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차기 총선과 대선 승리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막연한 승리 자신감이 아닌 확실히 좋은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집 나갔던 인사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는 것. 최근 무소속 등 제3지대에 잔류하던 인사들이 속속 민주당으로 입당 또는 복당하는 상황이 잇따르자 정치권에서는 선거판에서 유력 후보자에게 표가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집권 초기부터 이어져온 정부여당의 거듭된 자충수와 악재로 인해 벌써부터 민주당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처럼 줄 잇는 복당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당이 어려울 땐 제 살길만을 찾아 떠나더니 이제 살만해졌다고 다시 돌아온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철마다 불거지는 ‘정치 철새’ 논란까지 다시 불붙게 됐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대체적으로 환영이 앞선다. 돌아온다는 자체가 민주당에게서 희망을 발견했다는 방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민주당은 복당 행렬을 바라보며 차기 정권교체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잇따르고 있는 민주당 복당 행렬은 단순한 복당의 의미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향후 정치권 역학구도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며 차기 정권의 향방을 가늠하는 가늠좌가 되기도 한다.
◆영동맨 송훈석, 철새인가 정권교체 희망인가?
지난 11일, 그동안 무소속으로 있던 강원 속초.고성.양양을 지역구로 둔 송훈석 의원이 민주당 입당을 선언했다. 과거 새천년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입당이라기보다, 복당에 가깝다. 송훈석 의원의 정당 경력은 화려할 만큼 복잡하다. 그래서 그의 복당을 두고 정치권이 시끌시끌했던 것이다. 송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1996년 15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된 이후 97년 정권이 교체되면서 국민회의로 옮겨 16대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송 의원은 2004년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탓에 역풍을 맞아 낙선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다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천에서 탈락하고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정치 경력만으로 본다면 송 의원은 이리저리 옮겨 다닌 정치철새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송 의원의 복당을 열렬하게 환영했다. 송훈석 의원이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인 영동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4.27강원지사 보궐선거에서 영서(춘천) 출신인 최문순 후보의 표 확장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물론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강원지역에서 선전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송 의원이 정치 철새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당장 환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송 의원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영원한 민주당 맨”이라며 민주당의 환대에 화답했다. 특히 “4년 전 살아 돌아오기 위해 민주당 문을 나섰고 이렇게 살아 다시 돌아왔다”며 “한나라당한테는 작년에 입당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끝까지 민주당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송 의원은 정권초기 한나라당 입당으로 마음을 사실상 굳히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최종적으로는 민주당 복당을 선택한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철새라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달고 날아왔기에 민주당 또한 환영인 것이다.
송훈석 의원의 복당으로 민주당 지도부가 한껏 들떠 있는 상황에 같은 날 오후 호남지역에서 유일한 무소속으로 남아 있던 유성엽 의원까지 민주당 복당신청서를 제출했다. 같은 날 국회의원 2명이 동시에 민주당의 문을 두드린 것.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들에 대해 과거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지금은 즐거울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꼬리에 꼬리 무는 복당 행렬...선진당 내 민주계까지?
사실 민주당 복당 바람은 송훈석 의원과 유성엽 의원으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앞서 손학규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난파선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던 인사들이 속속 복당하기도 했다. 대표적 인물로 김영춘-임종인 등이 있다. 김영춘 전 의원의 경우 손학규 대표 체제가 들어섬과 동시에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복당이 이뤄졌고, 열린당 선도탈당 1호였던 임종인 전 의원 또한 4년여만에 친정으로 복귀했다. 어려웠던 시절, 집을 나갔던 인사들이 속속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자유선진당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이회창 대표로 상징되는 자유선진당은 사실 정통 보수 세력의 결사체로 보기에는 힘든 측면이 있다. 충청권을 연고로 하다 보니 이념적 결합보다 지역적 결합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유선진당에는 조순형, 이용희, 박상돈, 이상민 등 구민주당을 포함한 열린우리당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돼 있다.
이용희 의원의 경우는 지난해 7월 31일, 충북 속리산 야영장에서 정동영 등 민주당 당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주사랑 충북 모임 하계 야유회’에 참석해 “당원들과 고민해야 되겠지만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민주당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충남지사와 천안 국회의원을 한나라당에 다 빼앗긴 자유선진당은 미안한 얘기지만 이미 수명이 다 됐다”며 “민주당은 내가 자랐고 관심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당장 민주당으로 복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당장 민주당으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차기 총선 과정에서는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이용희 의원과 가까운 민주당 오제세 의원(충북도당 위원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이 민주당에 복당하면 환영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이용희 복당’에 부채질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어떤 결론이든 이용희 의원이 차기 총선에서는 자유선진당과 함께 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은 역시 민주당으로의 복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희 의원이 움직일 경우 조순형-박상돈-이상민 등 민주계 출신 인사들 또한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