사명감마저 드러냈다. 오래간 품어온 예술적 꿈과 한글 서예가로서의 사명을 향해 차근차근 걸어온 선생이 묵직한 발자국을 찍었다.

 

 자신만의 고유한 서체 완성

 청농 선생은 1963년 할아버지가 운영한 서당에서 붓을 처음 잡은 이후, 1968년 서예가 장전 하남호 선생을 만나 한글 서예에 눈을 떴다. 중학교 2학년 때 교실에 붙일 국민교육헌장을 쓰면서 한글 서예의 매력에 빠진 것이다. “정말 예쁘다”는 것이 청농 선생이 지금까지도 서예계에서 소수에 속하는 한글 서예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글을 홀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풍토에 대한 안타까움과 반발심 또한 한글 서예를 고집하게 된 이유다”고 덧붙였다. “서단의 스승들은 ‘자네는 한문이 좋네’라며 한문 서예를 권했다. 하지만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지키고 싶은 마음을 결코 버릴 수 없었다.”
 예술가에게 열정이야말로 재능이다. 청농 선생의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타고난 예술적 끼란 생각이 절로 든다. 결혼을 하면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법무부에 입사한 선생은 공직자로서의 삶과 서예가로서의 삶을 모두 놓지 않기 위해 치열한 인생을 살았다. “글씨 쓴다고 업무에 소홀하다는 말을 결코 듣고 싶지 않았다. 중학생일 때부터 ‘글씨는 새벽에 써야 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새벽 4시에 일어난 버릇이 몸에 벤 것이 도움이 됐다. 새벽에 출근하고 그 대신 야근을 하지 않았다. 저녁에는 친구도 거의 만나지 못했다.”
 간혹 경제적 안정과 예술적 성취를 모두 이룬 것에 부러움을 표하는 후배를 만나면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총 서로의 수면시간을 비교해보면 자네가 나보다 인생은 덜 살았지만, 잠은 더 잤을 거다.”
 그래서인지 선생의 작품에는 수련을 통해 경지에 오른 자만이 가지는 아우라와 감동이 있다. 한문 한글 할 것 없이 전통 서체를 망라한 선생은 이 같은 단단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청농체’라 불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서체를 완성해냈다.

 

 한글날 기념 전시... 해외 순회전도 계획

 치열한 길이었지만 결국 “즐기는 마음”이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선생은 강조했다. 현재 서울 인사동에 서예연구실을 운영하며 예술의전당 서예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선생은 후학들에게도 늘 “한풀이를 붓끝으로 해라, 보고 즐기는 서예를 하라”고 가르친다며, “고통이었다면 그렇게 치열하게 서예를 할 수 있었겠나.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했으니 글씨를 쓰고 또 쓴 것이다”고 말했다.
 오는 10월2~13일에는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서 ‘세종의 얼을 담은 청농 서예전’이란 타이틀의 전시를 갖는다. 원곡서예문화상 수상 기념전이자, 한글날 기념 기획전인 이번 전시는 선생의 회갑전이기도 한 만큼 총 61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현대적 감각을 지닌 작품들을 위주로 선별됐다. 이번 전시에는 현재 청농 선생이 제작 중인 ‘훈민정음 언해본’ 10폭 병풍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모음을 하늘아(·)로 처리한 것이 차별점이다.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은 “이번 전시는 세종의 참 뜻을 투영한 작가의 작품을 통해 국민 모두가 오랫동안 지나쳐온 역사적인 깊은 뜻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초대 개인전 이후 주요국 순회 전시를 가져 해외에도 한글과 한글 서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2025 서울아트쇼’ 개막...국내 미술작품 한자리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제 14회 '2025 서울아트쇼’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A홀에서 진행된다. 국내·외 150여 갤러리가 소장한 전시는 제프쿤스 알렉스카츠 등 해외 작가 작품을 포함해 약 3000여점 규모로 전시한다. 한국미술 오리지널리티 특별전과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 등 다양한 기획전도 함께 마련된다. 특별전으로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김환기, 박서보, 백남준, 이우환, 이중섭, 천경자) ▲김창열에서 하태임까지(이배, 이건용 외 18인)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쿠사마 야요이 외 19인) ▲스컵처가든(광화문을 그리는 고흐 등 대형조각전)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도 구성돼 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아트쇼 운영위원회는 "그동안 '서울아트쇼'는 타 아트페어와 차별화를 하고자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를 위시해 다양한 특별전을 기획하여 보다 폭 넓은 문화 향유를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노력했으며, 그 결과 매년 크리스마스 미술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운영위원회는 "서울아트쇼는 소수의 전유물로서의 예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예술을 모토로 시작된 아트페어이며, 앞으로도 더욱 과감하게

정치

더보기
【특집】 시사뉴스·수도권일보 선정 2025 국정감사 우수의원
[시사뉴스 박성태, 강민재, 홍경의, 이광효, 김세권, 우민기, 양용기 기자] 이재명 정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17개 상임위가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했다. 올해 국감은 ‘내란청산’과 ‘민생회복’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정치적 공방과 민생 현안이 교차한 가운데 치열한 질의가 이어졌다. 정치·행정 분야에서는 사법개혁 논의와 행정부 권한 남용 논란이, 산업·경제 분야에서는 도심 지반침하 및 산업안전 이슈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유독 특정 인물들이 주목을 많이 받은 2025 국감은 초반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채택 여부는 국감기간인 한달 내내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는 정책 검증과 정치적 공방이 병행된 채 막을 내렸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실태를 분석하고 시정을 촉구한 의원들도 있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재난에 대한 질의가 이뤄졌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화려한 한류 문화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에서 고통받고 있는 약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쿠팡 “유출자 3천개 계정 이름과 전화번호 등 고객정보 저장 후 모두 삭제...외부전송 無”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유출자는 약 3천개 계정의 고객정보를 저장하고 이후 모두 삭제했고 외부 전송은 없었음을 밝혔다. 쿠팡은 25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쿠팡은 유출자를 특정했고 고객 정보 유출에 사용된 모든 장치가 회수됐음을 확인했다”며 “현재까지 조사에 의하면 유출자는 3300만 고객 정보에 접근했지만 약 3000개 계정의 제한된 고객 정보만 저장했고 이후 이를 모두 삭제했다. 외부 전송 등 추가 유출은 없다”고 밝혔다. 쿠팡은 “쿠팡은 디지털 지문(digital fingerprints) 등 포렌식 증거를 활용해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다. 유출자는 행위 일체를 자백하고 고객 정보에 접근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유출자가 쿠팡 고객 정보를 접근 및 탈취하는 데 사용된 모든 장치와 하드 드라이브는 검증된 절차에 따라 모두 회수돼 안전하게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은 지난 12월 17일 유출자의 진술서 제출을 시작으로 관련 장치 등 일체 자료를 확보하는 즉시 정부에 제출해 왔다”며 “쿠팡은 현재 진행 중인 정부기관의 관련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해 왔다”고 밝혔다. 쿠팡은 “사건 초기부터 쿠팡은

문화

더보기
군복을 입은 음악가의 일상 기록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나의 군악대 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20대 초반, 용인경찰교향악단에서 군악병으로 복무하며 보낸 2년 2개월의 시간을 바탕으로, 군 생활과 음악가로서의 성장기를 진솔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클라리넷 전공자로 음악적 역량을 한창 키워가야 할 시기에 군 입대를 맞이한 저자는, 군복을 입은 음악가로 살아가며 느낀 복합적인 감정과 현실적인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실력이 퇴보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불안,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연주자로서의 감각을 유지하려 했던 치열한 시간들이 담담한 문체로 펼쳐진다. ‘나의 군악대 이야기’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군악대라는 특수한 공간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일반 병영과는 다른 군악대의 일상, 훈련과 연주가 공존하는 생활, 각종 국가 행사와 공연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장면들은 기존의 군대 서사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한국 군악대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으로 읽힌다. 또한 ‘사라진 다롱이 일경’, ‘전설의 고향’과 같은 에피소드는 군대 특유의 긴장감과 허무함, 그리고 웃음을 절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